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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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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Feb 28. 2024

thanks for the smiling dog

미소 짓는 콩이에게 감사합니다


요즘은 외출 전과 후에 짧은 산책을 합니다.

콩이와 함께요.

멀리 갈 수 없어 목줄을 잡고 원래 코스의 절반도 못 가 되돌아옵니다.

해가 조금씩 길어져 7시 직전 어둑해지는 길을 콩이와 걸어가다 서둘러 돌아옵니다.


어제는 차로 돌아왔는데 콩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창문을 열어보니 어디선가 콩이가 나타나 깡총깡총 뜁니다.

주인이 목줄을 풀어주었습니다.

살살 주차를 하고 짐은 차에 둔 채 나섰습니다.


콩이는 제 옆에서 발맞춰 걸으며 자꾸만 제 얼굴을 올려다봅니다.

활짝 활짝 웃으면서요.

개가 웃는 거 아세요?

맞아요.

개가 웃습니다.

솜털처럼 눈송이처럼 포근하게요.

처음부터 웃은 건 아닙니다.

저를 점점 더 좋아하면서 표정이 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개나 마찬가지.

좋아하는 상대 앞에선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죠.


목줄 없는 콩이는 달려갈 수 있는데도 나란히 걷습니다.

두 발 보폭에 네 발 속도를 맞춥니다.

길로 나가 잠시 뛰어가더니 뒤돌아 저를 보고는 되돌아 달려옵니다.

화알짝 웃으면서요.

저는 뒤돌아 집으로 향합니다.

어두워지기 때문입니다.

콩이는 돌아가는데도 또 옆에 나란히 걷습니다.


개와 나란히 걷는 기분은 무척 배려받는 느낌입니다.

제가 콩이에게 맞춰주는 게 아니라 콩이가 제게 맞춰주는 거니까요.

할끔 할끔 한참 위로 올려다보며 활짝 활짝 웃으며 함께 걸어주는 콩이에게 고맙습니다.

손 잡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이런 산책도 참 따스합니다.

웃어주며 함께 산책하는 콩이에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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