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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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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May 30. 2024

thank you frog

생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고맙습니다


계단을 내려와 땅에 발을 내딛고 몸을 돌리면 기지개를 쭉 켜고 팔딱팔딱 뛰던 콩이가 없습니다. 

가뜩이나 없는 기운이 더 빠집니다. 

땅바닥 목줄도 그대로, 밥그릇의 사료도 그대로입니다. 

동네 길고양이들이 어쩐 일로 콩이의 남은 밥을 먹지 않습니다. 

걔네들도 콩이가 아픈 걸 알고 차마 콩이 밥을 먹지 못하는 걸까요?

저희들끼리도 의리가 있는 걸까요?


모퉁이를 돌아 차로 가려는데 담벼락 옆 항아리 위에 청개구리 한 마리가 있습니다. 

며칠 전 습기 가득하던 날, 올해 처음으로 이층 베란다 난간에 매달렸던 그 녀석일까요?

그것도 생명체라고 반가웠습니다. 


이른 시각에 문자가 왔습니다. 


한 발 늦었다고. 콩이 읽고 보탬이 돼야지 하고는 이틀이 지났다고,... 계좌번호 달라고~~ 꼭!


어느 밤 산책 후에 콩이 몸에 열 개 넘게 붙은 도꼬마리를 떼어내줄 때 콩이를 붙들어 준 친구입니다. 

아침부터 또 눈물 바람합니다.  

수업 시간에도 친구로부터 콩이 걱정 문자가 왔습니다.

콩이와 함께 먼 길 산책했던 친구입니다.

참 고맙습니다. 

콩이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제 글을 읽고 콩이를 걱정합니다. 

모두의 마음이 모여 콩이가 빨리 회복하리라 믿습니다. 


병원으로 갔습니다. 

면회시간 시작하자마자 처음으로 들어갔습니다. 


화요일 수술 직후 눈도 못 뜨고 발도 못 떼고 시름시름 잠에 빠지던 콩이는 오늘 눈을 반짝이며 저를 알아보았습니다. 두꺼운 유리벽으로 다가와 500원짜리 동전만 한 구멍으로 내민 손등을 혀로 핥았습니다. 그러더니 또 금세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붕대 푼 다리에 길게 절개하고 수술한 흔적이 있습니다. 얼마나 아프고 답답할까요. 


후배는 콩이 물품 일부를 벌써 주문했다고 합니다. 

후배랑 퇴원한 콩이에게 뭐가 필요할까 사이즈 재고 물품 고르는 시간에 착잡했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아직 자전거 리어패니어는 팔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팔릴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다 잘 될 겁니다. 

암요. 더 좋아질 겁니다. 


방금도 콩이 안부를 묻는 문자가 왔습니다. 

콩이를 사랑해 주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들 역시 저처럼 주인이 아니라도 콩이를 사랑합니다. 

사랑은 소유와 관계 없습니다. 

집착이 아니라면 사랑은 넘쳐도 괜찮습니다. 흐르면 되니까요.  


좀 사족같지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사랑을 많이 받고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만약 계속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사람들은 제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사랑이 많다고 하겠지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제게 결핍이 있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선입견이라고 합니다. 청소년기 때 지독하게 당했습니다. 그런 시선. 안 그런 척 하면서 속으론 그렇게 생각하는. 혹은 대놓고 그러는. 그래서 커서는 말할 수 없었고 티낼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원래 사랑이 많은 사람입니다. 평범하게 자란 후배나 친구처럼요. 환경 때문에 저를 채우려고 사랑이 많아진 게 아닙니다. 재차 사족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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