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로 잃어버릴 뻔했던 순간들
'얘 천재 아냐?'
이제 겨우 100일 된 아기가 옹알이를 한다. 그것도 내가 하는 말에 대답하듯, 적절한 타이밍에 교감하며 리듬을 탄다. 아무래도 천재가 나온 것 같다.
'벌써 이런 말을?'
태어난 지 3년이 지난 아이는 어른이 생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레몬맛 사탕을 입에 넣고는,
"아아~ 셔. 얼굴이 해님 되겠네!"
누워 있는 아빠 배 위에 올라와 슬며시 귀를 대며,
“아빠! 비눕빵울 먹었구나! 비눕빵울 소리가 나~”
이런. 아기 때만 그런 줄 알았는데, 말문이 터지고 문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 이젠 확신을 갖게 된다.
'진짜 천재구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과정 아닐까.
아이들은 창의적이다. 그들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부순다. 부모는 아이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부모가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세상에 대해 이미 많이 알고 있다 생각하는 어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그리고 그 세계로의 여행에서, 부모는 생각지도 못했던 '순수한 아름다움'을 선물로 만난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매 순간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오히려 전쟁통 속에 있다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전쟁통에서도 아름다움을 보는 '순간'이 있다. 아이가 던지는 신선한 말 한마디가 그 '순간'을 깨운다.
갇힌 생각의 물꼬를 틔우는 경이로운 말,
관계의 벽을 한순간 녹이는 따뜻한 말,
뒤통수를 크게 한방 때리는 순수한 말,
부모로서의 나를 자라게 하는 소중한 말.
이런 말들을 만날 때면, 훌쩍 떠난 여행에서 우연히 발견한 신비로운 광경을 맞이하는 듯한 경외감마저 든다. 이 '순간'의 장면들을 잘 간직해 두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육아의 현실은, 이를 기억하며 사색하고 즐길 만한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저장해 두지 않은 이 기억의 조각들은 어느새 지난밤 꾸었던 꿈처럼 순식간에 사라진다.
나 역시 육아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이라 많은 부분 놓치고 있지만, 그 와중에 흩어지는 추억의 파편들을 틈나는 대로 빠르게 메모하고 주워 담았다.
이곳에 남긴 아이의 말조각, 행동조각 하나하나는 내 아이만의 특별한 이야기라기보다, 아이를 키우는 우리 모두에게 찾아왔던 잊힌 이야기일 것이다.
글을 읽는 동안,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행복했던 그 순간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녹아내렸던 그 감정이 되살아났으면 좋겠다.
이 글을 타고 당신의 그 행복한 기억으로 잠시나마 여행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