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이 후두신경, 상후두신경, 부갑상선
올해 4월 Frontiers in pediatrics 저널에 내가 두번째 저자로 올라간 논문이 실렸다. 제목을 한글로 하면 "소아 갑상선 암 환자의 근본적 치료와 삶의 질 향상의 균형을 위한 고려 사항 : 성향점수매칭을 이용한 성인 사례와 비교"이다. 이 논문은 해당 저널의 Innovative Approaches in Pediatric Surgical Oncology 시리즈 중의 한 논문으로 게재됐다.
논문을 소개하기에 앞서 갑상선 수술 전반에 대한 정보를 알려드리고자 갑상선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다. 갑상선 수술 후 합병증(목소리 변화, 칼슘 결핍 등)에 대해 궁금하시거나 수술 방법, 수술 과정이 궁금하신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현재 계획은 아래와 같다. 추후 수정될 수 있다.
▶ 갑상선 수술 이해하기
1) 갑상선과 주변 구조물
2) 전통적 갑상선 수술
3) 로봇 갑상선 수술
▶ 갑상선 관련 정보
1) 갑상선 암의 종류와 임상적 특징
2) 갑상선 병기 설정과 수술 방법 결정
3) 필자 논문 소개
4) 되돌이 후두 신경 썰
갑상선 수술을 이해하기 위해선 갑상선의 구조와 주변 해부학을 알아야 한다. 설명을 다하고 갑상선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목소리 변화와 칼슘 부족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목차는 아래와 같다.
■ 갑상선 구조
■ 주변 해부학
1) 되돌이 후두신경(RLN)과 상후두신경(SLN)
2) 부갑상선
■ 갑상선 수술 후 목소리 변화 : RLN, SLN
1) 되돌이 후두신경 손상
2) 상후두신경 손상
3) 손상 빈도
4) RLN, SLN의 주행
■ 갑상선 수술 후 칼슘 결핍 : 저칼슘혈증, 부갑상선기능저하증
■ 실제 수술 사진 : 되돌이 후두신경, 부갑상선
우리가 목 앞을 만졌을 때 툭 튀어나와 있는 부분은 후두 돌기 (laryngeal prominence = adam's apple)라고 하는데, 이 후두돌기는 갑상 연골(thyroid cartilage)의 한 부분이다. 갑상 연골 바로 아래에 갑상선이 있다. 그림처럼 갑상선 뒤로는 기도(trachea)가 있다. 성인의 갑상선은 보통 10g~20g 정도 된다고 한다.
왼쪽 그림 (a)처럼 갑상선은 우엽(right lobe), 좌엽(left lobe), 협부(isthmus)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21% ①) 그림 (b), (c)처럼 협부 위로 피라미드엽(pyramidal lobe)이 꼬리처럼 존재한다.
갑상선 암 조직이 우엽에서만 발견되었고 크기가 작고, 주변 조직을 침범하지 않았으며 림프절로 퍼지지 않았다면 일반적으로 갑상선 우엽절제술 (right lobectomy)을 시행한다. 동일한 상황에서 갑상선 암 조직이 좌엽과 우엽 모두에서 발견되었다면 일반적으로 갑상선 전절제술 (total thyroidectomy)을 시행한다. 같은 상황에서 암 조직이 좌엽과 협부에서 발견되었다면 갑상선 아전절제술 (subtotal thyroidectomy)을 시행하기도 한다. 즉, 암 조직이 갑상선의 어느 부분에서 발견되는지는 갑상선 수술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갑상선을 절제하려면 갑상선과 연결돼있는 여러 혈관, 신경, 주변 조직을 잘라내야 한다. 이때 갑상선과 관련된 구조물만 떼어내고, 주변의 중요한 혈관,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역량에 따라 수술 후 결과에 차이가 생긴다. 잔여 암 조직이 없도록 최대한 많은 조직을 절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요 구조물을 최대한 살리면서 수술해야 한다는 점에서 외과의사의 고민이 시작되는 것 같다.
