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계에 산다
지옥과 천국 사이
굽이치는 파도와 휘몰아치는 바람 사이
감은 눈안에서 비치는 빛과 뜬 눈 밖에서 감추는 어둠 사이
시작도 끝도 없는 그곳에 나는 산다
위대한 이 말씀하시길 빛이 있으라
어둠이 나를 채웠다
다시 말씀하시길 생육하고 번성하라
죽음이 나를 주장하였다
또 말씀하시길 거룩하라
음란이 탐심이 시기와 질투가
꼬물꼬물 피어나 나를 덮쳤다
그 하찮던 나는 두손을 비비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내가 손짓하자 땅이 꺼지고 바다가 솟았다
다시 나는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내가 눈짓하자 별들은 서로를 잇고 우주는 팽창했다
또 나는 재를 뒤집어 쓰고 바닥을 뒹굴었다
나는 너를 낳았다
눈부신 빛을 품은 너를
나는 척추를 비우고 허공에서 흔들렸다
나는 가는 다리로 나의 심장을 휘감고
나의 숨통을 조이며 하늘 위로 올라갔다
끝내 나는 나의 죽음 위에 꽃 피웠다
그래, 빛바란 꽃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
나는 울었다
봄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고
나는 그만 서럽게 서럽게 울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