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이럴 때

이혜영의 삶

by 열매 맺는 기쁨

생각도 잘 안 나는 오래전부터 나는 나를 설명해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습니다. 세상에 겉도는 나를 나조차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나는 그것이 수치심이라 여겼습니다. 내가 남들과 다른 것은 가난 때문이다, 가정의 불화 때문이다, 봐줄 것 없이 평범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수치심, 내가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나를 이렇게 세상에서 겉돌게 한다라고요.​


그런데 나는 아직도 겉도는 것 같습니다. 지금 나는 먹고살만한데, 지금 나는 가족과 있을 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데, 지금 나는 직장에서 인정받으며 일하는데, 왜 아직도 나는 같은 질문을 품고 사는 걸까요?


내가 찾은 답이 오류여서일까요? 아니면, 내 상황은 변했어도, 나는 그 자리에 고착된 채 여전히 그 시절 그 아이로 사는 것일까요?​


나는 날 다 알았다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믿던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고 깨달았을 때부터, 그러니까 오랜 전통을 가진 주류 신앙에서 발 뺄 때부터 나는 내가 아는 것을 끊임없이 의심합니다. 어쩌다 찾아오는 황홀감에 정신을 못 차리곤 하지만, 자꾸 질문하고 게걸스럽게 나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며 알아차림을 검증하려 합니다. 네 무척 피곤한 짓이죠.


어쩌겠어요. 지금 나는 이럴 때인걸요. ​


그래도 하나씩 배워갑니다. 내가 겉돈다는 명제, 그 자체가 이미 오류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처럼요. 내가 믿던 핵심 명제가 무너지니, 수치심의 이유처럼 나라고 믿었던 항목들이 줄줄이 줄줄이 함께 무너져 내리네요. 그렇게 군더더기를 배제해 가니, 나 아닌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해집니다. ​


지금은 자상한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것 같은 안내자의 지혜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분이 챙겨주시는 맛있는 곶감을 냠냠 먹지만, 언젠가 나도 검증된 내 인생의 데이터들을 익힌 묵은지처럼 큼지막이 썰어 돼지고기 넣고 푹 익혀 흰밥과 함께 차려내듯 맛있게 요리해 내 소중한 이들, 배고픈 저녁에 넉넉히 나눠 먹을 수 있겠죠? ​내게도 그렇게 푸근한 날 오겠죠?


나는 이 삶을 통해, 이혜영의 삶이란 무엇인지 배우고 싶습니다.

내가 이 삶에서 정말로 원하는 것은, 이혜영으로 사는 것입니다.

아무리 탐스럽고 아름다워도, 남의 삶이 내 삶일 수는 없습니다.

나 없는 삶은 전부 거짓입니다.

나를 잃은 인생은 헛것입니다.

몸, 마음, 꿈, 환상, 환희, 절정, 고통과 좌절 심지어 수치심마저 모두 내 것이어야 합니다.


여러분! 나는 간절히 '나'이고 싶습니다.


#아난다캠퍼스 #공간살림 #살림명상 #자기 회복 #자기 치유#아난다캠퍼스의 공간살림 명상 중에 작성한 살림 메시지입니다.#씨앗글: 아난다 박미옥의 '일상으로의 황홀한 몰입 살림명상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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