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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석 Oct 19. 2017

이직을 결심하다 #4
(이제, 이직은 필수-2)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대안, 이대리의 이직 이야기)

2) 회사는 절대 직원의 편이 아니다

 “이제 네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일단, 부서에서의 너의 상황.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지?”

 잠시의 침묵을 깨고, 선배가 말을 걸었다. 잠시 생각하다 대답을 했다.

 “인사부에 가볼까도 생각했었어요.”

 선배는 내 말을 듣더니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리 권하고 싶지 않다. 인사부는 회사 입장에서 문제를 처리하지, 직원을 배려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

 “부서장님까지 그렇게 나오데, 솔직히 방법이 없어요.”

 나는 대답을 하면서도, 기분이 우울해졌다.

 “지금 너의 상황 속에서 부도덕하고 못된 인간들은 차장과 수석이란 사람들이 맞아. 그런데 가장 나쁜 사람은 너희 부서장이야. 자신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그런데 해결하기는커녕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잖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부서장은 나를 신임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부서장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팀에서의 많은 문제들을 나에게 부담하게 해도 그냥 참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부여된 관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어떻게는 떠넘기려고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밖에서 볼 때 팀은 잘 운영되는 것처럼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만 갔다.

 “만약 인사부에서 이런 사실들을 알고 개입한다면, 누구를 보호할 것 같니?”

 사실 그것이 궁금했다. 

 “제가 분명 피해자라는 것은 맞는데, 어떻게 귀결될지 확신이 없었어요.”

 선배는 나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는 너희 부서장이야. 회사에 헌신적으로 일하면서, 그에 따라 성과도 내는 사람. 그 원칙에 맞춰 문제는 덮어지겠지.”

 선배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점점 무기력해지고 있다고 느꼈던 것은 회사에서 아무도 내 편이 되어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선배는 우울해하는 나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전에 있던 회사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어. 한 팀장이 있었는데, 탁월한 성과를 내던 것은 사실이야. 그런데 문제는 그 팀장의 인격과 업무를 추진하는 방식이었어. 너무 성과만을 중시하면서 직원들을 몰아갔고, 그 과정에서 인격적인 모욕도 심했던 것 같아. 적지 않은 직원들이 그 팀장 때문에 회사를 떠났어.”

 “그러면 그 팀장이란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요?”

 “승진했지.”

 “정말 최악의 결과인데요. 그래도 여러 명의 직원들을 떠나게 할 정도라면, 커다란 문제 아닌가요?”

 “인사부에서도 그 팀장의 문제는 알고 있었어.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우수한 성과를 내는 팀의 리더가 중요한 것 아니겠어? 주니어 레벨의 직원들은 얼마든지 시장에서 채용하면 되잖아. 취업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문제를 그렇게도 바라볼 수도 있는군요.”

 “회사는 절대 직원 편이 될 수 없어.”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딱히 무언가가 생각나지도 않았다. 지난 5년간 그렇게도 헌신했는데,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더 혼란스러웠다.

 선배는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회사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해?”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할 말이 없었다. 회사는 나를 고용하고 있었고, 나는 일을 하고 그에 따른 보상, 즉 월급을 매달 받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회사라는 존재는 실체 불분명했다. 

 “회사라고 하면, 사업상 이윤추구를 위해 모인 집단인 것은 분명하겠죠. 그런데 회사라고 부를 수 있는 대상이 조직인지, 직원들인지, 아니면 사업 목적인지 잘 모르겠어요.”

 “나도 동의해. 회사 그 자체로는 실체가 없어. 회사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라는 의미겠지.”

 “그런데요, 선배. 물론 회사에서 좋은 기억도 많지만, 회사는 직원들에게 괴로운 문제를 계속 던져주는 것 같아요. 불합리한 면은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고.”

 “그래서 네가 아까 일이 재미있으면, 월급을 왜 주겠냐는 말을 한 거 아니겠어?”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선배는 잠시 유리밖에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다, 말을 이어갔다.

 “회사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해져. 하나는 회사의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에서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는 수단이지.”

 “회사의 목적과 동기 부여 수단이 문제라고요?”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 회사의 본질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까.”

 나는 선배가 계속 말해 주기를 기다렸다.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야. 회사의 목적은 이윤이라고. 당연히 회사의 이익이 최우선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어. 또 필연적으로 회사에 헌신적이고,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들이 우선이지, 인격과 성품이 우선이 되는 곳이 아니야. 

 만약, 회사 내에서 갈등이 발생할 경우에는 이런 원칙에 의해 해결하려 할 거야. 물론 회사 내에서도 규정과 사칙이 존재해. 대부분의 경우 상식대로 해결되겠지만, 회사에서 완벽하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문제 해결을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 순진한 것이겠지.”

 선배는 말을 마치고, 바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움직이는 수단이 뭐라고 생각해?”

 “그야 당연히 연봉 아닐까요? 그리고 인사조치도 있고.”

