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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Dec 31. 2023

다시 비움 실천 2


1201 비움 실천 32일째

초록 양파망에 든 마지막 양파를 아침 식사 달걀말이와 함께 써서 반 개 비움. 참 오래도 먹었다. 고마운 양파. 받아먹은 걸 갚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8개월 만에 세탁비누로 쓰던 친환경 순비누 푸른물 하나를 다 써서 비움. 모든 물품을 두 개째 쓰게 되면 한 곳에서 이리 오래 살았나 싶다. 그리고 세탁기 대신 손빨래를 많이 한 데 대한 뿌듯함이 있다.      


1202 33일째

깨진 사기그릇의 플라스틱 뚜껑, 돌려도 올라오지 않는 풀빛고운 액티브 썬스틱 비움.

바른 펫 소시지 개에게 다 주어 비움.

휴대폰과 지갑만 가지고 기차 탑승. 가방을 들지 않으니 고된 서울행이 덜 힘듦.     


1203 34일째

빈손으로 사회적협동조합 길목 송년회에 갔다 금방 나옴.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괴물> 마지막 하나 남은 좌석 맨 앞 열에서 관람. <어느 가족>에서 인상 깊었던 배우 안도 사쿠라가 나오지만, 영화는 <어느 가족>만 못 함. 그래도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영화 음악이라 의미 있음. 포스터 없어서 들고 오지 않음.      


1204 35일째

재활용 쓰레기와 음식 쓰레기 비움     


1205 36일째

관할 도서관에서 대출증을 하나 더 만들라고 하는데 거부. 이미 있는 전국공공도서관 이용증 ‘책이음’이 있기에 그걸로 통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 같은 용도의 물건이 두 개 있는 건 거추장스럽고 자원 낭비.

영화 ‘헤어질 결심’ 극본과 에리히 프롬 책을 네 권 빌려 도서관에서 비움.      


1206 수요일 37일째

아침에 해가 뜨는 걸 1인용 의자에 앉아 바라본다. 이 집에선 가까이 일출과 일몰을 다 볼 수 있다. 매일 떠서 매일 지는 해가 중천에 있을 때 제일 좋다. 그러나 그 시간을 멈출 수는 없다. 시간이 흐르듯 마음도 흘러가야 하는데 내 마음은 고정돼 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유통기한 지난 우유에 차에 있던 유통기한 지난 커피믹스를 찾아내 섞어 다 마셔 비움. 군데군데 커피믹스를 비상용으로 두었다. 예전에 나는 커피믹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유 탄 커피믹스가 달콤했다.

국멸치 국에서 건져 새로 온 아기고양이 먹으라고 음식쓰레기통 옆에 놓아둠. (먹었는지 사라짐)

군산 평화박물관에 갔다가 허탕 침.

이성당 팔죽을 먹어야 겨울이 온다는 벗의 말을 기억하고 이성당 팥죽을 먹고 옴. 혼자서는 카페도 안 가는 알뜰함을 잠시 비움. 붙잡고 있는 가을을 보내고 이미 와 있는 겨울을 맞으려 함.


1207 37일째

강의 후 나도 모르게 프리미엄아웃렛 재방문. 마침내 찾던 브랜드 매장 발견. 하지만 부질없어 빈 손으로 돌아옴.  


1208 금요일 38일째

모르고 휴대폰 두고 학교에 감. 한나절 휴대폰 없이 삼. 다시 폴더폰으로 바꿀까 고민.

2학기 한 과목 종강으로 비움.

주인집 할머니가 정원에 계셔서 수요일에 사 온 이성당 단팥빵과 야채빵 남은 걸 다 드림. 내 책도 한 권 드림. 출판 기념하러 온 친구가 드리라고 했다는 말 전함. 내내 걸렸던 마음을 비움.

1인용 코튼 라이너 구매. 한동안 불매하던 사이트가 최저가라 어쩔 수 없이 이용. 자신에게 실망. 스스로 높이던 명분과 기준 비움.      


1209 39일째

사흘째 눈을 뜨면 8시 30분 언저리. 강의 날에는 늦은 시각, 그 외의 날엔 이른 시각.

레토르트 채소듬뿍짜장과 유리웍에 담긴 찬밥을 물 부은 냄비에 넣고 끓인다. 잠시 후 딸그락 딸그락 보글보글 하는 음악소리가 들렸다. 유리 뚜껑이 타악기처럼 부딪히고 있었다. 영화 <위플래쉬>가 떠오른다. 커다란 집이 공연장으로 변한다. 짜장 먹어 비움.

