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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저김 May 05. 2023

자기계발서적 좋아하시나요?

전 싫어해요:)

영화 취향에 대해서 이전 글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동등하지 않은 관계에서 이뤄지는 폭력이 메인인 콘텐츠(ex. 도가니)를 제외하면 딱히 취향이라고 할 것이 없을 정도로 가리지 않고 잡식성 취향을 갖고 있고

책 또한 최대한 영화처럼 편견 없이 가리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서

책을 쓰기 위해 저자가 들이는 노력은 책을 써본 적 없는 나지만, 이런 글 하나 똑바로 쓰지 못하는 나를 대입해 봐도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기에,

그래서 어떤 책을 읽어도 배울 것이 하나 이상은 무조건 있기 때문에, 다 읽은 뒤에 돈 아까워해 본 적은 (아마도…) 없다. (이 이야기 역시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한 글에서 다룬 바 있다.)


그럼에도… 자기계발서적만큼은 만족도가 확연히 떨어지는 경험을 너무나도 많이 해서 그런지,

자기계발서적은 좀처럼 손이 가질 않는다.


그래서 트레바리를 선정하는 기준 중 하나가, 내가 절대로 고르지 않을 책이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클럽이기도 하다.

내 의지로는 읽지 않을 책이 리스트에 있으면, 이렇게라도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자기계발서적은 여전히 내게는 힘든 영역이었다.

자기계발서적을 통해 자극을 받는 사람들과는 내가 다른 종류의 인간인 건지…

“누가 몰라서 못하나… 말은 쉽지…” 같은 못난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다가 마지막 장을 덮게 된다.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고, 광고연구원이라는 교육기관에 있는 동안

광고와 마케팅 관련 서적도 부지런히 읽었다.


사례 중심의 이야기가 많다 보니, 책 자체는 재미있게 읽은 적이 많았지만

막상 대행사를 다니고, 마케터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다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와, 반복되는 예시와,

심지어 서로 자기가 참여했다고 우기며 중복되는 성공사례들을 보면서

마케팅 서적도 점점 멀리하게 됐다.


어떤 기업의 성공의 이유가 어떤 기업의 실패의 이유가 다르지 않음을 찾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고,

여전히 애플처럼 광고하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를 이용해 먹는 책들이 잘 팔리는 것을 보면서도 마케팅 서적엔 손이 가지 않게 됐다.


결국, 내가 (이것도 사실 거만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지만…) 조금은 안다고 생각하는 분야 거나, 다 아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한다고 느끼는 순간

내 거부감이 극에 달하는 것 같다.


자기계발서적을 읽는 목적 중 하나가 자극, 동기부여 등이 포함되어 있을 텐데…

내게는 그런 목적이 작용하지 않는 바람에 멀리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자기계발서적이 아니라

그 누구의 말에도 자극을 받거나 동기부여를 받아본 적이 없다.


지 잘난 맛에 산다고 할 수도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내가 사는 인생인데, 남의 말에 영향을 받는 것이 내게는 어색하게만 느껴진 탓인지

이젠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넌 대답만 하면 돼’라고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답은 정해져 있는데 왜 그걸 다른 사람한테 다시 확인하지? 같은 마음이라…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동의를 구하는 일도 잘하지 않는 편이다.


자기계발서적이 갖추고 있는 형식 자체에 대한 거부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내린 답은 이렇고, 나처럼 되고 싶으면 이렇게 해” 같은 뉘앙스랄까…

사실 결론은 같은데도 불구하고, 전혀 다르게 와닿는 방식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유퀴즈’나 ‘대화의 희열’ 같은 프로그램은 즐겨 봤었는데,

방송에 나온 출연자들이 살아온 삶에 대해 덤덤하게 이야기를 할 때는 오히려 감동받기도 하고, 자극을 받기도 하는데

(물론, 방송에서 조금만 감동을 주려고 장치를 내세우는 순간, 짜게 식는다…)

아마 내가 그들에게 받은 감동과 자극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글 형식이었으면 내가 똑같이 반응했을지 생각해 보면 역시 아니다.


* 불면증을 오랜 시간 겪어온 내게는 특히 불면증 이야기를 하던 아이유에게, 격하게 공감하기도 했다.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이 “내 생각이 맞아”와 같은 뉘앙스가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거부감부터 드는 내게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렇게 고깝게 받아드릴 문제는 분명 아닐 텐데…

이만큼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닫혀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쉽게 동기부여받지 못하는 타고난 성격 탓으로 돌리는 나를 통해 다시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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