 “정확하게 말하면 승진이라고 생각해. 연봉은 사실상 승진과 연동되어 있다고 봐야겠지. 승진을 위하여 업무 평가를 잘 받으면 높은 연봉 인상률과 인센티브를 기대할 수 있게 되니까.”

 “사실 승진과 연봉이 직장인에게는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가 싶어요.”

 “연차에 부합하는 승진은 회사에 다니면서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해. 승진이라는 것을 포기해버리면, 회사 안에서 스스로 존재 이유를 만들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

 “저도 이번에 승진에서 누락되자, 스스로 자괴감이 생기던데요.”

 “승진, 그것도 빠른 승진이라는 것이 참 묘하더라. 내 인격의 부족함인지 모르겠지만, 승진했을 때 왠지 남들보다 우월해지는 것 같았어. 또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도 컸지. 인상된 월급을 확인하면서 왠지 풍요로워지는 것 같았고.”

 선배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승진이란 것, 그리고 연봉이라는 것이 사람의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것 같아. 조직 안에서 남들보다 우월하고 싶다는 것, 조금 더 많은 돈을 갖고 싶다는 것. 더구나 월급은 곧, 생존과 직결된 문제야. 이보다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여기에 조직 안에서 생존하려고 발버둥 치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든 못할까 싶어.

 나는 회사에서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런 마음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선배의 말을 듣고, 순간 무릎을 쳤다. 한 번도 회사에의 승진과 연봉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하는 요인은 다양할 수 있겠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승진과 연봉에 의해 직원들은 회사 안에서 열심히 일하려고 해. 

 생각해 봐. 사람의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면서 직원을 움직이려 하는데, 어떻게 직원들을 배려하려고 하겠어? 그리고 여기에 조직 안에서 어떻게 든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은 온갖 잔머리를 굴리고 있어. 상식이 통할까?”

 “그래서 사회에서 좋은 상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그 때문이었군요.”

 선배는 웃으면서 말했다.

 “어디를 가나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인생의 복이지.”

 선배는 말을 이었다.

 “물론, 회사마다 원칙을 정해 놓고, 이를 어겼을 경우 강하게 집행하기도 해. 하지만 발생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회사에서 원칙으로 설정한 선을 넘었다고 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아. 거기다 그런 문제들은 한 번에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이로 인해 관계는 점점 악화되고, 그 과정에서 힘없는 직원이 희생당하게 되지. 

 아마 누가 옳고, 누가 잘못했는지는 분명할 거야. 정당하게 문제가 해결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 그런데 사회에서의 관계는 옳고, 틀린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더라.”

 “만약 그런 문제들이 발생한다면, 회사가 원하는 해결방법은 뭘까요?”

 “그야 당연히, 겉으로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것을 원하겠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동안 나에게 있어서 회사는 헌신의 대상이었다. 회사에서 열심히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고 미래가 열릴 것이라 생각해 왔다. 당연히 많은 직장인들은 그렇게 정당한 보상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달랐다. 이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선배는 마지막 펀치를 날렸다. 

 “지금의 경제 상황도 면밀하게 생각해 봐야 해. 지금은 저성장 시대야. 앞으로도 이러한 경제 기조는 계속될 거야. 

 저성장 시대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은 비용 절감에 혈안이 되어 있어."

 "맞아요. 저희 회사도 원가 절감 TF(Task Force)를 구성했어요. 지금 출력 용지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방안으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지출하는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건비야. 회사 입장에서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있어?”

 나는 고개를 가로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매월 급여일마다 입금되는 월급을 당연하게만 생각해 왔다.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는 않았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너를 채용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연봉만이 아니다. 4대 보험도 들어야 하고, 퇴직금도 적립해야 하지. 그리고 책상, 의자와 같이 일하기 위한 사무용품과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공간 또한 회사에서 감당하는 비용이야. 여기에 각종 복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비용도 추가해야 하고. 회사에서는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연봉만큼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할 거야”

 선배는 잠시 말을 멈추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저성장이 계속되면, 향후 고용 상황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선배의 말을 들으니, 더 모르겠어요. 도대체 회사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에요." 

 우울한 표정으로 선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어. 상대방을 알아야 해. 내가 회사에 대해 냉정하게 말한 것은 회사가 어떠한지 알라는 거야. 

 회사에 있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힘든 일이 생겨. 그런데 힘들면 참겠는데, 이해하지 못할 일도 경험하게 되지. 

 그런데 회사가 원래 그런 거야. 회사의 속성을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라는 거지. 그래야 네가 어떻게 대응하고, 행동해야 할지, 또 어떤 생각과 태도로 생활해야 할지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어?” 

 "선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죠?"

 "무엇보다 회사에 종속되어, 회사에 의존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해."

 "선배, 솔직히 어떻게 회사에 있으면서 회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가요? 저는 자신 없어요."

 “지금 이 회사는 내 삶의 과정 중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필요해"

 "제가 살아가는 과정 중 일부분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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