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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多컴> 선정팀 ‘마주(MAJU)’

전통과 현대를 마주 보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드는

by 서울문화재단

조용한 지하실, 우리의 얼을 담은 현대적인 무대가 되다!


살짝은 음침하고, 조용할 것만 같은 지하실에서 꽹과리의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현대적으로 전통 음악을 개척하는 팀, ‘마주(MAJU)1)’가 흥이 넘치는 공연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서교예술실험센터가 미술작품만 전시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놀랄 일지도 모르겠다. 이날 관객의 흥겨움을 오롯이 맡은 마주는 2017년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작은예술지원사업 <소액多컴> 4월 공모 선정자 중 유일하게 음악을 하는 팀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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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 대중과의 소통을 꿈꾸는 프로젝트 < 켈렉트로(KELECTRO) >


이날 ‘마주(MAJU)’가 진행한 공연 < 켈렉트로(KELECTRO) >는 ‘KOREA’와 ‘ELECTRONIC’의 합성어로, 한국 전통음악의 진정성과 그 깊이를 대중에게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재해석하여 쉽게 전달해 그들의 공감을 얻으려는 의미를 담았다. 또한 음악이라는 문화를 통해 대중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돕고, 동시에 모두에게 한국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전통이 멈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현대에서도 충분히 전통문화가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며, 마주는 이 프로젝트로서 전통문화의 새로운 지표를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날 ‘마주(MAJU)’는 대금을 소금으로 연주하는 등 즉흥적으로 앨범 수록곡을 재편성하여 홍대 실험예술의 메카, 서교예술실험센터를 찾은 관객을 위해 ‘특별한 무대’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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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들의 마음이 담긴 노래, Soil


피리의 선율과 양반들의 노래, 십이 가사 중 수양산가(首陽山歌)2)의 한 소절을 인용했다. 아니 놀아서 무엇하리가 이 곡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중년의 양반을 떠올리는 듯 한 네로 타령(여음)이 본래 수양산가의 느낌을 떠올리듯이, 진중하면서도 허탈하고 구슬프게 들렸다.

강렬하고 역동적인 굿의 재해석, Slow motion
굿의 일부인 허튼타령을 ‘덥스텝’이라는 일렉트로닉 장르에 올려놓았다. 전주에 정적이고 몽환적으로 전통음악 선율을 담고, 후반에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신디사이저의 사운드로 관객들의 즐거움을 꾀했다. 악학궤범을 통해 복원된, 불면 평화가 찾아온다는 신라 시대 전설의 악기인 대금을 비롯해 피리, 기타 모든 악기가 연주에 쓰였는데, 잔잔하고 몽환적인 배경음 사이로 피리 소리가 부드럽고도 진하게 울렸다. 가야금 같은 기타 소리도 신기했다.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연상시키는, Jump
과거 왕의 행차를 알렸던 태평소를 선두로, 전주는 대금과 소금 등이 밝고 경쾌한 리듬으로 이끌고, 후렴에는 경기시나위의 선율을 떠올리는 태평소의 시원함과 신디사이저의 리드미컬한 베이스와 강력한 킥을 담아 모두가 즐겁게 뛰노는 축제를 꾸몄다.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유쾌한 느낌에 연주하는 마주와 관객 모두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익살스럽고도 긴장감이 넘치는 재미난 곡, TooJeon(투전)
풍속놀이 투전을 소재로 한 곡으로, 메날리조와 라도레 음계를 많이 쓰고, 피리의 리드 연주법으로 다양한 소리를 내어 TooJeon(투전)에서 느껴지는 그 긴박함을 표현하고 있었다. Trap 고유의 그루브로 감각적이면서도 투전에서의 직관적이고도 본능적인 순간을 표현하였다. ‘어헤’라는 가사는 투지를 불태우기 위한 기합으로 들렸고, 동전을 튕기는 듯한 ‘딩디디딩’ 소리와 긴장감을 자극하는 ‘챙챙’ 등의 소리가 투전판의 긴장이 넘치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떠올리게 했다.

독특하고 몽환적이면서도 깊이가 있는, YangJae
문묘제례악은 공자 제사 때 쓰는 음악으로 우리나라에만 남아 있다. 보허자 또한 중국 송나라 때 들어온 뒤, 궁중음악에 사용되며 한국의 전통음악이 되었다. 마주는 제의 중, 공자를 부르는 몽환지곡의 몽환적인 분위기에 반해 기타의 따듯하고 깊이 있는 감성을 기반으로 문묘제례악과 보허자의 선율을 재해석했다고 한다. 기타의 서정적인 반주와 신비스러운 신디사이저의 사운드로 이 곡의 선율과 깊이 있는 무게감을 재현했는데, 제례에 쓰인 곡답게 연주된 곡들 가운데 가장 몽환적이면서도 부드럽고 차분했다.

사랑과 그리움을 담아, Northern Sky
이 곡의 모티브인 황해도 몽금포타령에는 고기잡이에 나간 ‘임’을 그리워하던 여인의 사랑이 녹아있다. 드럼과 베이스에서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그루브가 느껴졌고, 세월이 담긴 듯한 여인의 목소리가 ‘헤에야 헤에야’하며 공연장에 차분하게 울려 퍼졌다. 힘차게 뻗어가는 여인의 목소리에는 멀리 있는 임에게 닿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지가 가득 담긴 듯했다. 분위기가 고조되며 모두가 음악에 녹아들었다. ‘마주(MAJU)’의 무대를 여과 없이 즐긴 관객들은 아쉬움을 담아 앵콜을 외쳤다.



