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가장 친한 친구는 마약 딜러였다. 그 다음으로 친한 친구는 방화범이었다.
A가 병원에서 만난 방글라데시인은 매일 씻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병원이라고는 하나 격리된 장소에서 철창에 갇혀 있는 우리로서는 마음대로 샤워를 할 수가 없었다. A는 방글라데시인도 동전 비누를 받아 다 쓰고 나면 벽 위에 올려놓는지 아니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샤워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비즈니스 마약 딜러인 방글라데시인은 개인적인 이유로 마약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배에는 엄청나게 큰 상처 자국이 있었다. 방글라데시인 말로는 아주 큰 사고를 당했고 그 사고 때문에 여러번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때문에 배에 상처자국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의 말로는 살아남은 것이 다행인 일이었다.
A와 방글라데시인은 중국인과 같이 갇혀 있었다. 중국인은 매일 대변을 봐야했고 안타깝게도 그들의 병실은, 그들의 병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병원의 감옥 병실은 물 내리는 장치가 고장나 있었다. 아침 저녁으로 병실을 청소해주는 간호조무사들이 물통을 가져와 물을 내려주고는 했다. 문제는 아침이나 저녁에 그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병실 안을 은은하게 감도는 대변의 냄새를 맡으면서 점심을 먹는 것은 정말이지 고역이었다. A는 정말 모국의 급식은 끔찍하다며 매일 소스만 다르게 해서 나오는 정체모를 반찬에 떡이 되어 있는 밥을 먹는 것은 밥맛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내게 얘기해줬다.
A는 그에 비하면 우크라니아 음식이 훨씬 낫다며 밥보다 빵이 낫다는 의견을 내놨다. 같은 밥이라고 해도 떡이 되어 있는 밥, 마치 햇반처럼 공산품 같은 맛이 나면서 쌀의 품종도 한국과는 동떨어진 밥이기 때문에 씹는 맛이나 목넘김이 한없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병원 밥이 맛 없는 건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그건 밥에 별다른 조미료를 치지 않아서 그런 것이지 밥을 짓는 방법에 대한 컨센서스가 다른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밥이라도 방글라데시인도 중국인도 맛있게 먹었기 때문에 A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먹는 수밖에 없었다. 중국인과 방글라데시인은 둘 다 당뇨 때문에 병원에 왔다. 당뇨는 식사 요법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은 더 맛없는 밥이 양도 적게 주어졌다. 중국인은 상대적으로 당수치가 낮았고 방글라데시인은 아주 높았다.
방글라데시인은 자신의 당수치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맨몸 운동으로 당뇨를 이겨내겠다며 병실에서 열심히 운동을 해보였지만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이미 방글라데시인의 몸은 마를대로 말라서 딱히 운동으로 추가될 근육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방글라데시인은 A보다 4살 정도 연하였다. 중국인은 한참 젊은 나이였지만 무척 노쇠해보였다. 그들은 한국인이 특히 더 동안이라고 얘기했다. A는 그 말에 동의할 수도 없었지만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낮아 보이는 게 맞았기 때문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영어로 하기 곤란했다.
방글라데시인은 자신의 배에 난 상처를 보여주며 자신이 늙어보이는 이유가 상처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한꺼번에 생명력이 소진됐을 테니 급하게 늙는 것도 당연했다.
A는 병원에 있을 때 정신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았지만 별 소용은 없었다. 한국어 통역이 가능한 여자 대학생하고 같이 왔지만 A의 기나긴 이야기 끝에 의사가 내놓는 결론은 없었다. 대신 약이 처방됐고 A는 약을 먹는 동안은 안심이 됐다. 하지만 안심은 짧게 끝났고 A는 다시 구치소로 돌아가야 했다. 모국 감옥에서의 이동은 아무리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뜬금이 없었다.
갑자기 간수가 들어오고 원래 입었던 옷을 건네마 갈아입으라고 한다. 옷을 갈아입고 수갑을 차면 바로 이동이다. 어디로 가는지 얼마나 걸리는지 알려주는 법이 없다. 방글라데시인은 A가 옮겨갈 기미를 보이자 A의 정신적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고 하루 빨리 가족들과 재회하기를 바란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빌어주었다.
영화에 나오는 마약 딜러와 다르게 방글라데시인 마약 딜러는 매우 친절했고 사교적이었으며 신사적이었다. 감옥에서 인간의 본성이 나온다면 마약 딜러란 사람들은 아주 친절한 사람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