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직장이 평생의 밥벌이를 만든다.

가보지 못한 길보다 소중한 지금의 최선의 선택이다. 후회는 없다.

by 세화

오늘은 브런치 발행일입니다.

미리 써두었던 글을 보며 발행전에 다시 한번 생각에 잠깁니다.

'내가 만약 그때,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

국어 선생님이 되는 꿈을 이루었을까?

아니면 연기자가 되었을까?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았던 꿈 많던 시절. 당시 접어야만 했던 꿈들을 가슴에 묻고 많이 아파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종종 생각해 봅니다.

지금 그 꿈들을 이루었다 한들, 지금보다 더 나았을까요?

어쩌면 이루지 못한 또 다른 꿈을 그리워하며 아쉬워하고 있지는 않았을까요.

인생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법입니다.


확실한 건,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무엇보다 내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습니다. 나는 잘 선택했고, 잘 살았습니다.


첫 직장이 평생의 밥벌이를 만든다고들 합니다.

그 말에 저 역시 깊이 동의합니다.

우리가 유치원에서 사회의 기초를 배우듯, 첫 직장은 사회생활의 기본기를 익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일하는 태도와 말투, 관계를 맺고 책임지는 방식들. 그때 몸에 익힌 기술과 감각은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이직을 하더라도 보통은 비슷한 일을 찾게 됩니다.

새로운 방향으로 꺾는 일은 늘 부담스럽고, 사람은 본능적으로 익숙한 쪽으로 몸이 먼저 움직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게 첫 직장에서 배운 일이 경력이 되고, 어느 순간 '평생의 밥벌이'가 되기도 합니다.

내 현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학은 중퇴했고, 신용은 회복 중이었습니다.

할 줄 아는 일이라곤 웹에 관련된 얕은 지식뿐이었으나, 전문적인 작업 능력이 부족해 웹 에이전시 취업조차 쉽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매달 상환해야 할 비용이 많아 "그냥 직장이나 다니지 뭐"라는 식의 안일한 선택은 제게 사치였습니다.

하지만 나이는 어려도 이미 웹 에이전시 영업 3년 차였고, 나름 고객을 대하는 노하우도 있었습니다.

사실 웹 업계에서 3년 차가 되면 자존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입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고민은 깊어지지만, 주니어를 벗어나기 시작하는 3년 차에는 무엇을 해도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곤 하니까요.


결국 고민 끝에 다시 웹 에이전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아니, 고민이란 걸 하긴 했을까요? 그저 살아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지금 당장 나를 지탱해 줄 일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고객 상담 정도만 겨우 할 수 있었던 제게 웹 에이전시는 그나마 창업의 문턱이 낮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웹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가 낮았기에, 어쩌면 저는 그중 조금 더 나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회사를 운영하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채우고자 종로에 있는 그린컴퓨터아트학원에 등록해 웹디자인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그때가 스물다섯, 2004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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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 시절, 여러분은 마음에 어떤 결핍을 안고 있었나요?

당시 여러분을 잠 못 들게 했던 그 치열한 고민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것이 당신의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근육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 지금 막막함 속에서 길을 찾고 있는 사회초년생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지금의 그 고단한 고민이 결국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근육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부디 기꺼이 그리고 충분히 고민하며 나아가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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