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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May 25. 2023

EP 6.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브랜딩이 됐습니다.

부제 :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

광고대행사에 재직하면서 시작한 나의 사회생활 커리어를 얘기할 때, 마케팅은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eadrink를 오픈하면서 그 어떤 마케팅도 하지 않겠다고 호기롭게 다짐마저 했다.

* 마케팅을 하지 않는 전직 마케터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책을 읽는 타겟층도 적은 데다 정확하게는 혼술까지 즐겨야 하고, 술 역시 위스키와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셰이킹이 필요하지 않은 칵테일을 즐겨야 하니 niche 마케팅이라는 범주 안에서도 찾을 수 없는 타겟층을 대상으로 한 업종이라고 봤다.


찾기도 어려운 타겟을 억지로 찾기보다는, 본인의 취향을 확실히 아는 사람이라면 알아서 찾아올 수 있을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


다행히, (물론 많지는 않지만) 혼책/혼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찾아왔고,

내 눈에는 부족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공간이지만,

감사하게도 이 공간을 좋아해 주는 손님들이 생겼다.


'chaeg'이라는 매거진에는 내게 book bar라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려준 '책바'와 같은 지면에 실릴 수도 있었다.


소소하지만, 나름의 성취를 맛보고 있었고

이제 네이버 플레이스에 readrink를 등록한 지도 1년이 다가오고 있다.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할 겸 처음으로 작년 월별 통계수치들을 확인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네이버 플레이스에 등록검수가 완료된 시점은 22년 7월 12일이고

그 이후의 통계수치를 대략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월 - 조회수 / 성비(남:녀))

2207(12일 이후) - 461회 / 41%:59%

2208 - 763회 / 31%:69%

2209 - 1,253회 / 30%:70%

2210 - 1,168회 / 37%:63%

2211 - 715회 / 33%:67%

2212 - 687회 / 35%:65%

2301 - 622회 / 33%:67%

2302 - 510회 / 31%:69%

2303 - 538회 / 33%:67%

2304 - 523회 / 39%:61%

2305(24일까지) - 406회 / 35%:65%


정리한 것처럼, 작년 9월 이후로는 꾸준히 전체 조회수는 줄어들고 있고

최근에는 대부분 5-600대 조회수에 그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아래에도 첨부한 유입키워드 분석으로 어느 정도 가능할 것 같다.

처음 readrink를 네이버에 등록할 때, 가장 우려했던 점이 2가지인데

첫 번째는 키워드광고/블로그 대행사에서 연락 오는 것들을 매번 걸러내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어쨌든 업종 등록을 'bar'로 해야 하다 보니, 기존 bar 이미지를 생각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생기는 것이었다.


7/12 첫 등록 이후, 9월까지 유입수가 1,253회까지 기록되는 동안

가게 상호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유입된 키워드는 "판교역술집, 판교술집, 판교역맛집, 판교맛집" 등이었다.


지역명+술집 혹은 맛집 조합은 가장 많이 검색되는 조합이다 보니,

크래커, 프리첼, 아몬드가 전부인 readrink가 '맛집' 검색결과에 포함되는 것은 오류나 다름없었다.


또한, 혼술 손님만 받는 readrink는 '술집'을 검색하는 사람들의 needs와 wants 그 어떤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readrink에는 유입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혼술과 혼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절대적인 수가 아무리 적을지라도

그들이 찾는 book bar여야 했다.


다행히, 누가 봐도 술집/맛집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을 학습하는 과정은 네이버와 이용자 모두에게 필요했을 테고, 몇 개월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가장 최근 readrink 유입키워드는 내가 바라던 브랜딩의 결과로 나타났다.


상호를 제외하면, 이번달 유입키워드는 [판교혼술/분당혼술/판교북바]이다.

(없는 단어인 readrink를 정확하게 검색하는 사람이 생긴 것 역시 내심 뿌듯하다.)


유입수라는 정량적 지표는 계속 줄지언정

유입키워드라는 정성적 지표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readrink의 브랜딩은 성공이라 자평하고 싶다.


광고/마케팅을 업으로 삼아오다가, 가장 마지막 커리어는 '브랜드 마케터'였는데

그렇다 보니, 직무 관련 인터뷰 때 '마케팅 혹은 브랜딩'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때마다 내가 하는 대답은 수많은 마케팅/브랜딩 책에서도 아마 나왔을 법한 정의이기도 하지만

내가 가장 공감하는 정의로 대답한다.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은 '마케팅원론' 강의 때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에서 만들어졌다.

마케팅을 꼭 회사가 한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마케팅은 모든 사람이 하고 있다.

연애를 하기 전, 내 연애상대를 찾지 않냐 - targeting
내 연애상대의 주변 이성 혹은 내 연애상대가 어떤 것들을 좋아하는지 취향 등을 궁금해하지 않냐 - target analysis
(중략)
연애에 성공한 것으로 내 연애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냐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모두가 하지 않냐 - CRM

마케팅원론 수업의 대상이 대부분 1, 2학년 학생이다 보니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는 차원과 조금 더 흥미를 돋우기 위한 비유였지만

해당 강의를 들은 지 20년 가까이 되는 지금까지도 내가 기억하고, 면접 때 써먹은 것도 유용하게 먹혔으니

나에게 있어서는 이만한 마케팅에 대한 정의가 없기도 하다.


브랜딩의 성공 사례로 대부분 'apple'을 이야기한다.

전혀 apple의 브랜딩을 흉내 낼 수 없는 곳마저도 apple처럼 광고를 하고 싶어 하고, apple처럼 브랜딩 하고 싶어 한다.


내가 생각하는 브랜딩만큼 상호적인 개념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브랜딩은 (회사의 서비스-고객 관계로 한정 짓는다면)

회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고객이 해당 회사에 대해 생각하는 이미지가 얼마나 잘 부합하냐에 달렸다.


A 의류회사의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면 마케팅을 잘한 것이 그 이유가 됐을지는 몰라도

A의류회사는 자사의 옷을 입으면서 시크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갖기 원한 것과 반대로

고객들이 A의류회사의 옷을 입으면서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를 갖기 원했다면 브랜딩은 실패한 것이다.


readrink는 반대로 마케팅은 실패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브랜딩만큼은 최소한 내가 의도한 바에 공감해 주는 손님들이 찾아와 주시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참고로, 유입키워드는 아래에 함께 첨부했습니다.


2207
2208
2209
2210
2211
2212
2301
2302
2303
230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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