며칠 전 세숫대야에 물을 담아 담가두어도 시든 나비금옥을 다시 생생하게 살릴 순 없다. 대신 밑동의 새순 동지아가 힘차게 태어나고 있다.

눈과 입 색조 화장 지우는 오일 다 써서 버림. 누군가는 내 욕실에 물품이 없어 펜션 같다고 하는데 나는 더 비우고 싶다. 짐을 싼다고 생각하면 많은 게 널린 물건이다.


1210 40일째

텅 빈 집     


1211 41일째

다큐멘터리 제작 회의     


1212 화 42일째

학교 스튜디오 실습 참관 심사. 한 학기 과정이 끝나감.

1인용 코튼라이너 옴. 이제 다시 도보순례 준비 완료.      


1213 43일째

냉동실에 고이 모셔두었던 제주 가파도 청보리 미숫가루를 먹어보려 했다. 그러나 쓴 냄새와 맛이 나 먹을 수 없었다. 엊그제 같은데 벌서 3년 넘게 지났다. 지나치게 아끼면 결국 망쳐 버린다.      


1214 44일째

마침내 종강. 저장장치 환불. 학생들 종강 선물로 사주면서 내 것도 산 차가운 삼각김밥 먹고 급체. 새벽까지 두통 오한 구토. 지리산의 악몽이 되살아 남. 혼자 아프면 정말 두려움. 어쨌든 위는 다 비움.      


1215 45일째

종강하자마자 7번 국도 완주 길에 오르려고 했었다. 일주일 안에 마치고 계절학기 전에 돌아와 올해 모든 걸 마무리하고 내년엔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막바지 작업 등 몇 가지 이유로 보류. 어떡하든 계획을 달성하려고 밀어붙이는 고집을 비움.      


1216 46일째

가편본 구성안 송고    


1217 47일째

가편본 파인 컷팅    


1218 48일째

아무것도 찍지도 쓰지도 않음. 기록 욕구 비움.      


1219 49일째

단체사진전 오프닝 참석 행사 중 귀가. 춥고 멀고 먼. 그래서 사진을 비웠을까?      


1220 50일째

카드 대금 선결제로 비움. 카드 대금 결제일에 긴장하는 게 싫어 보통 며칠 앞당겨 결제한다. 그런데 이젠 그럴 일이 없을 듯. 신용카드를 쓰지 않은지 꽤 된다. 내년부터는 안 써보려고 한다. 소비 때문에 미래를 저당 잡히고 싶지 않다.     


1221 51일째

바닥이 차가워 거실 러그 들임. 색명은 브릭. 일명 벽돌색. 이 집에 와서 산 물품 대부분의 색상이 그린(초록)이다. 커튼, 매트, 옷, 신발, 침구, 욕실용품. 예전에는 숲이나 나뭇잎 외에는 초록색을 좋아한 적이 없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눈과 손이 가는 게 온통 초록이었다. 이제는 초록에서 벗어나려고 일부러 다른 색을 선택했다. 그런데 브릭이 집안의 초록색과 잘 어울린다.

러그도 그렇고 난로도 그렇고 어차피 사야 할 건데 손님이 오는 날 사고 만다. 남을 위해 하는 건 쉬운데 나를 위해 무얼 하는 게 아직도 쉽지 않다. 어릴 적 받은 교육의 영향인 듯. 남을 위해 사는 건 좋은 삶이고 자신을 위해 사는 건 이기적이고 나쁜 삶. 이런 무모한 흑백논리로 다자녀의 장녀 장남들이 주입당하는 책임감이라는 가족으로부터의 굴레. 비워야겠다.

      

1222 52일째

겨울 계절학기 개강하고 근 한 달 만에 유기농매장에 갔다. 크리스마스 준비로 이것저것 카트에 담았더니 훌쩍 20만 원 가까이 된다. 현금카드를 내니 잔고 부족으로 결제가 되지 않는다. 물품을 빼고 빼고 또 빼고 11만 원쯤 되니 결제가 된다. 월초에 50만 원씩 넣어놓고 쓰는 현금카드다.

“어휴, 신용카드 안 쓰기 되게 어렵네.”

12월 지출은 이제 그만.      


이사 올 때 큰고모가 이것저것 챙겨주신 살림 중 아주 작은 나무 도마가 있다. 칼집이 많이 나 있어 왠지 낚시터에서 쓰던 것 같았다. 위생상태가 미심쩍고 집에 좋은 도마가 있어 버리고 싶었다. 큰고모께 전화해 누가 쓰던 거냐고 여쭤보니 돌아가신 아빠가 쓰시던 거란다. 아빠의 캠핑용품이었다. 어쩐지 눈에 익었다. 어릴 때 가족들과 강가에 놀러 가서 낚시하고 물장구치고 놀던 때 아빠가 잡은 물고기를 다듬던 그 도마였다. 쓰지 않을지언정 차마 비울 수 없었다.      


