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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동거 일기

동거 쉰 나흗 날

콩이 쾌유 일지-상사화 핀 날, 두 시간 바깥 생활

by 일곱째별


06:49 산책. 이른 아침인데 벌써 햇빛이 강하다.


09:46~목줄을 해서 두 시간가량 밖에 두어 보았다. 시범 삼아 최초 바깥 생활.


데리고 올라와 보니 깔고 앉았던 배 아래쪽에 흙이 묻어있고 진드기가 물고 있었다. 이런~

신속히 떼어내서 제거.

털이 북실거릴 땐 안 보이던 세세한 모래 한 톨까지도 보이니 큰일이다.

어떻게 예전처럼 흙바닥에 콩이를 둘 수 있을까?

목걸이 풀어준다.


낮 12:14 또 산책.


켄넬을 분해해서 문짝을 떼어냈다.

하지만 콩이는 갇혔던 기억 때문인지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18:00 세 번째 산책. 대변 봄. 어제도 보고 또 보네.


집 앞 상사화가 활짝 피어났다.

무성하게 햇빛 막은 금계국 때문에 못 사는 줄 알았는데 금계국을 없애니 다시 하나 둘 얼굴을 내민다.

지난번엔 한꺼번에 줄을 이어 피었는데 이번엔 하나둘씩.

그래도 좋다.

꽃과 잎이 못 만나서 상사화라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한 줄기 조직 속에 살아있는 한 몸이니 나는 그것도 사랑이라고 본다.


콩이는 목걸이를 풀어주어도 중문턱에 쌓아놓은 걸 밀치거나 실내로 들어오지 않는다.


턱 밑과 고환 부근에 연고를 발라준다.


밤에 되자 실내온도 31도.


통풍이 잘 되는 다용도실로 옮겨준다.

이제 이 동거도 얼마 남지 않았다.


(* 이 일기는 어제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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