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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면

왜 내게 이런 일이?

by 윤슬기

"하늘아, 너하고 별이 사이에 동생 한 명 더 있었던 거 알아?"

"아니."


"원래 엄마 뱃속에 동생이 한 명 또 있었거든?"

"응."


뭐지? 이게 8살과 5살이 할 대화인가. 빛이와 하늘이가 내 귀를 의심케 하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왠지 모르게 바짝 긴장하게 된다.


"근데 애기가 왜 없어졌는지 알아?"

"아니."


"왜냐면!"


다음에 무슨 대답이 나올지 가슴이 '철렁'했다. 당시 태아가 유산된 특별한 이유도 없을뿐더러 그런 말은 빛이에게 꺼낸 적도 없는데, 이 녀석은 동생에게 도대체 무슨 얘길 하려는 걸까.


'왜냐면!'이라고 말을 던진 빛이는, 자신도 약 2초간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을 잇는다.


"그건 나도 잘 모르는데, 그 동생 이름이 뭐였는지 알아?"

"아니."


'그건 나도 잘 모르는데'이 들릴 때, '휴~' 하며 혼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빛이가 뜸 들인 그 2초가 참 길게 느껴졌다.


"원래 걔 이름이, 바다야."

"바다? 이름이 바다야?"


"응, 바다."


빛이가 6살이 되던 해, 엄마 뱃속에 셋째가 찾아왔다고 온 가족이 기뻐했다. 하지만 얼마 후, 아이가 떠나간 소식 또한 빛이에게 다시 전해야 했다. 이미 오래전 스쳐 지나가듯 말한 것 같은데, 빛이는 그 사건을 참 정확히도 기억하고 있다.


'바다'를 만나지 못한 원인은 나 역시 모른다. 다만 그러한 시간이 존재했을 뿐.




하루는 빛이가 내게 묻는다.


"빛이, 하늘이, 별이 공통점이 뭔지 알아?"

"뭔데?"


"셋 다 하늘에 있잖아."

"진짜 그러네?"


"그럼 넷째는 뭐야? 구름? 달? 우주?"


그러고 보니, '바다'가 태어났더라면 혼자 땅에 있어서 외로웠으려나? 그 정답도 하늘에 있겠지?


인간은 늘 원인을 따지기 좋아하지만, 막상 살아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과 더 많이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깨달아지는 일도 있고, 지나고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자라 있기도 하고, 지나고 보면 감사하게 되는 일들도 많다.


그렇게 생각하니, 당장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언젠가 또 알게 되겠지. 지나고 보면.'



그나저나, 때가 되면 계속 동생이 생기는 줄 아는 저 첫째를 어찌할꼬.




* 그동안 '빛나는 하늘에 별을 안고'를 꾸준히 지켜봐 주시고 마음으로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 남겨두는 이 이야기들 역시 '지나고 보면' 아이들에게 어떻게 새겨질지 궁금합니다.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아빠가 쪼개어 낸 작은 시간이, 훗날 이자가 붙어 아이들에게 더 행복한 시간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빛이가 4살 때, 빛이네 할머니가 빛이에게 말했습니다.

"겨울이 되니까 나무에 이파리가 다 떨어졌네?"


이제 겨우 말다운 말을 시작한 아이는 대답합니다.

"어차피 봄 되면 다시 새로 피어요."


질 때가 있으면 피어날 때도 있지요. 푸른 봄, 이 글과 함께 한 모든 분들의 삶도 활짝 피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새로운 작품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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