포스트잇 가득한 내 책을 가져와 사인 받아 간 후배가 자신이 만든 책을 두고 갔다. 책에 끼워둔 카드에 그 책도 언제든 비워도 좋다는 글이 쓰여있다. 실은 올 1학기 때 비움 실천으로 학생들 전원에게 생일 주마다 내 소장 도서를 한 권씩 선물했다. 새책처럼 깨끗한 것만 선별했는데 스무 권이 넘어가니 나눠줄 책이 부족해, 맨 마지막에 후배가 만든 책을 망설임 끝에 비웠다. 감동했던 카드만 남겨 둔 채. 그런데 미안해서 후배에게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후배는 이미 내 삶을 이해하고 있었다.      


집에서 음악을 못 들은 지 꽤 된다. 혼자 음악 듣다가 감정이 올라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런데 선물 받은 레코드를 올해 다 들어보려고 시도했다. 판을 계속 뒤집어 갈아 끼우며 듣다가 첼로의 저음이 마음에 감기는 음악이 있어서 반복해서 들었다. 막스 브루흐 Max Bruch의 콜 니드라이 작품 47.(KOL NIDREI Op 47. ) 콜 니드라이(신의 날). 음악을 비우기는 쉽지 않다.      


마지막 양파 반쪽을 찌개에 넣어 비움. 양파 한 개를 22일 만에 먹다니. ㅎ 아, 그러고 보니 동지인데 팔죽을 못 먹었네. 이런 적이 없었는데...... 괜찮아. 이럴 수도 있지. 뭐. 16일 전에 먹었잖아. 절기 지킴 비움. ㅜㅜ      


1223 53일째

팽팽문화제로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에게 가려고 나섰다가 추위에 편두통이 심해 포기함. 몸을 챙기기 위해 대의명분을 비움.     


1224 54일째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배추뭇국을 끓이려고 베란다에 신문지와 비닐로 꽁꽁 싸매둔 배추를 꺼냈다가 악 소리 지를 만큼 깜짝 놀람. 자그마하고 검은 벌레가 이파리에 가득. 유튜브에서 본 대로 정성껏 보관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아까운 배춧잎을 떼어내 버리고 노란 속대 반만 남음.


나비금옥 마른 소국 꽃대 잘라냄. 시들어 마른 꽃잎이 온 집안에 떨어져 더는 두고 볼 수 없음. 아래 동지아들이 힘차게 자라고 있어서 덜 서운함.

“금옥아, 내년에 꼭 다시 보자~.”     


1225 55일째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든 꼬마 눈사람이 녹아버리고 있음.     


1226 56일째

식당에서 먹고 남은 불고기 포장해 와 며칠간 비움.      


1227 57일째

강의와 산책 외 뭘 했을까? 아무 기록이 없네.      


1228 58일째

근 한 달 반 동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중요한 결정을 내림. 인생을 뒤바꾸려던 극적 경험을 통한 변화 대신 지금 이곳에서 내 삶을 살아내 보려 함. 일반적인 패턴을 비움.     


1229 59일째

초중고 친구 둘 송년회. 모임을 원체 싫어해 내가 제일 먼저 떠날 줄 알았는데 30년 넘도록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라움. 유별 가락스러운 내게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 친구들이야말로 참 고마운 존재. 친구 왈, 내가 술을 마셔서 놀랍다는. 물론 지금도 많이는 못 마시지만 옛날의 나는 철저한 금주가였다. 그리고 날카로운 까탈스러움이 없어졌다는. 그래 나도 이젠 꽤 둥글어진 거야. 싫은 게 참 많았던 나는 그 조건을 꽤 비워냈다.

올 연말에 세 번째 해본 ㄱ~ㅎ까지 내년 소망 적기. 다소 현실적으로 바뀐 단어. 사람은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생각도 달라지는구나. 수년 동안 나는 꿈속에서 살고 있었다. 네일 아트를 하고 한우 스테이크를 어렵지 않게 먹고사는 친구들을 보면서 코트 한 벌 못 사는 내 처지가 보였다. 그런 게 아무렇지도 않았었는데……. 내면의 풍요로움으로 만족했었는데…….

아직 멀었구나. 내게는 비움이 더 필요하다.      


