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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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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Jun 02. 2024

thank you for your gratitude

감사에 감사합니다


자고 또 자고 이상하게 자꾸 잠이 옵니다. 

예전 같으면 기를 쓰고 밤을 새워 일을 할 텐데 요 며칠 그냥 자버립니다. 

최상의 컨디션이 최고의 효율이니까요. 


푹 자고 새벽 6시 대에 일어났습니다.  

일어나보니 이제 이불을 갈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디어 올리브 그린 극세사 이불을 세탁해서 널었습니다. 

내복을 일찍 벗은 대신 겨울 이불을 5월까지 덮은 셈이네요. 

이제 더는 춥지 않습니다. 


미네랄 이온수로 테이블과 바닥을 닦고 무엇을 더 청소할까 둘러봅니다. 

정리가 거의 되어갑니다. 

감사합니다.


*


콩이가 병원에 간 이후로 산책을 하지 못합니다. 

저는 혼자 동네 산책도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콩이 덕분에 그동안 산책을 할 수 있었던 거지요. 


오전 시간에 맞춰 근처에 갈 데가 있어 바깥으로 나가 차 트렁크에서 자전거를 꺼냈습니다. 

한 남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 집 앞에 섰습니다. 

고동색과 까만색이 섞인 큰 개 겨울이 주인입니다. 

전에 몇 번 산책길에서 만나면 겨울이는 콩이가 좋아 자꾸 따라오고, 겨울이 주인은 콩이를 붙잡고 있어야 겨울이 목줄을 채운다고 지체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남자랑 말 섞기 싫어 슬쩍 피해 다녔는데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던 사람입니다. 


"콩이가 다쳤어요?"

"네. 고물상 개 두 마리와 유기견 들개에게 물렸어요. 저는 처음에 겨울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들개더라고요." 

"우리 개도 그 개한테 물렸어요."

"네? 그럼 그때 컴플레인 하지 그러셨어요. 그 견주는 자기네 개가 그런 적 없다고 모르고 있던데요."


쉬쉬하는 시골 폐쇄성이 사고에 사고를 낳은 겁니다. 외지인이 끼어들자 문제가 수면 위로 불거진 거였습니다. 


"그리고 겨울이 죽었어요. 기차에 치여서."


악-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습니다. 


"어느 날 집에 안 들어오길래 이상하다 했는데 다음날 기찻길에서 까마귀가 울더라고요. 가보니까 기찻길 옆에...... 산에 묻어주고 나도 며칠 꼼짝도 못 했어요. 지금 있는 개는 다른 개예요. 까미라고."


덩치는 콩이 서너 배 만한데 콩이한테 겁먹으면서도 졸졸 따라오던 겨울이가 그렇게 허무하게 갔습니다. 


겨울아, 안녕.......

우리 콩이 좋아해줘서 고마웠어. 


*


텃밭에 상추가 어린잎을 내어놓고 여린 고추가 매달렸습니다. 

마지막 백밀국수에 상추와 시디 신 김치를 송송 썰어 넣고 고추장에 비벼 먹고는 까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한숨 자고 일어나 보니 제가 보낸 릴리 사진에 답이 와 있었습니다. 

몇 번의 근황이 오가고 


'별님, 

콩이의 수호신이네요. 

지키려 한 바 없으나 부지불식...~~~'


그러게요. 

신은 아니지만. 

지키려 한 바 없으나 부지불식, 그게 정답이네요. 

그리고 마무리 멘트. 


'사랑이 많은 별님...나는 좋아염.'


그 말이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격적으로 일을 하려고 드디어 노트북을 켰습니다. 

학교 LMS에 들어갔더니 메시지가 하나 와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지도해 주신,

0000 팀의 "00 공모전"이 "우수상"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제작한 다큐멘터리 장르를 교수님의 조언과 지도를 통해,

이렇게 수상의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도 잘 따라와 준 학생들에게 고맙습니다!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매일 무언가를 공책에 쓰라는 과제를 내주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뭔가를 시킬 때 시키기만 하지 않고 저도 함께하는 편이라 연초에 쓰던 감사일기를 매일 써나갔습니다. 

학생들이 알건 말건 스스로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요. 

학기말이 다가옵니다. 

이제 이 감사일기를 슬슬 마무리할 때가 다가오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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