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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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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Apr 07. 2024

thanks for being alone

혼자라서 감사 


기차역 앞 공용주차장 제 차 앞에 투싼이 일렬주차를 해놓았습니다. 

밀어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병뚜껑도 잘 못 따는 힘으로 SUV를 어떻게 움직이겠습니까? 

아무도 없는 주차장에서 움직이지 않는 차를 밀자니 저절로 악 소리가 나고 욕도 나옵니다. 하지만 도와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밀고 밀고 안간힘을 다해 2미터 움직이는데 20분이 걸렸습니다. 

힘센 남자 한 명만 있으면 거뜬히 해결할 일을...... 으윽 ... 그래도 해냈습니다. 혼자서.  


집 담벼락 밑에 튤립이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작년 봄에도 보았지만 올해는 화단뿐만 아니라 주차장 옆까지 예쁩니다. 

정원 한가운데 화단에 누가 걸터앉아 풀을 뽑는 것 같기에 주인인줄 알고 뒤에 대고 인사를 했습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좀 기다려 다시 인사를 했습니다. 

돌아보는데 주인이 아니라 동네 사람이었습니다. 

남의 집 화단 풀을 매주는 건 아닐 테고 막 피어나는 튤립을 뽑아가는 듯했습니다.

작년에도 화단에 예쁘게 피어난 꽃을 가져가는 걸 본 적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 동네는 네 것 내 것이 없나 보다 하고 말았습니다. 



자전거 의류를 사려고 몇 달을 인터넷 사이트와 씨름하다 결국은 서울 자전거 의류 매장에서 입어보고 사 왔습니다. 4~50% 할인하는 것만 사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지만 춘하추 라이딩 준비는 거의 다 했습니다. 

연습 삼아 동네를 10km 타보았습니다. 콩이와 2km를 두 번 돌자 혀를 길게 빼고 헉헉 거리길래 나머지 6km를 혼자 타고 돌아오는 길에 주인집 차가 들어왔습니다. 미나리를 한 포대 베어오셨습니다. 자전거를 트렁크에 넣으며 인사했습니다. 


"튤립이 예쁘게 피었어요."

"벌써 피었어?"

"네, 솜씨가 참 좋으세요."

"뭘, 그냥 쭉 심은 건데. 이거 태안까지 가서 사 왔어. 7만 원 주고."

"에~? 귀한 거네요."


그 귀한 걸 몰래 가져간 이웃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 발이 저리면 본인이 말할 테고 아니면 모른 척 넘어가겠지요. 저는 혼자, 여기 이웃들은 사촌이나 다름없이 가까이 지냅니다. 잠시 후 동네 사람들이 모여 미나리를 다듬나 봅니다. 다듬는 내내 이야기 소리가 내용은 불분명하게 창을 타고 넘어옵니다. 쉬지 않고 얘기하다가도 어두워지면 흩어집니다. 

저는, 어둠이 내려도 라디오 소리로 공간을 채우는 혼자라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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