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멈춘 이유
아이들과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한 손엔 막내 별이를 태운 유모차를, 다른 한 손으론 왕복 8차선 도로를 향해 언제든 튀어나갈 것 같은 하늘이 씽씽이를 붙든다. 입으로는 또 다른 씽씽이를 탄 빛이에게 "조심해."를 습관처럼 반복하여 외치고 있다.
초록불만 되면 달려나갈 준비를 마친 아이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무슨 말이든 계속 시켜본다. 내가, 그리고 뇌가 쉴 틈이 없다.
"하늘아, 다른 데는 구름이 하나도 없이 파란색인데 쩌어기에만 구름이 하나 떠 있네? 그치?"
"응"
"근데 왜 저 구름은 움직이지 않을까? 아파트가 막고 있어서 그런가?"
"아니, 신호에 걸려서 그래."
5살 아이의 이런 대답을 들을 때면 순간 '멍'. 그리고는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 구름도 분명 보이지 않는 어떤 신호에 따라 움직이고 있겠지.
짧은 시간, 아이에게서 자연의 섭리를 배운다.
"아이구, 즐거운 고생 하시네요."
여전히 아이들과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동네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활짝 웃으며 말씀하신다. '즐거운 고생'이라니. 이 유쾌한 어르신의 재치 있는 한 마디에 미소 짓게 된다.
"네, 맞아요. 참 신선한 표현이네요."
"그러엄. 이건 진짜 즐거운 고생이지!"
분명 맞는 말인데, 내 시선이 너무 '고생'에만 치우칠 때가 있다. '즐거운'에 좀 더 초점을 맞추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