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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오른편

잠자리 전쟁

by 윤슬기

잠잘 시간.


아이들이 잠드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오후 8시에서 12시 사이. 제멋대로라는 거다. 오후 8시가 되면 빨리 재우려는 부모와, 닫히는 하루의 문을 어떻게든 붙잡아보려는 아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된다. 사실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전쟁은 빛이와 하늘이의 자리싸움. 배고프거나 화장실 뒤처리 할 땐 "아빠아~"를 외치던 아이들도 잘 때만큼은 무조건 엄마다.


일단 엄마의 왼편은 막내 별이 차지다. 남은 오른편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관건인데, 보통 약삭빠른 빛이가 빛의 속도로 먼저 자리 잡는다. 꼭 늦게 온 하늘이가 목소리를 높여 떼를 쓰는 것이 수순이다.


"나도 엄마 옆에서 잘래애~~"

"내가 먼저 와짜나아~~"


두 고래가 그렇게 힘겨루기를 할 때면 엄마아빠의 속은 늘 새우 등이 된다. 매일 밤 그렇게 속이 터진다. 여기서 "둘이 가위바위보 해." 한다든지, "빛이야, 언니가 좀 비켜줘." 따위의 말을 하면 두 고래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결국 멀쩡히 있던 막내까지 울어 아수라장이 된다.


어느 날, 아내새우가 결국 칼을 뽑아 들었다. 하늘이가 난리 치든 말든 단호하게 말했다.


"언니가 먼저 왔잖아. 먼저 온 사람이 여기 눕는 거야."


빛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온전히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느낀 모양이다. 갑자기 빛이가 아주 만족스런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난 물 좀 마시러 가야겠다!"


8살짜리가 5살 동생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방법이다. 자기가 자리를 비운 사이 얼른 엄마 옆자리로 가라는 거다. 엄마의 인정과 사랑을 다 받았으니 이제 '자리' 정도는 하늘이에게 충분히 양보할 수 있다. 그런 언니의 깊은 배려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하늘이가 따라나선다.


"나도 물 마시러 갈래애~~"




아, 진짜 속이 뒤집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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