전통 음악을 즐기고 현대 속에 전통을 꿈꾸는, ‘마주(MAJU)’와의 인터뷰


이날 열정적으로 공연한 ‘마주(MAJU)’와의 인터뷰에서 전통 음악에 대한 애정, 열정, 포부에 대한 진중한 얘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1. ‘마주(MAJU)’를 만든 동기는 어떻게 되나요?
홍도기 -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 수 있는 디제이 음악에 매료되어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혼자서는 역부족이라서 팀원을 영입해 완성도 있는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성민우 - 국악이 어떻게 보면 비주류라 저희가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면 얼마든지 (국악이)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가장 오래된 한국 전통 음악과 지금 제일 유행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융합하면 대중이 사랑해주지 않을까 싶어 저희가 모여 새로운 음악을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대해주십시오!



2. 최근 전통 음악을 재해석하는 가수와 밴드가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다른 팀과의 차별화, ‘마주(MAJU)’만의 특별함은 어디에 있을까요?
정영환 - (멤버가 국악 전공자이거나 국악을 경험해서) 국악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고, 전통 선율을 그대로 차용한다는 점도 (다른팀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입니다.

이상훈 - 전통음악의 선율이 주는 감성 등을 재해석하는 건데, 작곡할 때 전통음악의 선율을 그저 짜깁기한다기보다 전통음악 선율에 담긴 감성을 일렉트로닉에 넣는 과정에서 마주 팀원이 모여 음악적인 느낌을 고민하며 작업해서.

홍도기 - ‘마주(MAJU)’의 색깔.

성민우 - 소리 자체를 국악기에 맞춰서 (영환 씨가) 만들어서 공연하니까 그게 조금 특화되지 않았나. 다른 팀에 비해서.




3. ‘마주(MAJU)’의 공연 장소로 ‘서교예술실험센터’를 찾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성민우 - 저희 음악이 좋아서, 저희 ‘마주(MAJU)’의 음악을 해주시는 것 같아 너무 감사드리고요. 아무래도 신생팀이다 보니까 지원금에 대해 굉장히 목말라 있는 상태거든요.

이상훈 - 서교예술실험센터서 <소액多컴>은 배고픈 아티스트들이 쉽게 예술지원 사업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소액多컴>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홍도기 -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공간이잖아요. 그래서 여기서 공연을 하게 되면 다른 아티스트와도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어요.


4. 관객과 예비관객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정영환 - 전통 음악을 통해서 저희를 알리는 것도 있지만, 전공자 입장에서 대중이 전통 음악을 많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거든요. 결과적으로는 그분들이 저희 음악을 좋아해 주시고 이차적으로 이 음악은 어디서 온 걸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한국 전통 음악에 관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성민우 - 우리나라 헌법에 국가의 의무 중 하나가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고 나오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정말 훌륭한 젊은이들이니까 관객 분들이 저희를 사랑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상훈 - 전통을 지켜나가거나 자기 것을 계속 쌓아가는 그런 사람이 잘 클 수 있게 응원 많이 해주시고, (쌓아가는 것들) 그것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홍도기 - 음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시작한 팀이에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어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팀이 되겠습니다.

이날 ‘마주(MAJU)’는 전통음악 전공자가 아니라면, 생소하게 느낄 한국 고유의 전통 선율을 대표적인 현대적 장르인 일렉트로닉 장르로 재해석해 관객에게 선보였다. 사실 일상에서 전통음악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국립국악원 같은 장소를 방문하지 않는 한. 그런 의미에서 번화가인 홍대와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전통이 현대와 마주하며 현대 속에 전통을 꿈꾸기 좋은 장소로 보인다.

이날 연주곡의 모티브가 된 장르로는, 현재 12개의 곡이 남아있다는 조선 시대 양반이 불렀다던 잡가, 굿할 때 하는 허튼타령, 제례악 중에서 공자를 부르는 몽환지곡, 몽금포 타령 등이 있었다. 우리 민족의 역사가 담긴 이 곡들은 마주의 손길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런 원곡은 곡명도 대중에게 다소 생소하여, 이날 마주의 공연은 전통을 마주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마주(MAJU)’가 인터뷰를 통해 말했듯이 이 공연을 계기로 대중이 전통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마주(MAJU)’는 음악으로써 전통을 재해석할 뿐 아니라, 연주 중간에 곡의 모티브가 된 전통선율의 시대적, 역사적 배경과 연주에 사용된 악기의 역사를 관객에게 설명하며 전통이 대중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서교예술실험센터’와 ‘마주(MAJU)’의 < 켈렉트로(KELECTRO) >는 현대 대중의 마음속에서 전통의 저변을 넓히고, 현대에서 전통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 수 있는지를 실험해본 열정적인 무대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전통적 요소들이 제도적 지원과 대중의 지지 속에서 현대를 보다 다채롭고도 찬란하게 빛내기를 희망한다.

<소액多컴> 선정팀 ‘마주(MAJU)’ 영상 보기




1) 마주(MAJU) : 마주 본다는 의미의 ‘마주(MAJU)’는 멤버 대부분이 국악 전공자로 국악에 조예가 깊은 편이며, 국악과 전통의 가치를 일렉트로닉 음악의 다양함, 화려함과 퍼포먼스로 풀어내는 팀이다. 네 명의 멤버가 피리/태평소(홍도기), 대금/소금(성민우), 일렉트로닉/어쿠스틱 기타(이상훈), 프로듀서(정영환)로 각기 다른 역할을 맡아 마주를 이끌고 있다.

2) 수양산가(首陽山歌) : 수양산(首陽山)에 얽힌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의 고사로 시작해 양귀비(楊貴妃)와 사별 등을 열거한 후 결국 인생은 허무한 것이니 맘껏 풍류를 즐기라는 가사 [출처 - 한겨레음악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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