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간, 산책, 그 열다섯 번째 이야기

오랜 습관, 다음 산책을 다시 떠나야 하는 이유.

by 열매 맺는 기쁨

아파트 근처 하천길을 따라 걷습니다. 끝이 없는 길인줄 알았는데, '진입 금지' 푯말이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나는 거기서 다시 되돌아옵니다. 허벅지 안쪽이 간지럽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히스토리를 지어냅니다. 한 시간 정도의 산책이 끝납니다.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면 좋을 텐데, 마트에 들러 두부 한모를 사서 오늘 끓은 청국장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두부만 살 생각이었으나, 오늘 저녁 간식으로 어묵을, 내일 열매의 아침거리로 또띠아와 양송이버섯, 소시지, 피자치즈를, 내일 기쁨이 점심거리로 오징어와 애호박을 삽니다. 남편에게 전화했더니 두팩 묶음우유 가장 싼 것을 사 오라 하여 그것까지 담으니, 식거리를 담은 종량제 봉투가 아주 무겁습니다. 오른손으로 들었다가 양손으로 들었다가 어깨에 메었다가 쉬었다가 겨우 집에 도착합니다.


몸을 살리고 싶어 산책을 했는데, 오랜 습관처럼 또 몸을 혹사시키고 말았습니다. 효율적인 시간 사용에 대한 강박을 비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루 한 번의 산책이라는 과제에 집착하느라 산책의 궁극적 목적을 잊고 말았던 것입니다. 내가 가진 옵션의 하나인 '다음 산책'을 떠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내 몸과 마음에 정성스럽게 귀 기울이기 위해서요.



#아난다캠퍼스 #공간살림 #살림명상 #명상 #산책 #자기 치유 #자기 회복#아난다캠퍼스의 공간살림명상 중에 작성한 살림 메시지입니다. #씨앗글: 아난다 박미옥의 '일상으로의 황홀한 몰입 살림 명상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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