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점에서
새벽에 일어나 냄비에 물을 끓여 머리를 감고 콩이 물그릇의 얼음을 깨주고 길을 나섰다.
책 추천사를 써주신 분이 출판사 대표와 내게 밥을 사주시겠다고 하셔서 서울까지 이동했다.
짧지 않은 거리 이동 중 기차 안에 놓인 전화기로 문자가 한 통 전송되었다.
책도 모자라 인별그램에까지 추천사를 써주신 전천후 지원군.
그분을 만나러 가는 길에 기차역과 이어진 화려한 숍에 들러 크리스마스 솝을 샀다.
이틀 후면 다가올 생일맞이 선물로.
한 때 팔판동에 소중한 이들을 모시고 가 식사하던 레스토랑이 충무로로 옮겨져 있었다.
시그니처 메뉴를 턱밑에 두고 사분사분 대화를 이어갔다.
어른이란 두루두루 챙겨주는 사람.
책을 잘 만든 작가와 편집자에게 칭찬과 격려의 자리를 마련하는 진갑의 소년.
봄볕처럼 따사로운 늦가을 혹은 초겨울 햇살 아래 을지로를 거쳐 광화문까지 걸어 교보문고에 가보았다.
어제 몇 년 만에 연락준 이가 구매했다고 찍어 보내준 내 책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러.
내 덕분에 교보문고에 와서 지성인이 된 것 같다고, 한 권밖에 못 사서 미안하다며 식구들과 같이 읽겠다던 이. (온라인이 아닌) 꼭 서점에서 사야 될 것 같았다던 그이의 마음을 따라 에세이 코너를 찾아가 보았다.
세상에~
오래전 치열함이 피 튀기던 내 소설 속 그 자리에 책이 누워있었다. 무명 시절의 참담함을 해원하는 풍경이었다. 내 고향 서울은 꿈을 이루어주는 곳. 십 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내가 오늘 그곳에서 만났다.
산책 코스였던 인왕산과 북악산이 한눈에 보이는 광화문에서 한때 진경산수화 같은 정원을 지녔던 지난날의 나를 보았다. 그랬던 내가 떠난 이유가 파란 하늘 아래 능선 위에 있었다. 노랗게 물든 서울 거리에서 굴뚝새는 아무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