돌배기 이유식 먹이기
막내 별이의 아침식사 시간.
시금치와 애호박이 들어간 초록초록한 이유식이 내 새하얀 티셔츠에 튈까 각별히 유의하여 먹이는 중이다.
거의 다 먹였다. 그릇 벽면에 붙은 마지막 이유식을 싹싹 긁어 조심스레 마지막 숟가락을 별이 입에 넣는다. "성공!"을 외치며 별이를 의자에서 들어올리는 순간, 별이가 내게 안기며 어깨를 깨문다. 이유식을 머금은 상태로.
이 작은 돌배기가 깨물어봐야 얼마나 아프겠냐마는, 난 창에라도 찔린 듯 "아악!" 하는 비명과 함께 옷부터 확인했다. 재빨리 물티슈로 닦아봤지만 이미 초록 가득 물들어버린 하얀 티셔츠는 되돌릴 수 없었다.
'더럽혀진 옷 하나쯤이야...'
빨면 그만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안 그래도 많은 일들 가운데 불필요한 일이 하나 더 추가된다 생각하면 왠지 모를 억울함이 있다. 육아 중 생기는 이런 작은 문제나 실수 하나가 은근 하루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망연자실하며 한숨 쉬는 내게 화장실 앞을 지나던 아내가 깔깔 웃으며 한 마디 던진다.
"왜 옷을 뒤집어 입고 있어?"
"어?"
무슨 소린가 해서 거울을 보니, 티셔츠 안과 밖을 뒤집어 입고 있었던 거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다시 옷을 뒤집어 바로 입었다. 초록으로 물들었던 이유식 자국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이 하나 줄었다.
'앞으론 항상 옷을 뒤집어 입고 이유식을 먹여야 하나?'
방금 전의 억울함은 어디 가고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나 쉽게 감정이 오르내리는 내 자신이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육아를 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리라.
'왜 옷을 뒤집어 입었냐'는 아내의 물음이 나를 '번쩍' 깨운다. 내가 옷을 잘못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가 아니라, 앞서 저지른 작은 실수 하나가 망칠 뻔한 하루의 기분을 다시 살리는 역할을 했다는 게 놀라워서다. 실수가 또 다른 실수를 덮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건 오늘 하루 벌어들인 아주 큰 재산이다.
그리고,
옷 한 번만 뒤집어 입어도 이렇게 실수가 덮이는데, 생각 한 번 뒤집으면 덮어주지 못할 허물이 뭐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