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이 더 아팠다

겨울 병실의 짧은 만남

by 아기상어

건강검진을 마치고 돌아온 날, 팀장님의 얼굴은 어딘가 평소와 달랐다.

말수가 줄었고,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생각에 잠기신 듯했다.

며칠 뒤, 조용히 우리에게 말했다.


“전에 암이 있었던 거, 이야기했었죠.

이번에 다시 나왔어요. 조금 복잡한 상황이에요.”


팀장님은 내가 입사하기 전, 암을 앓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때는 수술 후 완치 판정을 받으셨고,

그 이후로도 누구보다 활기차고 성실하게 일해 오셨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허리와 목 부근에 생긴 희귀 암,

수술이 어려워 항암치료로 버텨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도 한동안 믿기지 않았다.

팀장님은 여전히 누구보다 씩씩했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의학논문을 직접 찾아보며 병을 공부하고,

식단을 조절하고,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었다.


마치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은 것처럼

자신의 병을 ‘관리’하려는 태도는

정말 담담했고, 단단했다.


그렇게 6개월.

팀장님은 매일 출근했다.

회의를 주재하고, 후배들을 챙기고, 보고서를 꼼꼼히 피드백했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걸음이 느려지는 것을,

표정이 자주 지치는 것을,

조금씩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서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연락이 왔다.


처음엔 병문안을 사양하셨다.

힘든 모습 보여주기 싫다고,

괜히 걱정만 하게 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서 우리는 기다렸다.

그리고 반년쯤 지난 어느 날,

“이제 얼굴 한 번 봐요.”

그 짧은 말이 허락처럼 느껴졌다.


그날은 추운 겨울이었다.

팀장님이 평소 좋아하셨던 콩국수를 포장하고 싶었지만

겨울엔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대신 따뜻한 죽과 간식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 문이 열렸을 때,

팀장님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달라져 있었다.

살이 빠지고, 얼굴도 많이 핼쑥해졌다.

그런데도 우리를 보며

변함없는 그 미소로 말씀하셨다.


오랜만이네. 다들 잘 지냈어요?”


그 순간,

애써 담담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왜 그토록 아프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우리는 눈을 맞추며 웃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선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었다.


짧은 면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는 길,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시, 회사에서 함께 웃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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