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야구 동호회가 있는 줄, 그날 처음 알았다

강의가 끝난 뒤, 부장님이 내 눈빛을 기억했다.

by 아기상어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에서 반기마다 열리는 사내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대강당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앉았고,

그날의 강의는 기업영업팀 부장님의

“야구로 배우는 팀워크”였다.

나는 맨 앞줄에 앉았다.

그리고, 스스로도 놀랄 만큼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주말이면 야구장에 갔고,

집에서도 경기 중계를 틀어놓고 해설까지 흉내 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야구 응원가를 따라 불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날 강의를 듣는 내 눈은 자연스레 반짝였던 것 같다.


강의가 끝난 뒤,

부장님이 내 쪽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 야구 좋아하세요?


순간 너무 반가워서,

나는 말도 빨라졌다.


“너무너무 좋아해요!”


부장님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회사에 야구 동호회 있어요.

사회인 야구팀인데… 혹시 매니저 해보실래요?”


그 말을 듣고 처음 알았다.

회사에 동호회가 있다는 사실을.


사실 그전까지는

정규직이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쉬면서도,

회사에 속해 있다는 실감은 잘 들지 않았다.

점심도 대충 혼자 먹고,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향하는 날들.

사람들과는 일 얘기 말고는 나눌 말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동호회 얘기를 들었을 때,

반가움과 동시에 망설임이 함께 찾아왔다.

사회인 야구라면 당연히 대부분 남자일 테고,

매니저 역할이라 해도 괜히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첫 모임에 나가 본 날,

그 걱정은 조금은 줄어들었다.

선수들은 각자 포지션을 정비하느라 바빴고,

나는 유니폼을 나눠주고,

라인업 순서를 체크하고,

간식이며 물이며 이것저것 챙기며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일이 재미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야구라는 언어 하나로 금방 연결됐다.


내가 함께하기 시작하면서

“저도 야구 좋아해요”라며

다른 여직원들이 하나둘 매니저로 들어왔다.

처음엔 조용하던 동호회에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처음엔 망설였는데,

누군가 먼저 시작하니까 용기가 났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이 따뜻해졌다.


회의실 안에서는 업무로만 이어졌던 사람들과

회의실 밖에서 땀 흘리고, 웃고,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이 조직을 조금 다르게 느끼게 만들었다.


일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회사에서,

그날 이후 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쌓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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