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치유 기록 No.12
자기 치유 기록 후 일 년이 되었을 때에, 다시 쓰는 리뷰입니다.
치유의 과정을 돌아보며, 나를 재조망하였습니다.
혜영
혜영은 자신 안의 아이가 거칠고 황폐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 아이가 가진 특별한 슬픔, 절망, 어둠으로 생의 이면을 드러내어, 명성과 부를 얻을 거라 계산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성스럽게 아이를 들여다보면서 알게 되었다.
아이는 거칠면서도 부드럽고, 슬프고 절망스러울 뿐 아니라 기쁘고 희망차다는 것을.
아이는 특별히 슬프지도, 절망스럽지도, 어둡지도 않았다. 그저 그렇게 믿고 있을 뿐이었다.
아이는 혜영의 이상과 환상을 넘어 지금 여기에 실재했다.
그녀는 감격스러우면서도 잠시 두려웠다.
이렇게 평범한 아이가 어떻게 자신을 세상에 증명하겠느냐고.
그러자 그 어린아이가 그 작은 팔로 혜영의 목을 감싸며 안더니, 조그마한 입으로 분명하게 말했다.
너는 괜찮아.
행복해도 괜찮아.
안전해도 괜찮아.
평범해도 괜찮아.
충분히 가지고 누려도 괜찮아.
무엇이 되지 않아도, 세상에 너를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정말 괜찮아.
아이 팔의 온기와 목소리의 습기에 혜영의 세상에 조용히 생명 자란다.
혜영의 세상에는 아파트 뒷길의 이름 모를 풀처럼 생생한 생명이 피어났다 꺼지고, 또 피어났다 꺼진다.
혜영은 그렇게 지금-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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