갑상선 수술에서 주의해야 할 구조물 중 하나는 베리의 인대(Berry's ligament : 번역하면 인대지만, 결합조직에 가깝다)이다. 그림처럼 기도와 식도 사이 공간(tracheoesophageal groove)에 갑상선을 먹여 살리는 혈관인 하갑상선 동맥(inferior thyroid artery)과 목소리를 내는 중요 신경인 ★ 되돌이 후두신경 (Recurrent laryngeal nerve, RLN)이 같이 존재한다. 갑상선을 떼어내려면 베리의 인대를 절개해야 하는데, 이때 하부 갑상선 동맥을 잘라내면서도 되돌이 후두신경을 잘라내면 안 된다. 설령 되돌이 후두신경을 건드리지 않더라도, 베리의 인대를 자르는 과정에서 주변 조직을 당기고 (보통 절개할 때는 양 옆을 벌리고 적당한 장력을 만든 뒤에 전기칼로 자른다) 가열하면서 되돌이 후두신경에 조금씩 데미지가 쌓일 수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회복될 정도의 데미지라고 한다. 게다가 요즘에는 수술 중간에 되돌이 후두신경에 손상이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기 때문에 손상될 가능성이 적다.④ (되돌이 후두신경에 전압을 걸고 측정되는 전류 값을 계속 비교하면서 손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다⑤)
갑상선의 아래쪽으로 베리의 인대와 하갑상선 동맥, 되돌이 후두신경이 있었다면, 위쪽으로는 상갑상선 동맥(superior thyroid artery)과 상후두신경(superior laryngeal nerve, SLN)이 있다. 마찬가지로 상갑상선 동맥은 잘라내고 상후두신경은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위 그림에서처럼 두 구조물은 가까이 붙어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상후두신경이 손상되면 음색이 변하거나(loss of voice quality) 목소리의 힘이 약해진다.
* 내용 출처 : Sabiston Textbook of Surgery 20th (2017) 882-884pg ⑥
* Anterior : 앞 / Posterior : 뒤 / Superior : 위 / Inferior : 아래
부갑상선(parathyroid gland)은 갑상선을 절제할 때 손상시키면 안 되는 구조물 중 하나다. 부갑상선은 부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해 뼈에서 칼슘을 흡수하고, 신장에서 칼슘 배출을 억제해 혈중 칼슘 농도를 조절한다.
위에서 왼쪽 그림은 갑상선을 앞에서 봤을 때 모습이고, 오른쪽 그림은 뒤에서 봤을 때 모습이다. 부갑상선은 갑상선의 뒤쪽에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처럼 4개의 부갑상선을 갖고 있다. 2개의 상부 부갑상선(superior parathyroid gland)과 2개의 하부 부갑상선(inferior parathyroid gland)로 나뉜다. 정상적인 부갑상선은 크기가 작고, 대략 하나당 40mg의 무게를 가진다.
부갑상선은 밝은 노란색에서 붉은 갈색 정도의 색을 띠는데, 주변 지방조직과 색이 비슷해 구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때 부갑상선을 확인하는데 도움을 주는 구조물이 하갑상선 동맥이다. 앞에서 되돌이 후두신경을 설명하며 다룬 바 있다. 위의 그림처럼 하갑상선 동맥에서 뻗어나간 혈관은 부갑상선과 연결되어있고, 부갑상선을 먹여 살린다.
그렇기 때문에 하갑상선 동맥은 완전히 잘라내면 안 된다. 하갑상선 동맥에서 뻗어나가는 여러 혈관들 중 갑상선을 향하는 혈관만 정확히 잘라내야 한다. 갑상선 전체를 절제하더라도 부갑상선을 살리고, 부갑상선과 연결되는 혈관을 살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 내용 출처 : Sabiston Textbook of Surgery 20th (2017) 885, 916pg ⑥
주변에 갑상선 수술받은 분들 중 몇 개월 동안은 목소리가 엄청 작아지거나 목이 쉬는 분들이 있다. 앞서 말한 되돌이 후두신경과 상후두신경에 일시적으로 무리가 가서 그렇다. 두 신경 모두 발성에 중요한 근육을 담당하며, 특히 되돌이 후두신경이 더 중요하다.
