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세 가지 '금'

땅따먹기

by 윤슬기

"아빠, 땅따머끼 아라?"

"아, 그 바닥에 숫자 그려서 돌 던지고, 한 발로 뛰고 그러는 거?"


빛이가 어디선가 '땅따먹기'를 배워왔다. 이미 잘 준비를 다 마쳤는데(물론 내 입장에서만) 갑자기 땅따먹기를 하자고 난리다.


"빛이야, 지금은 밖이 캄캄해서 땅따먹기를 하러 나갈 수가 없어."

"지금."


"지금은 가게도 문을 다 닫은 시간이라 내일 되면..."

"지금."


"이 시간에 땅따먹기 판을 어디서 구해?"

"지그음!"


그렇다.


아이들은 '지금' 해야 한다. 지금이 중요하다. 지금 해결해 주지 못하면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될 게 뻔하다.


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지금'이라는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상황이 급하니 어떻게든 뇌를 쥐어짠다. 베란다 한쪽 구석에 처박힌, 빛이 엄마의 요가매트가 생각났다.


"빛이야, 잠깐만!"


먼지 쌓인 요가매트를 물티슈로 빠르게 닦고, 전선에 감는 검정테이프를 가져와 잽싸게 그림을 그린다. 꽤나 그럴듯한 결과물이 나왔다.


날랜 우리 딸


빛이는 막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땅따먹기 판과 함께 지칠 때까지 쉼 없이 신나게 놀았고, 그 얼굴엔 세상 누구보다 만족스런 행복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방전되는 순간, 바로 쓰러져 잠들었다.




오래전,


대학로 앞 길거리 공연 중 한 개그맨이 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여러분, 인생에서 세 가지 중요한 '금'이 있는데요. 황금, 소금, 그리고 바로 '지금'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소중한 건 지금입니다. 지금을 즐기세요!"


그때 그 개그맨 아저씨도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었을까. 그래서 '지금'을 그렇게 외쳤던 걸까. '지금'을 한없이 즐기는 아이의 행복한 표정을 보며 나 역시 지금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깨닫는다.


땅따먹기에 그려진 '금'은 가끔 밟아도 된다. 다시 하면 되니까. 다시 돌아오지 못할 아이들의 행복한 '지금'만큼은 짓밟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엄마의 요가매트는 드디어 할 일을 찾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