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별의 탈핵 순례 사진전 1
7개월 만인 8월 첫 수요일에 서울 미용실에 갔더니, 헤어디자이너가 물었다.
"식사는 제대로 하세요?"
"네? 혼자서 대충 먹죠. 뭐."
"지금 이 머리카락 상태는 급격한 다이어트를 해서 영양이 불균형할 때의 머리예요. 가늘어지고 힘도 없고요."
어쩐지 몇 달 동안 머리 감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심상치 않게 뭉턱뭉턱 빠지고 있었다.
탈모샴푸는 나를 위해 산 게 아니었는데 어쩌다 내가 쓰고 있었다.
커트를 마친 디자이너는 다음에 올 때까지 식사 잘하기 약속을 하자고 했다. 그런 약속을 하자는 사람이 있다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원고지 1000매가량의 원고를 퇴고해서 송고한 지 열흘 만이었다.
그리고.......
2024년 4월, 세월호 참사 10년 잊지 않겠습니다 김정용 사진전을 했다.
전국 어디에든 갤러리만 대관해 주면 전시하고 싶다는 선배를 도와 기획안 홍보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5월 14일 안산 4.16 기억저장소에 함께 다녀왔다.
그리고는 선배가 제안을 하셨다.
사진전을 하자고.
"제가요? (언감생심) 제가 무슨 사진전을 해요?"
사진을 배운 지 7년이 넘어가지만 도보순례하며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못하면서부터는 손바닥만 한 카메라로 걸으면서 띡띡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인 내가?
이제는 어디 가서 사진 찍는다고 말하기도 쑥스러운 내가?
선배는 능곡역 앞 소방서 옆 능곡역프라자 201호 24시간 무인카페 꿈터 갤러리를 운영하고 계셨다.
대관료가 저렴하니 사진전을 하자고 하셨다. 모든 과정을 도와주시겠다고.
그러나 5월 27일 콩이 사고 이후 두 달 동안 나는 꼼짝 못 한 채 콩이 간병을 했다.
다음 달인 6월 15일, 김 선배와 오 선생님이 함께 전화를 하셨다.
일주일 후인 21일 ssd 카드가 집으로 도착했다.
3년 전 해남으로도 두 번이나 과일 상자를 보내주셨던 오 선생님의 선물이었다.
거기에 전시 관련 사진을 전부 모아보라는.
엄두를 못 내고 있던 내게 두 분이 부드러운 재촉으로 지지와 응원과 결정적인 도움을 보내주셨다.
당시 나는 5월 말 연락이 되어 6월 중순에 출판사와 계약한 에세이집 퇴고 중이었다.
30도를 웃도는 집에서 선풍기도 자주 틀지 않으면서 원고지 1000매가량의 원고와 15000여 장의 사진과 씨름했다.
7월 초에 사진을 전부 취합했고,
7월 말에 원고를 송고했다.
8월 첫 금토일 사흘간 1차, 2차, 3차 select을 했다.
능곡역이란 곳에 처음으로 와서 길 건너 소방서 옆 건물 2층 꿈터 카페에서 속성으로 포토샵을 배웠다.
전시를 하려면 사진집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변에서 기왕이면 ISBN을 받으면 좋다고 했다.
걷는사람 출판사에 문의하니 제작비를 대도 500부 미만 출판은 어렵다고 했다.
두 번째 금요일 오후, 편집 회의 후 얼결에 동네 시청에서 출판사 신청을 했다.
토일월 사진집 편집에 함께했다.
편집 디자이너이신 왜가리 대전 사무실에서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였다.
7월 22일 새만금 생태계 복원 기원 월요 첫 미사 다음 날부터 계속 아프던 몸으로 마스크 쓰고 쿨럭대며.
13일 화요일에 옆 동네 세무서에서 등록증을 받고 사업자가 되었다.
다음 날 발행자 번호 신청 후 광복절이 끼는 바람에 ISBN을 오늘 받았다. 그나마도 편의 덕분이었다.
드디어 오늘 사진집 인쇄가 들어갔다.
그 사이인 14일 종이와 커터로 매트를 만들고,
어제인 15일에 프린트하고 종이 테이프로 코너지를 만들어 매트에 붙이고 사진을 끼워 액자를 걸었다.
촬영만 했던 내게 포토샵, 매트와 코너지 제작, 액자 끼우기까지 혼자서 전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겠다던 김정용 선배님의 첫 제자인 내가 다음 주 8월 19일 월요일부터 9월 말일까지 첫 사진전을 한다.
능곡역 앞 24시간 무인 카페 꿈터 갤러리에서.
어제까지만 해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는데,
오늘 오후에 와서부터 지금까지 나 외엔 아무도 없는 이 공간에 26점의 지난 7년 간 걸음과 땀과 눈물과 사랑이 걸려있다.
이 고요가 참 좋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
"함께 걸은 분들과 특별히 전시회를 위해 고생하신 왜가리, 김정용 선배님, 오정신 선생님, 강재훈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