첫 번째 그림은 우리가 매체를 통해 보았던 성대 (vocal cord = vocal fold)의 모식도이다. 성대가 닫혔다 열렸다 할 수 있게 해 주는 건 그 안쪽에 있는 근육들이다. 두 번째 그림이 성대를 움직이는 그런 근육들을 보여준다. 그림에서 이름이 빨간 실선 테두리로 그려진 근육들은 모두 되돌이 후두신경이 관여한다. 상후두신경이 관여하는 건 파란 점선 테두리로 그려진 근육 단 하나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되돌이 후두신경이 손상되면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되돌이 후두신경은 반지방패근(Cricotyroid muscle)을 제외한 후두의 모든 내재근(intrinsic muscle)을 지배한다. 성대를 열 수 있는 유일한 근육인 뒤반지모뿔근(posterior cricoarytenoid muscle)을 지배하며, 성대를 열고 닫고 긴장도를 조절할 수 있는 모든 근육에 관여한다. ⑦
일반적으로 좌, 우 되돌이 후두신경 중 한쪽이 손상되면 '성대가 마비됐다'고 표현한다. (오른쪽 그림) 신경 자체가 관여하는 기능이 워낙 많기 때문에, 되돌이 후두신경이 손상되면 일시적인 혹은 영구적인 목소리 변화부터 삼키는 기능의 문제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상후두신경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후두의 감각에 관여하는 내부 가지(internal branch)와 반지방패근의 운동기능에 관여하고 성대를 조여주는 외부 가지(external branch)로 나뉜다. 우리가 앞서 살펴봤듯이 상후두신경의 외부 가지는 상갑상선 동맥과 가까이 존재하기에, 갑상선 절제술 시 손상의 위험이 있다.
외부 가지가 손상되면 목소리 변화, 쉰 목소리, 작은 목소리, 고음 불가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상후두신경은 목소리의 높낮이와 큰 목소리를 내는데 중요하다고 한다. ⑧
2014년 출판된 한 메타 연구 논문에 따르면 갑상선 절제술 후 되돌이 후두신경의 손상 빈도는 일시적 마비의 경우 0.4% ~ 7.2%, 영구적 마비의 경우 0% ~ 5.2%까지 이른다고 한다. ⑨
내가 있었던 병원의 갑상선 수술 후 되돌이 후두신경 손상 빈도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있었던 186건의 로봇 갑상선 수술과 186건의 전통적 갑상선 수술에서 일시적 마비가 단 한건 있었다. ⑩
* 실제 있었던 수술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상대적으로 전통적 갑상선 수술은 로봇 수술에 비해 안전하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전통적 갑상선 수술의 수가 훨씬 많지만, 로봇 수술의 안정성을 비교하기 위해 저렇게 표본수가 작게 설정됐다.
위 그림은 상후두신경(Superior laryngeal n.)과 되돌이 후두신경(Recurrent laryngeal n.)이 어느 신경절(ganglion)에서 왔고 어떤 경로로 갑상선 쪽을 향하는지 보여준다. 두 신경 모두 뇌신경에서부터 기원한 미주신경(vagus n.)에서 왔다. 본래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계의 핵심 신경으로 위, 소장, 간을 비롯한 소화기관뿐만 아니라 폐, 심장 등에 광범위하게 가지를 뻗고 있다. 후두신경도 예외가 아니다.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되돌이 후두신경은 왜 상후두신경처럼 위에서 아래로 쭉 이어지지 않고, 아래에서 한번 되감고 다시 올라가는지 궁금할 수 있다. (이름에 "되돌이"가 들어가는 이유다) 추후에 이와 관련된 썰을 연재할 계획이다.
수술 후 칼슘 결핍을 호소하는 경우는 5% 정도 되며, 그중 80%가 1년 안에 해소된다고 한다.
