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동네 도서관에 가서 내 책을 대출해보았다.
'곱째별의 탈핵 순례' 초록색 띠 304 일 15 ㅇ
모 대학교 도서관에는 위에 띠가 없고 아래 보라색과 노란색 띠 사이에 621.48 일곱째 일 c2
한국 십진분류표에서 300은 사회과학, 620은 공예, 장식미술
(000 총류, 100 철학, 200 종교, 300 사회과학, 400 순수과학, 500 기술과학, 600 예술, 700 언어, 800 문학, 900 역사)
같은 책이 어디에선 사회과학, 어디에선 예술. 그런데 예술로 분류된 도서관에선 핵 관련 도서를 따로 모아두었다. 아마도 그 도서관 방식의 분류일듯. 문득 다른 도서관에는 이 책이 몇 번에 꽂혀있는지 궁금해졌다.
서울 종로도서관에는 없고, 서대문도서관에는 563.6-ㅇ965ㅇ(560은 전기공학, 전자공학), 정읍시립도서관에는 없고, 남원시립도서관에도 없다. 내가 책을 내면 전국의 도서관에 신청해 주겠다는 친구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내 글재주 만큼은 알아주는 그 친구 덕분에 출판 계약도 못하던 막막한 시절을 글 쓰며 버텨낼 수 있었다. 정권이 바뀌고 각종 지원에 제한이 많아졌다. 도서관 긴축재정으로 희망도서 서비스가 중단된 곳이 많다. 친구의 끈질긴 노력으로 다시 책 읽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교보문고에는 이 책이 한국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다. 카테고리 중에 르포가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저자 분류도 수필가와 방송작가 중 골라야 했다. 나는 그 둘이기도 하지만 둘의 자격으로 이 책을 쓴 게 아니라 르포작가로서 이 책을 썼다. 어떤 사이트에는 이 책이 신학으로 분류되어 있기도 하다. 기독교인이 많이 사주셨으면 좋겠다.
같은 책이 이렇게 다양한 번호와 장르로 분류되다니 대단히 재미있다.
어찌보면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내 색깔 같기도 하다.
전국 도서관에 이 책이 꽂힌다면 다들 어떻게 분류할지 궁금하다. 사서 소양에 의해 좌우되겠지.
저자 입장에서는...음...이 시골마을의 도서관 사서가 책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았다고 본다. 적어도 이 책이 에세이는 아니다.
내가 태어나자 할아버지가 사흘 밤을 새며 지어주셨다는 내 이름.
1. 일곱째 천간(天干)
2. 나이
3. 길
4. 정의(正義)
5. 바뀌다
큰 옥편에는 '단단할'의 뜻도 있었다.
한자를 한글도 바꿔보아도 어찌보면 그 이름 뜻대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출생을 바꿀 수 없듯이 주어진 이름의 수동성을 벗어나려고 해도 결국은....... 이것이 숙명인가.
일곱째별은 도서관에서 혹은 누군가에게 곱째별이 된다.
나도 별빛처럼 빛나고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그만의 밝은 빛으로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