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꿈꾸는 직장인들의 전략적인 대안, 이대리의 이직 이야기)
둘레길을 걷다가 산의 정상을 향하는 길이 나왔다. 그러자 선배는 그 길을 따라 정상까지 가보자고 했다. 선배와 함께 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높지는 않았지만 오르막길을 걷고 있으니 숨이 차기 시작했다.
“선배, 그동안 왜 이렇게 일만 열심히 했을까요? 늘 회사를 우선으로 여기면서, 일을 떠안고 정신없이 일만 했는지 모르겠어요. 결국에 저에게 남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기분이 우울하네요.”
“후회는 할 필요 없지. 문제를 발견했다면, 지금부터라도 변화하면 되는 거니까.”
선배는 말을 이었다.
“40대 이후에는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을 하지. 그것은 살아가면서 태도와 성격, 가치관들이 그 흔적을 남기기 때문일 거야.
사람의 태도와 가치관은 발산되는 거야.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은 마치 우리가 지금 산을 오르면서 땀을 흘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너의 그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업무 태도는 어디를 가든 그렇게 발산될 거야.”
“선배, 정말 그럴까요?”
“그럼, 그것은 장담할 수 있어.
나는 소위 말하는 스펙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야. 그래도 그동안 원하는 회사들로 이직할 수 있었던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업무 태도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
“채용을 할 때, 면접은 보통 1~2차례 정도잖아요. 그 몇 차례의 면접으로 어떻게 태도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면접관들은 보통 팀장 이상이니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는 눈이 있겠지.
무엇보다 업무 역량은 자신의 언어로 표현될 때 증명될 수 있어. 같은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사람과 읽은 내용을 말하는 사람은 진정성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는 법이야. 듣는 사람은 바로 차이를 알아낼 수 있다고.
자신이 담당했던 업무를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최선을 다했어야 가능해.”
“말씀을 들으니, 다행이다 싶어요.”
“더구나 지금의 너에게 있어서 중요한 자산 중 하나는 회사에서의 인간관계가 될 거야. 그 직장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과는 다른 회사로 가더라도 계속 관계를 이어가야 하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회사의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자신의 업무를 성실하게 해내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해.”
“말씀을 듣고 보니, 업무 외의 일들이 중요시될 때 소위 말해 사내 정치라고 불리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직원들 대부분은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야. 팀이 달라 특별하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도, 사무실에서의 네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을 거야. 대부분은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지 다 알고 있어. 굳이 자신이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책임을 성실하게 감당할 때, 지금 직장에서의 관계들을 바로 너의 자산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거야.”
정상으로 가는 길에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했다.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물을 마셨다. 선배가 말을 걸었다.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 대학의 졸업식에서 연설한 거 혹시 알고 있니?”
“그럼요. 지금 봐도 가슴 뛰는 연설이에요. ‘stay hungry, stay foolish.'로 유명하죠. 저는 이 연설문을 영문으로 모두 외우기도 했는걸요."
“나에게도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연설이야. 그중에서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커넥팅 닷(connecting the dots)이라는 문구야.”
“과거의 사건들(dots)이 연결되어 오늘을 만들었고, 그것이 결국에는 미래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잖아요.”
“제대로 알고 있구나. 스티브 잡스는 미래를 내다보며 점을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시간이 흘러 뒤를 돌아보며 연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
과거의 일들과 선택들이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연결된다는 것. ‘connecting the dots’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삶의 궤적’이 될 것 같아.”
“아! 삶의 궤적이요. 좋은 표현이네요.”
“순간순간의 태도와 선택들이 모여 선으로 연결되고, 그것이 궤적이 되어 우리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거야.
그런데 궤적을 쫓아가다 보면, 그 방향을 알 수 있게 되지. 결국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선택과 태도들이 연결되어, 미래의 내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는 거야.”
“선배, 지금까지의 삶의 모습이 내일의 ‘나’를 만든다는 것. 어쩌면 이것만큼 도전이 되는 말도 없어요. 지금까지 타성에 젖어서, 때로는 무기력하게 일상을 보냈던 일들을 돌아보게 되네요.”
“회사는 직원에게 불합리한 일도 많이 던져주지. 하지만 그 순간 어떤 태도로 그 일을 감당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도록 해야 해. 그리고 그때의 태도가 결국 ‘나’를 만들어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