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울었고, 팀장은 아무 말 없이 보내주었다
정규직 전환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이었다.
조용히 비가 내리던 오후,
나는 언제나처럼 자리에 앉아 주어진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외할머니가… 방금…”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
입을 다물었지만, 감정은 숨겨지지 않았다.
엄마는 해외여행 중이셨고,
아빠가 병원에서 연락을 먼저 받았다고 했다.
그 순간,
가슴속에 뭔가가 무너져 내렸다.
참으려 해도, 참아지지 않았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고
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자
주변 팀원들이 놀라서 다가왔다.
곧 팀장님도 자리에 오셨다.
“무슨 일이야, 괜찮아?”
나는 흐느끼며 겨우 말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어릴 적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외할머니는 늘 내 편이었다.
말없이 응원해 주고, 묵묵히 지지해 주던 분.
단 한 번도 등 돌린 적 없는 사람.
불과 며칠 전, 병원에 찾아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할머니, 이제 인턴 끝나고 정규직 돼요.
첫 월급 받으면 용돈도 드릴게요.”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
지금 생각해도 선명하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
나는 인턴이었다.
회사 규정상 정식 휴가가 없었고,
가족상이라도 하루쯤 쓸 수 있을까 말까.
마음은 무너졌는데,
현실적인 걱정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팀장님은 말없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일단 지금 바로 내려가요.
어머님 곁에 있어줘야죠.
휴가는 걱정하지 말고,
할머니 잘 보내드리고 와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또 울고 말았다.
그날 느꼈다.
누군가 나를 일손이 아닌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 여겨준다는 걸.
그날 저녁,
짐을 챙겨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창밖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내 눈에서도 멈추지 않는 눈물이 흘렀다.
가슴이 먹먹했고,
심장이 떨렸고,
왜인지 계속 손이 떨렸다.
도착할 때까지,
나는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장례식장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엄마와 함께 빈소를 지키며
마지막 인사를 준비했다.
그 사이 회사에서는
팀장님이 내 업무를 대신 정리해 주셨고,
대표님께도 상황을 공유해 주셨다고 들었다.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을 때,
누군가 내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잘 다녀왔어요.
정규직 전환은요…
이미 팀에서 의견 모아뒀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입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나는 업무를 시작할 때마다
잠깐 고개를 숙이곤 한다.
그냥,
그 시간 어딘가에서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말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지도 모른다.
“할머니, 저… 이제 진짜 출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