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 시공 8일 차
장선 시공 시에 특별히 신경 쓰게 된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기본적인 공법이나 원칙들은 배제하고 말이죠. 첫 번째는 건물의 단열이 끊기지 않도록 장선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내부 마감을 고려한 보막이 등의 설치입니다. 이 두 가지는 구조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어도 차후에 건물이 완성되었을 때에 보이지 않는 치명적인 문제가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목조주택용 단열재(Insulation)를 미리 삽입하고 시공하는 곳이 많습니다. 대부분 글라스울과 같은 재료를 사용합니다. 그렇게 되면 건물 외벽의 단열과 장선 바깥쪽 부분에 단열선을 연결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습기가 침투하게 되면 단열재는 젖게 되어 성능이 떨어지고 비는 부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차후에 방습 처리 또한 해주어야 합니다.
저는 그런 처리를 꼼꼼히 해줄 자신이 없어 폼으로 쏴주었습니다. 비교적 습기에 강하고 처짐이 없는 재료입니다. 하지만 꽤 넓은 부분에 충진 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폼을 쏘고 경화되고, 팽창하게 되는 과정이 생기면서 시공이 균일하지 못하고, 내부에 공극이 생길 수 있습니다. 폼을 제대로 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팽창하거나 생각보다 빨리 표면이 경화되어 내부 팽창을 견디지 못하고 한 부분이 터져 흐르는 현상들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집 짓기는 항상 무언가와의 타협과 사투의 과정인 것 같습니다.
장선은 한 방향으로 긴 횡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장변과 단변이 나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차후에 석고보드를 천장에 설치할 시에 장선이 설치되는 방향을 기준으로 석고보드 모서리에 고정할 자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좁은 공간에는 보막이를 뉘어서 설치하게 됩니다. 이 방법은 외벽 구조 등에서도 무언가를 고정하는 위치가 필요할 때에 사용합니다. 수건걸이나, 휴지걸이, 선반 등의 위치에도 목재를 설치해 놓고 더 튼튼하게 고정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차후 마감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해가면서 석고보드를 고정할 수 있는 구조물들을 설치하여 주었습니다.
장선 위, 바닥에 사용되는 합판은 외벽에 사용되는 것보다 두껍고 당연히 무겁습니다. 그리고 합판끼리 물려서 시공할 수 있도록 튀어나온 부분과 들어간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맞닿게 하여서 서로 끼우는 방식으로 시공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지 않습니다. T&G(Tongue&Groove)라고 부르는 이 부위는 생각보다 깔끔하지 않고, 장선 또한 높낮이가 미세하게 달라서 끼워 넣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바닥 합판은 목조주택 층간소음의 아주 큰 원인이 됩니다. 흔히 나무집에서 나는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소리가 듣기에 좋지만 사는 사람은 싫어할 수 있으니 처리해 주어야 합니다. 합판과 장선 사이에 공간이 있을 때 소리가 나게 됩니다. 그래서 장선에 목조용 본드나 장선 차음 테이프를 설치해 주고 합판을 고정시키게 됩니다. 그래도 소리는 납니다.
합판의 위치를 잡아주고, 슬래지해머(우함마)를 이용하여 위치를 잡아 못으로 고정하면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2층의 바닥이 완성됩니다. 더위와 비를 피할 공간이 생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게는 다음 공정의 작업발판이 생긴 것일 뿐입니다. 이제는 이 바닥에서 다시 토대와 벽체 그리고 더위와의 사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