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의 침입자
비가 세찬 날이면
열감기 앓던 옆집 아이의 기침 소리에
잠을 이루기 곤란한 여름이었다
아이의 부모는 종종 집을 비웠고
일이 없던 나는 내내 벽 너머였다
어느 젖은 어둠이 드리운 날엔
텁텁한 숨을 먹는 소리에 와륵 겁이 나
잠기지도 않은 현관문을 열고 빼꼼하였다
오밤중의 침입자에
그토록 선 그을 줄 모르는 눈망울도 있었던가
대뜸 이름을 알려오는 그 아이의
바싹 말린 입술을 벌려 타레놀을 넘기고
희고 둥근 축축한 이마를 쓰담노라면
숨을 부러 가삐 내쉬어 보이는
여섯 살배기의 어리광을 알면서도
나는 네가 가여웠고
내가 너를 가여워한다는 사실을
너는 이미 알고 있었고
그러나 하룻밤의 침입자가 가여운 마음을 가져봤자다
동튼 뒤에는 물러나야만 하는 자이다
그해 여름비가 몽땅 쏟아지고도
이름을 새로 부를 일은 없었다
매년의 빗소리에 잠기는
연연한
이름만 고여갔다
씻겨내려가는 법 없는
이름만이 남은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