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감사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곱째별 Jun 04. 2024

thanks for warm attitude

따뜻한 태도에 감사합니다!


콩이 덕분에 이 사람 저 사람과 연락이 닿고 있습니다.

어젯밤에는 그간 시름에 잠겨있던 친구에게서 드디어 전화가 왔습니다.

왜 계좌번호 안 주느냐고.

강아지 때문에 가슴 아픈 친구에게 어떻게 강아지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습니까?......


자정 직후 잠들었더니 중간에 깨지 않고 새벽 여섯 시 반쯤 눈이 떠졌습니다.


전날 샤워하면서 받아놓은 욕조 물로 계단 청소를 하고 맑은 정신으로 아르바이트 원고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남의 글에서 깊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남에게 없는 것을 결핍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없다”는 것이 부족하거나 모자란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고양이 엄마 아빠가 궁금하지 않듯이. 


글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문자로 전하니 한참 후 답이 왔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하기에 답 대신 얼마 전 결핍에 관한 글을 보냈습니다.


'당연하지 않나요? 결핍이 아니라 원래 사랑이 충만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보다 먼저 콩이 무슨 일 생겼느냐고 궁금해하기에 사고 당일 글을 보내주었습니다.

저자는 이사 직후 콩이를 한 번 보았을 뿐인데 시골에 (어울리지 않게) 고급 개라고 두고두고 말했던 사람입니다. 놀라운 건 다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교정비용 먼저 보냈어요.

보탠 건 아니고... 결재를 좀 빨리 해 드리는 거예요. 콩이 때문에.'


그러려고 알린 건 아닌데 우리는 서울과 시골에서 동시에 눈물짓고 있었습니다.


실은 지난주 다큐멘터리 구성 회의 후 피디에게 콩이 사고와 수술비 이야기를 하면서 받을 구성 및 원고료 잔금의 일부를 미리 좀 받을 수 있을까 물었습니다. 십수 년 간 일하면서 처음 한 부탁이었습니다. 제게 그 돈을 미리 주려면 대출받는 수밖에 없다고 하기에 그럼 괜찮다고 했습니다. 빚지고 사는 건 피디나 저자나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점은 태도죠. 제가 항상 중요시하는 태도. attitude.


정말 그러려고 한 건 전혀 아닌데 이번 콩이 사고를 겪으면서 주변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제 개도 아닌 제 주인집 개에 대해서 어쩜 이렇게 따뜻하고 절절한 손길이 계속 이어질까요?

'마음 가는 곳에 지갑이 열린다.'

교회에서 자주 듣던 헌금 독려 설교입니다.

 

콩이의 복일까요? 제 복일까요?

친구들이 아픈 콩이에게 그리고 슬픈 제게 마음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제 곁에 이렇게 따뜻한 사람들이 있음에 정말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thanks bolt&nu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