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온 초콜릿

떠나는 자와 돌아오는 자

by 세언

귀퉁이를 집어 세게 누르자 힘을 준 모양대로 부러진다. 입 안에 넣으면 바작거리며 맑게 부스러지는 소리가 난다. 조각마다 정성스럽게 씹고 있다는 생각으로 먹는 행위에 집중한다. 쌉싸름한 맛보다는 고소하고 달큰한 맛이 올라오는 게 좋다. 어디서 사온 초콜릿이라고 했더라, 기억을 더듬어봐도 바로 떠오르지 않아서 포장지를 뒤집었다. 희끄무레한 시야를 정리하기 위해 눈을 몇 번, 그렇게 꿈벅이다가 불현듯 B가 뉴질랜드에서 돌아올 때 사서 선물로 주었음을 떠올렸다. 지난여름부터 오래간 냉동고에 묵혀서 그런지 지퍼백으로부터 비릿한 냉장고 냄새가 올라왔다. 가루까지 다 털어먹은 A는 지난여름을 돌이켰다.

떠난 날이 있으면 돌아오는 날도 있겠지. 막연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겠다는 A도, 여행을 다니며 돈을 벌겠다던 B도 모두 그 여름에 돌아왔다. 우리 또래는 있는 자리에서 쉬엄쉬엄 뿌리를 내리는 것이나 안정감 같은 것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바쳐가며 열망하는지를 제법 어림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마음 한켠에서는, 적절한 시기를 알만큼 머리가 컸다고 생각하면서도 영락없이 애처럼 굴고 싶은 마음이 자랐다. 그렇지만 떠나본 사람들은 종래에는 다시 또 훌쩍 떠나고 싶어지지 않던가요,라고 속절없는 말대꾸를 하면서.


20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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