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투성이 나 또한 지금 여기의 나
쉬는 날이니 언제든 여유롭게 산책을 나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첫째 아이 등원할 때 둘째 아이가 아빠를 따라나서서 혼자만의 시간이 생깁니다. 하지만 아이가 산책 다녀온 뒤 먹어야 음식이 필요하니 점심부터 준비하며 급한 집안일을 처리합니다.
아이가 돌아온 후 남편이 약속이 있어 나갑니다. 나는 아이와 산책 준비를 하지만 아이는 중앙 시장에 있는 멕시코 피자가 먹고 싶다 합니다. 그것도 버스를 타고요. 우리를 버스를 타고 30부 거리 시장엘 다녀옵니다. 아이는 다녀오는 길 엄마 품에 엎드려 잠이 듭니다.
아이를 재우고 다시 산책을 나가려는데 남편이 함께 요가를 하자고 합니다. 나는 저녁시간에 산책은 가면 되지 하며 넷필렉스 요가 영상을 보며 남편과 함께 요가합니다. 30분 후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잠에 빠져들어요. 아주 오랜만에 깊은 낮잠을 잡니다.
유치원에서 다녀온 아이가 엄마품에 안깁니다. 엄마의 근무시간과 아이 등원 시간이 맞지 않아 어제 하루 엄마를 보지 못해 섭섭했던 아이입니다. 아이를 안고 책을 읽어줍니다. 아이들과 놀아줍니다.
저녁을 함께 먹고 다시 산책을 나가려 했으나 아이들이 엄마와 책을 더 읽고 싶어 해요. 잠잘 시간이 다 되어 옆에 눕습니다. 뽀뽀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안았다가 손을 잡았다가 잠이 듭니다.
둘째 아이도 자려고 노력하지만 낮잠을 잔 터라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엄마 젖을 만지고 엄마를 안고 뒹굴다가 겨우 잠이 듭니다. 엄마도 함께 잠이 들고요.
중간에 깨니, 새벽 2시 반입니다. 엄마는 이제라도 산책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일어서지만 아이 몸이 불덩이입니다. 열을 재니, 40도. 해열제를 먹이고 아이를 달랩니다. 다시 일어나니 새벽 5시입니다.
서둘러 일어나 새벽 산책을 합니다. 출근 전이니 서두릅니다.
패턴입니다. 나를 돌보지 못하는 것도, 남을 먼저 돌보는 것도 패턴이에요.
그런데, 나빴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예전 같으면 가족에게 무척 화가 났을 거예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라고 여기면서요. 그런데, 사람의 필요가 보이고 그들을 돌보기로 선택한 것이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그럴 마음이 안 듭니다.
목표한 ‘산책’을 못했고, 여전히 내 몸 돌보는 시간은 양보하게 되었지만, 아이들과 깊이 교감했고 남편과 즐겁게 요가했고, 늘어지게 낮잠도 잤어요. 온 긴장을 몸에서 덜어내면서요. 그리고 늦었지만 결국 산책도 했어요.
심지어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정말 기쁘게 했어요. 내가 지금-여기 존재하는 것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라는 느낌에 충만하면서요.
그래요, 나의 목표물은 ‘완벽한 산책’입니다만, 그 길 가는 이 실수투성이 여정 또한 이미 완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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