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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감상문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를 읽은 어느 노동자의 감상문

by 일곱째별


작년 가을,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가 나온 후 책에 등장하는 80여 명에게 책을 선물했다.

그후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희망 뚜벅이하러 기차 타고 눈 내리는 영동을 지날 때였다.

아산에도 있는 공장에 안부를 전하며 보내드린 책 잘 읽으시고 감상 부탁한다고 하니 세 시간 만에 긴 감상문이 문자로 왔다.

그때까지 받은 리뷰 중 최고였다.

평생 노동을 해 온 노동자가 노조사무실에서 쓴 글이기에 더욱 감동이었다.


글쓴이의 허락을 받아 싣는다.


(휴대전화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려면 저장 용량을 줄여야 하기에 이곳으로 옮기고 문자를 삭제한다.)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일기


세차게 때리는 바람에 옷깃을 세우고 새벽바람을 맞으며 출근길에 올랐다.

오전 8시가 조금 지나자 함박눈이 내리고 잠시 잠깐 바깥에 나가보니 회사 운동장이 하얀 눈밭으로 변해 있었고 정원수, 저 멀리 나무들도 모두가 눈꽃으로 변해 있는 모습에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세상이 더러워져 욕지거리를 날리며 살아온 나날이었는데 하얀 눈처럼 깨끗해졌으면 바람을 생각하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반가운 문자인지, 숙제를 해야 하는 문자인지 생각하며 별님의 문자에 간단한 문자를 하고 정원 일기책을 다시 손에 들어서 읽기 시작했다.

처음 책을 받고 읽기 시작했는데 2/3를 읽었다.

문장력 표현력에 감탄하고 주위의 동료들에게 표현력이 남다르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오늘 남은 부분을 다 읽었다.

솔직히 글 내용 맥락은 다 캐치하지 못했다.


작가님의 늦은 나이에 홀로서기가 궁금했고, 왜 안락한 가정을 뒤로하고 고행(누구는 행복)의 길로 들어섰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작가님의 어린 시절 얘기가 공감이 되면서 서울 사람처럼 깍쟁이 같은 외모 차가운 인상 똑똑해 보이는 모습 제가 생각한 상상이 작가님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었네요.

저는 똑똑한 사람과 예쁜 사람을 많이 좋아하는 성격입니다.

제가 상대적으로 가지지 못한 부분이기도 하고 저의 어린 시절은 열등감의 존재였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도 선배들에게 그다지 인정을 못 받았다고 생각이 많이 들었답니다.

현재의 나는 오로지 끈기와 노력의 결과이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본인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모습에 저도 옛일을 회상하고 현재의 저를 다시 돌아봐 주실 기회를 주셨어요.

힘들다고 말할 때 누군가는 좀 내려놓고 살아라라고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데 현실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저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렸는데 작가님의 뒤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

할머니가 사시는 집에 함께 살아도 되고, 내 소유의 집이 아니어도 된다.

마음이 맞는 남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그런 정원이 있는 집이 나를 기다려 줄까 하면서도 작가님은 항상 부족하면 부족 한대로 본인 손때를 묻혀가며 가꾸어 나갔습니다.

두릅의 가시 줄기를 낫 한 자루와, 톱 한 자루로 마치 전쟁을 한다는 느낌으로 싸우셔서 주위의 배롱나무 채소를 지켜 주셨죠.

작가님의 크지 않은 체구에 처음 접해보는 낫질의 이야기에 저는 낯설고 어색해 보였답니다

낫질의 절정 고수가 보았을 때 작가님은 왜낫을 사용하셨다면 이빨이 다 나갔을 것이고 조선낫이라면 무거워서 한 손으로 휘두르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힘들었겠지만 작가님의 마음이 전쟁에 임하는 자세라서 거뜬히 해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작가님도 왜 내가 이런 고행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대목도 있지만 결국은 찾아내시고 세상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시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생활을 하면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이 듭니다.

세월호 희생자의 아픔을 느끼고, 이태원 젊은 청년들의 죽음 그 자리에 가보았을 때 느낌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슬픔조차도 느끼지 못할 분노의 시간이었든 것 같습니다.


정읍의 정원 일기는 저희와 한번 만남이 있어서인지, 작가님께서 자주 소식을 알려 주어서 인지 어색하지 않네요.

당시에 왜 이런 고생을 하시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질문도 한 것 같고. 서울집에는 가시는 것 같은데 가족 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걱정은 안 하시는지, 물론 정리하시고 고행길에 들어섰다고 생각은 듭니다.


두려움, 무서움, 겁도 많고, 낯가림도 심하시고 이런 작가님이 홀로서기에 부족한 부분인데 깡은 좋은가 봅니다.

많은 부족함을 깡으로 버틴다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네요.

집요함 끈질김 깡,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넘치는 것도 있는 게 세상의 진리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뒷 얘기 할 때는 항상 부족한 부분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죠.

작가님은 공주처럼 우아하게 사셔야 하는데 늑대가 득실득실한 세상에 나오셨어요.

이런 세상에 홀로서기한다고 큰 모험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고, 어렵다고 도움 줄 친구들에게 직접 연락도 못 하시는 분이어서 더 아프네요.

지치고 힘들 때 연락 주세요.

작가님의 이야기 들어주는 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고행의 길에서 작가님의 인생의 길을 찾길 바라고 작가님의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2024년 11월 27일


아름다운 눈이 내리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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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SNS도 안 하는 내가 4년 동안 매번 그들의 현장에 뛰어가 그 노조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건 이 분 덕분이다.

새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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