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속과 세속

군더더기 하나를 버림으로 만나는 두 세계

by 열매 맺는 기쁨

내 안의 이중성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탈속과 세속. 나는 언제나 그 둘 사이에서 갈등합니다. 나는 입에 생명을 넣어 먹고사는 이 원초적인 욕망이 너무나 두렵습니다. 이러다 그저 그렇게 살다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 탈속의 세계를 탐닉합니다. 종교를 가지고 책을 읽고 수련을 합니다. 하지만 곧 그저 그런 시간을 보냅니다. 주로 네이버와 다음의 오늘의 쇼핑 홈 한번 두른 후, 웹툰 몇 편을 봅니다.


탈속과 세속의 두 얼굴이 사실 하나라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압니다. 수련을 하는 것이 생활인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님을, 나다워지는 것이 세상의 부귀영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님을 압니다. 하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이 흑백 속에 나를 가둡니다. 내가 나를 꼼짝달싹 못하게 옥죕니다.



이것을 지향하면서 저것을 하는 이 이중성이 너무나 역겨워 숨고 싶고, 지향하는 일조차 포기하고 싶습니다. 차라리 대놓고 욕망하고 싶은데, 그런 나를 내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어쩌자고 세속인도 아니고, 탈속인도 아니게 되었는지, 이 세계, 저 세계의 어중이떠중이로 살게 되었을까요? 나도 언젠가는 이 대극의 중간지대, 이 경계 어디쯤 내 자리를 가질 수 있겠지요? 나도 곧 머리가 아닌, 몸의 감각으로 이 대극을 융합하여 내 삶의 조화 속에 평안할 수 있겠지요?



그러고 보니 공간이라는 세속을 돌보며 내 영혼 세심히 만지는 이 자리가 그 경계인지도 모르겠네요. 세속이 곧 탈속인 세계 말이에요.





나는 오늘도 내 인생의 군더더기 세 개를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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