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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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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Mar 22. 2024

thanks to sandwich&soup

당근라페샌드위치와 양송이크림수프 덕분에 


어제에 이어 오늘도 다른 종류의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당근을 채 썰어(라페) 소금과 식초에 절여두고, 팬에 버터를 녹인 후 식빵을 바삭하게 말리듯 구워서 세워 둡니다. 구운 식빵을 뉘어 놓으면 습기가 차서 눅눅해지기 때문입니다. 

스크램블 에그와 구운 햄과 치즈와 로메인을 준비한 후 식빵 한 면에 마요네즈를 바릅니다. 

그전에 절인 당근에 올리브유 한 큰 술과 홀그레인머스터드 1 티스푼과 설탕 1 티스푼을 넣고 살짝 버무립니다. 

마요네즈 바른 식빵에 로메인을 찢어서 깔고 그 위에 당근라페를 수북이 쌓습니다. 어렵습니다. 

그 위에 햄을 놓고 달걀을 얹으려고 하니 툭툭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더 어렵습니다. 간신히 치즈를 얹고 마지막에 마요네즈 바른 면의 식빵으로 덮습니다. 

랩으로 싸라는데 비닐을 쓰고 싶지 않아 손으로 눌러 버렸습니다. 


한식 조리에선 키친타월을 너무 많이 사용하더니, 브런치(양식) 조리에선 비닐랩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게 없던 예전엔 어떻게 요리를 했을까요? 


양송이크림수프는 양파와 감자를 채 썰고 마늘과 양송이는 편 썰어 버터에 볶습니다. 

버터와 밀가루를 1:1로 불 위에서 개는 '루'를 만든 후, 우유 100ml와 치킨스톡 가루와 물을 넣고 볶은 채소를 전부 끓입니다. 그렇게 끓인 것을 믹서기로 곱게 갑니다.  

곱게 간 액체에 생크림 100ml와 파마산과 소금과 후추를 간을 합니다. 

다 한 다음엔 파슬리와 올리브오일로 모양을 냅니다. 


이 외에도 토마토 마리네이드라는 절임 요리도 만들었습니다. 

토마토 위에 열십 자 칼집을 내는 이유는 껍질이 있으면 간이 배지 않기 때문이라는군요. 

사람도 완고한 껍질을 벗어야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배워 익히겠죠. 


이렇게 간단한 요리들도 레시피만 보고는 만들 엄두를 못 냈습니다. 

선생님이 앞에서 시범 보여주시는 걸 본 다음에 따라 해 봐도 순서와 방법을 틀리는데 혼자는 이해도 못 합니다. 아니 그것보다는 정식 교육이 아니면 혼자선 요리할 생각 자체를 못했습니다. 배움이 재미있습니다. 

영어나 수학보다 요리가 실생활에 더 도움이 되는데 왜 학교에선 이런 걸 비중 있게 가르치지 않을까요? 집에서 배우라고요? 집에 가르쳐 줄 사람이 없으면요? 의무교육이란 인간이 생존할 수 있게 실생활에 도움되는 교육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드디어 44kg이 넘었습니다. 

그렇게 한식을 먹어도 불변하던 체중이 양식 요리 이틀 만에 늘었습니다. 

버터의 힘이겠죠!

하지만 그와 함께 어느 성분에선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납니다. 

이틀째 학원에서 만든 샌드위치와 수프로 저녁식사를 해결합니다. 

뭐 해 먹을까 고민하지 않는 점이 좋습니다. 


제가 요리를 배운다고 하니 주변에서 의외라고 놀랐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제가 생각해도 먹는 데 관심 없는 제가 매일 어딘가에 가서 몇 시간씩 서서 씻고 다듬고 칼질하고 불을 쓰는 육체노동인 요리를 하는 게 놀랍습니다. 한식 이후 포기하지 않고, 하루도 쉬지 않고 연이어 다른 과정을 배우고 있는 자신에게 고맙습니다. 브런치 양식의 고마운 점은 음식이 완성되면 스스로 대견하고 기특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식욕이 사라진지 꽤 오래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정 죽겠으면 멀리 사는 친구에게 전화해 밥 좀 먹자고라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럴 사람도 없습니다. 혼자서라도 먹어야 합니다. 대충 먹지 않고 맛있고 볼품있게. 그렇게 먹고 살려고 애쓰는 자신에게 고맙습니다. 참 대견하고 기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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