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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석 Oct 18. 2017

이직을 결심하다 #3
(이제, 이직은 필수-1)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대안, 이대리의 이직이야기)

2. 이제, 이직은 필수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들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들이다. – 찰스 다윈

 

 이직이라?

 최근 들어 지금의 회사를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부쩍 많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에 그칠 뿐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마음은 없었다. 그냥 이직에 대한 생각은 희뿌연 연기로 가득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희미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지금 회사를 통해 누리고 있는 것들을 한순간에 놓아 버리는 듯하여, 그것이 아까웠는지도 몰랐다.

 “그동안 이직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닌데, 그럴 때마다 이직은 왠지 막연한 느낌이었어요.”

 “지금 당장 이직을 하라는 뜻이 아니야.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이직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지.”

 “선배, 그래도 저는 공채로 입사를 했어요. 저희 회사에는 이직하신 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공채 출신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편이죠. 그리고 지금 같은 경제 상황 속에서 이만큼의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도 많지 않은 것 같고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구조조정에 관한 소문이 들린다면서?”

 “그런 이야기들이 돌 때마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되더라도, 연차가 많은 직원들이 대상이 될 것 같고요. 설사 다른 회사에 합병된다고 해도 고용은 승계된다고 하니...”

 대답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말끝을 흐렸다.

 “마치 회사가 너를 책임져 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구나.”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선배의 질문에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늘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동시에 회사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상황에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정작 회사라는 울타리 속에서 안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1) 과연 회사가 나의 삶을 책임질 수 있을까?

 선배는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검색하더니, 나에게 건넸다. 국내의 한 은행에서 영업점을 대폭 줄인다는 기사였다.     


은행 영업점 80% 폐쇄, 금융판 뒤흔들다


[한국서 전례 없던 과격한 구조조정]

직원들은 전화 및 디지털 업무로 재배치

 XX은행이 발표한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은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고 지점을 대폭 축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금융 소비자들이 많은 서비스를 디지털 채널을 통해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영업점을 지금처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로 상징되는 '대형화'로 진행돼온 금융업의 '진화'가 디지털 혁신을 맞아 급진적인 몸집 축소기(期)에 돌입했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차장은 "요즘 젊은 직원들끼리 '우리가 은퇴하기 전에 은행원이라는 직업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며 "대중을 위한 오프라인 영업을 사실상 접겠다는 XX은행의 방침에다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4월 3일)까지 겹쳐 자조감 섞인 불안이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지점을 파격적으로 줄이는 은행권의 '급진적 다이어트'는 해외에선 이미 몇 년 전부터 진행돼 온 트렌드다. 영국의 로이즈은행은 100개, RBS는 158개 지점을 최근 폐쇄키로 했다. 미국 컨설팅사 '오피마스'가 2025년까지 전 세계 은행원 23만 명이 사라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지난달 내놓기도 했다. 

 대표적인 '질 좋은 일자리'인 은행원까지 인공지능 등 '기계'에 자리를 내줄지 모른다는 전망은 안 그래도 일자리가 줄어드는 한국 사회에 공포를 드리우고 있다.


 불과 얼마 전 기사였다. 금융 산업이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혁신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혁신의 결과가 그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씁쓸했다.

 "이 은행에서는 당장 구조조정은 없다고 공표한 상황이야. 그래도 이제 이 은행의 직원들은 어떻게 될까?”

 “그동안 본인이 해왔던 일과는 다른 종류의 업무를 해야겠죠. 그 과정에서 업무 만족도나 직원들의 희망업무 같은 단어들은 그야말로 호사스런 말이 되겠네요.”

 “더구나 사회에서는 그 직원들의 하소연을 용납하지 않을 거야. 요즘 같은 시기에 그래도 그런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배부른 소리를 하려고 한다고 할 걸? 

 하지만 그 은행의 직원 입장에서 생각해 봐. 얼마나 힘들겠어?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인력 감축으로 가지 않을까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하겠지.”

 취업 준비에 한창일 때만 하더라도, 은행은 공기업과 함께 가장 가고 싶은 직장 중 하나였다. 높은 연봉과 안정된 근무환경이 보장되었다. 물론 지금 모든 은행들이 영업점을 큰 폭으로 감축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채용에 적극적인 은행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영업점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은 분명해 보였다. 

