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나를 자유롭게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지금-여기의 나'라는 진실

by 열매 맺는 기쁨


말하자면 말입니다,

나는 '지금-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의 나는 정말 그랬습니다.


혹시 당신도 아실까요?

'지금-이곳'에서 느낄

엄마 없던 숱한 밤의 두려움을요.


나를 떠나 다른 이들의 아빠가 된 사람에게,

대학 등록금을 부탁하던 굴욕을요.

아빠를 그리워할 때 느꼈던 죄책감과,

이런 배은망덕한 나를 위해

엄마는 청춘과 아름다움을 소모했다는 절망을요.

나는 고통 가득한 '지금-이곳'에서 도망쳤습니다.


'그곳'의 신들과 엄격한 자기 검열, 가학적인 무감각,

머리로만 아는 세계는

'지금-여기'로부터 나를 구원해 주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내게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이는 끊임없이 엄마에게

'지금-여기'에 실존하기를

'아이 자신의 실존'으로 요구하였습니다.


나는 그제야 내가 이 소중한 존재와

함께하는 순간에도 '지금-여기'에 있을 수 없을 만큼 아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지금-여기'의 고통에서 도망치느라,

'지금-여기'의 기쁨에서도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기쁨의 순간마저 '지금-여기'에서 누릴 수 없다면, 나는 그동안 무엇으로부터 도망쳤던 걸까요?

나는 왜 실존할 수 없었던 걸까요?

정말 삶이 주는 고통 때문이었을까요?


혹시, 나는

가난의 대물림을 끊고자 집안 가득 채운

우리 아이들 전집처럼,

'고통'이라는 망상을

마음에 그득 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지금 내가 그렇듯,

나의 부모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면요?


내가 그러하듯, 나의 부모도 그 나름의 최선으로

자신의 아이를 낳고, 키웠던 것이라면요?

물려받은 교복을 입더라도,

대학 등록금이 부족하더라도,

부모님이 날 버린 적이 있거나, 이미 버렸거나,

버릴 예정이라도, 그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라도,

사실 나는 언제나 사랑받고 사랑하는 존재라면요?


그래요.

당신이 예상하시는 대로

나는 이제 그 모든 진실을 수용합니다.


나는 내 인생의 밤뿐만 아니라

빛나는 별과 달, 짙은 구름,

어둑해진 하늘 아래의 소란스러운 집들과

불빛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항상 그곳에 있었고,

또 참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제 압니다.

도망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요.

두려움은 직시할 때 한없이 작아지고,

그 안의 진실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요.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부와 명예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진실입니다. ‘지금-여기‘의 나라는 진실 말입니다.


나의 첫 마음을 당신께 전합니다.



아난다캠퍼스의 공간살림명상 중에 작성한 살림메시지입니다.

씨앗글: https://brunch.co.kr/@brunchpxmn/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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