외과의사들은 수술 중 부갑상선 조직의 상태에 대해 수시로 확인한다고 한다. 혹시라도 부갑상선과 연결된 혈관이 끊어진 것으로 보이면, 즉시 부갑상선을 떼어내서 다른 조직에 심는다. 이를 자가이식(autotransplantation)이라고 한다. 위 그림처럼 주로 목빗근(sternocleidomastoid muscle)과 위팔노근(brachioradialis muscle)에 심는다. 따라서 문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사진에서 하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약간 투명한 부분이 되돌이 후두신경이다. 기관지-식도 홈(tracheo-esophageal groove)을 따라 신경이 존재한다.
사진에서 하얀색 화살표가 가리키는 구조물이 부갑상선이다. 이 사진은 부갑상선 선종(parathyroid adenoma)을 떼어낸 걸 보여주기 때문에, 정상인의 부갑상선 크기보다 훨씬 크다. 아무튼 위 사진과 같이 갑상선을 한쪽으로 들춰내야 부갑상선을 발견할 수 있다.
※ 참고 문헌
① Mortensen C, Lockyer H, Loveday E. The incidence and morphological features of pyramidal lobe on thyroid ultrasound. Ultrasound. 2014 Nov;22(4):192-8. doi: 10.1177/1742271X14554677. Epub 2014 Oct 7. PMID: 27433219; PMCID: PMC4760553.
② Fiorelli, RKA, Duarte, AJV, de Quadros Teixeira, A, et al. Anatomical and developmental aspects of iatrogenic injury to the right recurrent laryngeal nerve in surgical resections of substernal goiter. Anat Rec. 2021; 304: 1242– 1254. https://doi.org/10.1002/ar.24629
③ Henry BM, Sanna B, Graves MJ, Sanna S, Vikse J, Tomaszewska IM, Tubbs RS, Tomaszewski KA. The Reliability of the Tracheoesophageal Groove and the Ligament of Berry as Landmarks for Identifying the Recurrent Laryngeal Nerve: A Cadaveric Study and Meta-Analysis. Biomed Res Int. 2017;2017:4357591. doi: 10.1155/2017/4357591. Epub 2017 Feb 8. PMID: 28271065; PMCID: PMC5320377.
④ 서울대학교병원 병원뉴스 [Internet]. 서울대학교병원: ; 2018 [cited 2022 July 29]. Available from : http://www.snuh.org/m/board/B003/view.do?bbs_no=4313
⑤ You JY, Kim HY. Intraoperative Neuromonitoring during Thyroid Surgery. International Journal of Thyroid. 2021;14(1):1-5
⑥ Smith PW et al. Thyroid. In: Townsend C M, editor. Sabiston Textbook of Surgery 20th: Elsevier; 2017. p. 881-923
⑦ Wikipedia contributors. (2022a, July 29). Recurrent laryngeal nerve.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Recurrent_laryngeal_nerve
⑧ Wikipedia contributors. (2022, July 29). Superior laryngeal nerve.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uperior_laryngeal_nerve
⑨ Meta-analysis of recurrent laryngeal nerve injury in thyroid surgery with or without intraoperative nerve monitoring (2014)
⑩ You JY, Kim HY, Park DW, Yang HW, Kim HK, Dionigi G, Tufano RP. Transoral robotic thyroidectomy versus conventional open thyroidectomy: comparative analysis of surgical outcomes using propensity score matching. Surg Endosc. 2021 Jan;35(1):124-129. doi: 10.1007/s00464-020-07369-y. Epub 2020 Jan 10. PMID: 31925503.
⑪ Ambi US, Arjun BK, Masur S, Endigeri A, Hosalli V, Hulakund SY. Comparison of ultrasound and anatomical landmark-guided technique for superior laryngeal nerve block to aid awake fibre-optic intubation: A prospective randomised clinical study. Indian J Anaesth. 2017 Jun;61(6):463-468. doi: 10.4103/ija.IJA_74_17. PMID: 28655950; PMCID: PMC5474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