1230 60일째

내년도 카드 대금 전액 선결제. 이제 신용카드 대금 결제로 경제적 곤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을 작정이니까. 월세 보증금 대출도 거의 갚아간다. 하긴 내 적금에서 대출한 거니 내 돈 내가 이자 내며 쓴 거다. 올해 참 여유롭게 살았다. 내년에는 풍족하리라.      


1231 비움 실천 61일째 

수년간의 휴대폰 사진과 문자와 이메일 대거 삭제. 이것이야말로 내게는 엄청난 비움.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과거에서 빠져나오겠다는 다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올해 가장 확실한 비움은 작년 이맘때에 비해 7kg, 평소보다도 4~5kg 빠진 몸무게. 이것이 현재 내 아픔을 정확히 알려주는 척도다. 이 고통스러운 시기에 내게 도움이 되는 글이 하나 있었다.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성취한 개인은 창조성이 풍부한 삶을 추구할 수 있고, 자유롭고 고요하게 자신의 삶을 사색할 수 있으며,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또한 그는 타자와 함께 있을 수 있고,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성취하지 못한 개인은 정서적으로 독립한 한 개인으로서 존재하지 못한다. 그는 대상과의 정서적인 분리 독립을 관계의 단절 혹은 정서적 고립으로 경험하며, 누군가 의존 대상이 없으면, 공상에 빠지거나 중독에 빠져서 현실감을 잃어버리고, 현실로부터 고립된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이 타고난 능력과 재능을 창조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낭비하는 삶을 살아간다.


   한 개인이 미성숙하고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성취하지 못한 것은 생애 초기에 자아 지원의 실패로 인해 그의 깊은 내면에 상처 입은 외로운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는 침범하지 않는 무의식적 지지를 제공해 주는 좋은 대상관계를 경험함으로써,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는 심리적 재탄생 과정을 필요로 한다. 또한 비교적 건강한 개인들도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발견하고, 이웃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있는 동안 발달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건강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길목인 12월 여는 글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은경) 중  



타고난 능력과 재능을 창조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낭비하는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 이 글대로라면 침범하지 않는 무의식적 지지를 제공해 주는 좋은 대상을 만나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는 심리적 재탄생 과정이 필요하다. 허나 타인의 개입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다만 주거상으로나 경제적으로 독립을 했으니 홀로 있을 능력만 더 겸비하면 된다.

 


2023년 목표를 다 이루었다. 독립과 출판. 

태어나서 처음으로 독립한 9개월 동안 알게 된 사실은 생각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 떠돌던 지난 3년 동안 하도 고단해서 내게 거처가 생기면 나처럼 지친 사람들을 재워주고 먹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몇 번의 방문으로 나는 내 공간에 아무나 들일 수 없는 사람이란 걸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내 집은 별장이지만 별의 章(장) 일뿐. 거창한 박애주의를 비운다.


첫 책 출판을 했으니 내년에는 두 권쯤 더 내고 싶다. 이유는 고여있는 글을 다 퍼내야 새 글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는 별다른 소망이 없다.      


다시 비움 실천을 쓰면서 내가 버린 물건은 그다지 많지 않다. 새집에서 애초에 꼭 필요한 물건 외에 별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마음의 비움에 애를 많이 썼다. 돌이켜보면 올해 참 즐겁고 행복했다. 내년에도 가치 있게 살고 활짝 웃고 싶다. 4년 전 1일 1 비움에 '치장으로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을 비웠다.'고 썼다. 나는 예뻐 보이지 않고, 예뻐지고 싶다. 남이 아닌 내가 날 봤을 때 예쁜 사람이 되고 싶다.   

      

2022년인 작년 12월 20일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12월 24일 굴뚝새의 모험 1을 시작으로 글과 그림과 사진을 올렸다. 브런치는 절망에 휩싸인 나의 모르스 부호 송신기였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기 바라는 타전(打電)의 도구. 여기에 쓴 글은 열렬한 사랑 노래이자 감추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일기와도 같았다. 글을 올리고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고 얼마든지 삭제할 수 있는 이곳은 연필로 쓴 편안한 공책이었다. 하지만 어떤 반응이든 소화할 자신이 없어 아직 댓글 창을 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를 눌러주시는 분께 매우 감사하고 있다. 글을 올리고 ♡숫자가 하나둘 올라갈 때마다 기분이 상큼상큼 좋아진다.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야말로 누구보다 고마운 분이다. 많지 않기에 더욱 소중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이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 행복한 일곱째별



http://www.gilmokin.org/board_110/22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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