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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Jul 27. 2024

동거 쉰 사흗날

콩이 쾌유 일지-목줄 푼 콩이


콩이는 어제 오전 10시에 마지막 X-ray를 찍었다.

골막 형성 5단계 중 현재 3단계라고 한다.


넥칼라를 제거해도 되어서 예약한 미용을 했다.

콩이는 태어나서 미용을 처음 해 본다.

그래서 미용하시는 분이 나더러 도와달라고 하셨다.

콩이를 잡아주면서 강아지 미용을 어떻게 하는지 보게 되었다.


넥칼라 때문에 콩이 턱 부분 털이 본드처럼 달라붙어서 잘라내야 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용사는 콩이 털을 싹 다 밀어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보기엔 미용하는 사람은 대상이 사람이건 동물이건 공통적으로 짧게 자르고 싶어 한다.

내가 아무리 하루 두 번씩 빗질을 해줬어도 속까지 다 엉킨 콩이 털을 이 여름에 어떻게 안 잘라줄 수 있느냐고 했다.

무엇보다 집주인이 걱정이었다.

다리털 밀면 안 나서 밉다고 수술도 못하게 하시던 분 아니신가?

"포메라니안은 털 밀면 다시 안 난다고 하던데요?"

"누가 그래요?"

그리고 빡빡 미는 거 아니니까 괜찮다며, 미용사는 6mm 이발기를 보여주었다.

마지못해 승낙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맹렬한 삭발.

콩이는 꼬리랑 얼굴만 빼고 금방 민둥민둥한 몸뚱이가 되었다.

두 달 동안 간신히 자라게 한 우측 앞다리털도 더 짧게 빡빡 밀렸다.

나는 점점 걱정이 되어 근심스러웠다.

목욕을 시키고 나는 내보내신 후에 얼굴을 곰돌이처럼 귀엽게 다듬어 주셨음에도 기분이 화들짝 밝아지지 않았다.


다시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보며 콩이 고환에서 벗겨지고 있는 피부조직을 물어보니 각화라고 연고를 주셨다. 그 외 미용하고 가려워할 수 있으니 발라주라고 하셨다.


집주인께 X-ray 사진을 보냈더니 전화가 와있었다.

아침밥도 못 먹고 나갔는데 집에 오니 오후 한 시 반. 그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놀라지 마시라니까 사진을 보내보라고 하신다.

사진을 보내고는 좌불안석이었다.


밤에 콩이가 가려워하는 부위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그리고 오늘 오전 9:30 콩이 산책을 하고 들어왔다.


계속 핥길래 그 부위에 연고를 발라주었다.

분홍색으로 된 부분, 각질화된 부분에 꼼꼼하게.

콩이의 민감한 부위에 연고를 발라주면서 이렇게까지 친해지면 어쩌나 싶다. 점점......

덕분에 콩이가 더는 핥지 않는다.


온종일 원고를 다듬다가 오후 5시가 좀 넘어 내려갔다.

집주인께 보여드렸더니 예쁘다고 좋아하신다.

실내에서 키워야겠다고~...^^

휴우~ 다행이다.


17:20 콩이는 저만치 산책 나가서 대변을 보고 왔다.


동네 사람들도 모두 콩이가 다른 개가 됐다고, 예뻐졌다고 하신다.

그분들도 집에서 키우는 개는 어떻게 꾸미는지 알고 계신 듯했다.

그동안 콩이 데리고 하루 두 번 꼬박꼬박 산책시키는 내게 고생한다, 콩이 호강한다, 하셨던 분들이다.


집주인은 부탁드린 비 막이 용 가림막을 가져오셨다.

콩이 집 위로 커다란 차양막이 쳐졌다. 이젠 비가 와도 콩이 집안까지 빗물이 튀기지 않을 것이다.


밖에서 콩이에게 사료를 먹였다. 손으로 줘야 먹는다.


그런데 물청소를 깨끗하게 하고 종이 박스를 깔고 천 매트와 종이 패드를 깔아주어도 콩이는 제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내가 2층에 가보니 내려올 때까지 2층 쪽만 쳐다본단다.

큰일이네.


콩이를 다시 안고 올라왔다.

연고 다 바를 때까지만 실내에 더 데리고 있기로 했다.

올라와서는 처음으로 목걸이를 풀어주었다. 털 밀고는 발게진 피부가 나으라고.

중문 턱에 물건을 올려놓아 넘어오지 못하게 하고는.

콩이는 장애물을 밀어보거나 할 줄 모른다.

막혀있으면 막혀있는 대로 있는다.

현관 바닥에 고개를 대고 엎드려 있는 콩이. 내가 안 보여 답답한 듯했다.


수술하고 갇혀 있을 때 말고는 목걸이 자체를 풀어본 적이 없던 콩이.

실내에서 살았다면 그 가뿐함과 자유로움을  늘 누리고 살았을 텐데.......

미용하고 나니 아주 작은 콩이 몸통과 가느다란 목에 무거운 목걸이가 어울리지 않는다.

콩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그동안 엉켜있을지언정 두터웠던 털이 없으니 모기에도 잘 물릴 테고 도꼬마리에도 더 잘 찔릴 텐데 그 얇은 피부로 어떻게 바깥 생활을 할까?

실은 집주인이 낼지도 모를 화 보다 그것 때문에 나는 더 불안했다.

그래도 하루이틀 후 콩이는 결국 바깥으로 나가서 살아야 한다.

언제까지 내 현관에서 살 수는 없다.

이 안락하고 안전하고 위생적인 곳에서, 무엇보다 내 가까이에서 계속 살 수는 없다.

그게 콩이의 운명이다.

그래도 오늘밤 콩이는 목걸이도 푼 채 몸에 아무 짐 없이 편안하게 잘 수 있다.

동거 53일만에.



* 동거 서른 이튿날,

콩이를 문 유기견이 포획돼 가고는 그날 쓴 동거 일기를 발행 취소한 후 이후 동거 일기를 매일 기록하고 저장하면서도 발행하지는 않았다.


이제 나는 콩이가 다시 바깥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난번 집 근처에서 유기견으로 보이는 흿누런 대형견을 또 발견했다. 소문에 그 개는 사납다고 한다.

바깥은 무섭고 험하다.

털까지 빡빡 깎여 이젠 정말 실내 반려견처럼 되어 버린, 실제로 두 달이나 실내에서 살고 있는 콩이가 다시 바깥 생활에 적응하도록 돕는 일이 내가 할 일이다.  


우리가 떨어져서 서로 각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게 고민이다.

박경리 선생님 말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은 다 아름답습니다'도 맞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가까이 있다 보면 정이 듭니다.  

그래서 멀어지거나 헤어질 때 아프고 힘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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