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불만을 공식적인 문제로 바꾼, 우리 부서의 잔다르크
유니폼.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나는 유니폼을 입었다.
대리 이하 여직원만 입는다는, 그 ‘룰’에 따라.
남자 직원들은 입지 않았고,
정규직이지만 과장 이상은 예외였다.
그건 조직 안에 묘하게 깔린 공기였다.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고,
누구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조금 불편하지만, 다들 그렇게 입고 있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부서 선배 한 명이
사내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제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유니폼은 누구를 위해 존재합니까?”
메일은 길었다.
하지만 논리는 명확했고, 문장은 단호했다.
“왜 남자 직원은 입지 않습니까?”
“왜 과장 이상은 예외입니까?”
“유니폼은 ‘단정함’의 상징이 아니라
‘통제’를 위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메일을 보낸 사람은,
바로 우리 부서의 선배였다.
평소 조용히 일만 하던,
하지만 늘 똑똑하고 논리 정연했던 그 선배.
그날 이후, 회사가 조금 술렁였다.
인사팀은 당황했고,
몇몇 사람들은 ‘왜 굳이 저렇게까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아무도 반박하지는 못했다.
그 글은 감정이 아니라, 논리로 써 내려간 진심이었으니까.
그 메일 이후,
사내 게시판에 ‘복장 자율성에 대한 제안’이 올라왔고
결국 유니폼은 ‘자율 착용’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몇 달 후,
입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아무도 입지 않게 되었다.
나는 생각했다.
용기 있는 말 한마디가
이 조직의 공기를 바꾼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뒤에서는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정면으로, 이름을 걸고,
이의를 제기하는 건
아주 적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그날 이후,
그 선배를 ‘우리 부서의 잔다르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제도를 향해 화살을 겨누는 사람.
그리고 나는 가만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를 대신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