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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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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Mar 21. 2024

thanks to mustard yellow

노랑노랑해서 감사합니다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색깔의 옷을 입고 오라고 했습니다.

검정색 여섯 명, 흰색 한 명, 아이보리색 한 명, 녹색 네 명, 연두색 한 명, 분홍색 한 명, 보라색 한 명, 하늘색(푸른색) 두 명, 회청색 한 명, 나머지는 예비군 훈련, 마지막으로 저는 노란색 옷을 입고 갔습니다.

머스터드 옐로 점퍼를 빌려두었는데, 아침에 엄청 추워서 점퍼보다 채도와 명도가 높은 머스터드 옐로 파카를 입고 갔습니다. (지난겨울 7번 국도 완주한 자신에게 선물한 파카입니다. 다음겨울에나 입을 줄 알았는데 오늘 아침 정말 추웠거든요.) 그 안엔 머스터드 색 반팔 티셔츠와 머스터드 색 양말과 같은 색 구두. 이 정도면 꽤 신경을 쓴 거죠.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선, 형태, 질감, 패턴, 색상으로 표현해서 글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대부분 자신이 왜 그 색상을 좋아하는지 잘 표현했습니다.

그중 보라색을 좋아하는 학생의 이유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색이라서'였습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저절로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하게 되지요. 그 사람이 좋아하는 색의 옷을 입으면 그 옷을 입은 나를 볼 때 그 사람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으니까. 혹은 내가 이렇게 널 위해 준비하고 맞추고 있어라고 무언으로 보여주는 거죠. 그게 아니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자신도 모르게 좋아하게 되는 거겠죠.


지난 학기 제 수업을 들었던 학생은 제가 그때 초록색 운동화에 초록색 양말에 초록색 바지에 초록색 체크 셔츠에 초록색 머리핀까지 꽂고 온 것을 기억합니다.


궁남지 옆에서 팔빙수를 사이에 놓고 "숲색깔이어서..."라고 고개 숙이며 말끝을 흐렸지만, 그게 아니란 건 그 사람도 알고 저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재작년 학기에 입었던 노란색을 다시 입고 갔습니다.

일곱 살이었지요. 엄마가 처음으로 입고 싶은 옷을 골라보라고 하셨을 때, 시장 좌판 어딘가에 높이 걸려있던 노란색 소매 없는 상의에 검정 땡땡이 프릴 달린 원피스. 아마 그때부터 노란색을 좋아했나 봅니다. 순전한 내 선택만으로 무언가를 골라 소유했을 때의 그 터질 듯한 감정. 노랑은 환희입니다.



먹고 살아야겠기에, 한 달 가까이 한식조리기능사 취득과정 33가지 요리 실습을 마치고도 43.5kg에서 겨우 0.2kg 늘었습니다.

다시 브런치 전문가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첫날 만든 몬테크리스토 토스트와 당근수프.

양파와 당근을 채 썰어 볶다가 물을 넣고 타임(허브) 띄워 끓인 후 믹서에 갈아서 다시 끓이면서 생크림과 파마산치즈를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

당근수프가 주황색에서 생크림 반 컵을 넣으니, 어머나~ 머스터드 옐로로 변했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노랑노랑한 날입니다.


이렇게 요리를 배워서 누구에게 해주나?

배우는 내내 그 생각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누구가 아닌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저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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