 “우리나라에 스마트폰이 처음 보급된 해가 2008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해. 뒤이어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뱅킹 서비스를 은행마다 경쟁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어. 기본적인 은행 업무는 스마트폰으로 다 할 수 있게 되었고. 사실상 그 때부터 이러한 상황은 예견되었다고 봐야겠지.”

 선배는 담담한 듯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 당시,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던 선배의 감회가 남달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기술의 혁신 주기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도 점점 가속화되어 갈 거야. 그것에 맞춰 산업들의 변동성은 더욱 커지겠지. 이런 환경에서 기업들의 영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야.”

 선배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에 자동차 네비게이션의 수요는 급감했고, 카메라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었던 코닥이라는 필름 회사는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라져갔다. 

 선배는 말을 이었다. 

 “얼마 전에는 조선회사에 다녔던 후배를 만났어.”

 “조선업계는 요즘 많이 힘들잖아요?”

 “맞아. 후배는 조선업계에서는 알아주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러다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어. 너는 잘 모르겠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조선업종은 우리나라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했었어. 조선사들의 주가도 무섭게 상승했었고.”

 "그랬던 회사들이 지금 이런 어려움을 겪는 거군요."

 "요즘 언론에서 거론되는 바와 같이 그 원인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조선 산업 주기가 변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거야. 북유럽에서 우리나라로 넘어왔고, 이제는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지."

 "선배, 설사 회사가 직원들의 정년까지 보장하고 싶어도 회사가 그 때까지 운영되는 것 자체가 힘들겠어요."

 "기업의 생존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은 이미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야. 산업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고."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험하다는 의미로 들리는데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된다는 의미기도 하지. 그런 기회를 찾기 위해서라도 한 곳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신입사원 연수를 받을 때가 기억났다. 인사부 부장님이 강사로 한 시간 정도를 강의하셨는데, 그 자리에서 우리는 회사 안에 있으니 경제적으로 안전지대에 있다고 말씀하셨다. 당시에는 그 말에 동감했던 것 같다. 사실 회사에 취업하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도 경제적 안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산업의 변동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변화가 심했다. 회사도 이에 따라 어떻게 흔들릴지도 모르는 곳이었다.

 “조금 전 네 말대로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은 주로 연차가 많은 분들을 먼저 퇴직 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야. 그러나 어디까지나 지금까지 그래왔다는 거지 앞으로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지.”

 선배는 잠시의 침묵을 깨고, 말을 이어갔다.

 “내가 방금 말했던 후배. 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할 당시 직급이 대리였어. 겨우 5년차에 불과했지”

 “이제는 구조조정의 형태로 달라질 수 있겠군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식으로.”

 “그렇지.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이 더 있어.”

 "그것이 뭐죠?"

 "인간의 수명."

 순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직원의 삶을 책임지지 못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인간의 수명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은 100세 시대야. 이제는 생명보험도 100세 보장 상품이 주류라고.”

 “100세 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회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직 너에게 정년은 먼 이야기겠지? 요즘 회사 정년은 잘해야 50대 초∙중반에 불과해.”

 “저희 회사는 임원이 되지 못하면 그냥 그렇게 회사를 다니다가, 정기적으로 거르는 희망퇴직의 대상이 되어버리죠.”

 “이제 한 가지 일만 해서는 평생 살 수 없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 늘어나는 노후는 어떻게 준비할 것이지 고민해야 해. 정말 운 좋게 한 회사에서 정년까지 다녔다 하더라도, 필연적으로 다른 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거지.”

 정말 그랬다. 아직은 정년은 먼 이야기였지만, 이제 한 가지 일만 해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했다. 

 “정말 그렇군요.”

 “나도 사회생활을 은행 공채로 시작했어. 그 때 동기들 중 상당수가 그 은행에서 여전히 근무하고 있지. 

 하지만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게 될 거다. 세상은 빨리 변화해 나고, 그럴수록 기업의 생존 주기는 짧아지고 있어. 동시에 사람의 수명은 늘어나고 있고. 

 회사는 절대 직원의 삶을 책임져주지 못해. 내 삶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대화를 멈추었다. 선배는 커피를 마시며, 잠시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갔다. 그동안 나에게 회사는 어떤 곳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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