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 필통 정리하기

내 삶의 우선순위 찾기

by 송성근

필통을 정리하다 보면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필기구들이 낡은 것이 되어 있는 걸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형광펜은 잉크가 마른 지 오래 됐고, 네모 반듯하던 지우개는 찌그러진 못난이가 돼 있습니다. 작년에 샀던 샤프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고장 나 있습니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시간의 변화들입니다.


시간에 대해 깊은 사유를 남긴 철학자 가운데 프랑스의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의 저서 『시간과 자유의지』에서 그는 시간을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하나는 시계가 재는, 수학적으로 측정된 ‘공간화된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의식 속에서 질적으로 흘러가는 ‘지속(durée)’입니다. 시계가 알려주는 시간은 “몇 시 몇 분”처럼 딱 잘라 나눌 수 있는 양적인 구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살아내는 시간은 그와 다릅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겹치고 이어지는, 나눌 수 없는 흐름입니다. 마치 음악과도 같습니다.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는 마디와 음절을 따로따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곡 전체가 유기적으로 흘러가는 리듬과 선율 속에서 음악을 경험하지요. 베르그송은 바로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삶의 시간은 양적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경험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굳이 베르그송의 철학적 사유를 끌어오지 않아도 시간은 우리의 의식 속에서 물리적인 시간과는 다르게 흘러 갑니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흘러갈까요? 별로 한 일도 없고, 발전한 것 같지도 않은데 몇 개월의 시간이 쓱 흘러가 버립니다. 어느새 연말이 오고 시간은 다음 해를 가리키며 건너 뜁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괜찮을까요? 하루하루도 빨리 흘러가 버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와 학원, 직장 생활 중 하루라는 것은 참 보잘 것 없습니다. 오전을 보내고 점심을 먹고 나면 하루가 다 가버린 느낌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루를 잘 보내고 수개월을, 일년을 알차게 보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아는 한 시간은 가장 희소한 자원입니다. 시간을 허투루 쓰면 게으름뱅이 소리를 듣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시간을 동일하게 주어지며 그 시간 이내에 무언가를 해낼 때에만 시간은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말하는 시간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어린 아이의 시간이 아닙니다. 청소년기 이상의 사람들에게 시간은 무한정 주어진 자원이 아니며 값지게 써야 할 자원,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일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학생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성적을 올려야 합니다. 직장인들은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지요. 이를 위해서는 시간을 다루는 기술을 익혀야 합니다. 오늘은 지혜로운 시간 사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봅니다.


찬영이는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 속이 상합니다. 시험 기간만 되면 찬영이는 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중지하고(게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오직 공부에만 매달립니다. 암기 과제와 수행 과제 때문에 몇 번이고 밤을 새워 공부를 합니다. 공부를 많이 할수록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기만 하고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하루에 해야 공부의 양도 많고 숙제도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공부는 늘 붙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성적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윤채는 인스타그램을 좋아합니다. 보석 같은 사진을 찾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으면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은 것 같아 우쭐해집니다. 하지만 윤채는 하루 1시간 30분 이상 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상 하면 머리가 어지럽고 공부에 방해도 되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시간을 정해 놓고 인스타그램 활동을 합니다.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휴식을 갖는 시간에만 합니다. 숙제나 공부는 다른 아이들과 비슷한 시간을 들여 합니다. 그런데도 성적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윤채는 일기와 플래너를 쓴다는 점입니다. 일기는 간단한 보고서 양식으로 쓰고 플래너는 시간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씁니다. 윤채는 자신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가 일기와 플래너 쓰기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두 학생 모두 공부에 부담을 갖고 있고 자신의 시간을 알차게 쓰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찬영이는 ‘밤을 새워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고, 윤채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납니다. 찬영이는 시험 기간에만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고 시험 기간이 아닌 때는 SNS 활동에 몰입합니다. 그렇다고 윤채가 SNS를 적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매일 90분씩 SNS에 매달린다면 이는 적은 시간이 아니지요. 하지만 윤채는 시간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차원에서 찬영이와 다릅니다.


윤채의 시간 기록은 베르그송이 말한 질적 시간의 흐름을 자기 방식으로 붙잡은 것입니다. 우리의 생을 지속되고 반복되는 흐름으로 본다면 윤채는 반복을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삶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윤채는 시간을 ‘기록’합니다. 윤채는 시계가 재는 숫자 대신 자신이 살아낸 하루의 흐름을 기록하면서, 베르그송이 말한 ‘지속’을 자기 삶 안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기록은 기억을 낳습니다. 자신의 시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안다면 시간을 낭비 없이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찬영이는 그때 그때 시간을 즉흥적으로 사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숙제를 하는 게 아니라 숙제가 있다고 느낄 때 숙제를 하겠지요. 그러면 시간에 쫓겨 과제를 하게 되므로 능동적인 공부를 하기 어렵습니다. 윤채가 쓰는 보고서 형식의 일기와 시간표 양식의 플래너가 윤채의 시간 사용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내가 주도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덜 합니다.


시간 사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물을 써야 한다면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물의 총량을 계산하고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을 기록하고 계산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면 똑같은 물을 써도 물이 동난다는 느낌은 적게 받습니다. 계획적인 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물을 채워 넣는 시간과 노력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시간도 이와 같이 사용하면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시간 거지 신세를 면할 수 있습니다.


먼저 내게 주어진 자유 시간을 측정하여 기록합니다. 그리고 숙제와 공부에 필요한 시간을 계산해 냅니다. 그러면 내게 있는 시간들과 필요한 시간들이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복과 연습을 참고 견디는 것입니다.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되는 길은 악보를 보고 하나하나 연습해 나가는 것이지요. 그와 똑같이 공부를 잘하는 방법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 공부의 흐름을 잃지 않고 이어 나가는 것입니다. 반복과 연습은 마치 기계를 움직이는 동력과 같습니다. 전기 모터에 전기가 없으면 모터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반복과 연습이 모터를 움직이는 동력에 해당합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연속적인 시간의 단위들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원칙입니다. 같은 2시간 공부를 한다 해도 15분씩 여덟 번에 걸쳐(나누어) 공부하는 것과 2시간을 연속으로 공부하는 데는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15분씩 나누어 공부한다면 여러분은 계속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고 집중이 될 만하면 공부를 중단하기 때문에 공부의 효율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한두 시간이나 두세 시간과 같이 연속적인 시간을 확보해야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게 됩니다.


연속적인 시간을 확보하기 가장 좋은 시간대는 언제일까요? 밤일까요 새벽일까요? 둘 다 연속적인 시간대를 확보하기 좋은 때입니다. 보통 저녁부터 밤까지, 밤에 잠들기 전까지, 새벽 시간, 이 시간대가 연속적인 시간 확보에 유리한 시간으로 봅니다. 이 시간에는 다른 사람들의 방해 없이 온전히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시간들도 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저녁과 밤에는 하루 동안 에너지를 많이 쓴 상태이기 때문에 효율이 오르지 않습니다. 저녁과 밤에 두세 시간에 걸쳐 하는 활동을 새벽에 수행해 보면 놀라운 효율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새벽에는 한 시간 이내에 완성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될 겁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려면 아무래도 밤에 일찍 잠드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니까 일이든 공부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배어 있어야 보다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시간을 좀 더 알차게 사용하기 위해 가져야 하는 자세도 있습니다. 그것은 목표 의식을 좀 더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막연하게 성적을 올리겠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현실적인 목표를 정해 두고 그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좀 더 근본적인 차원으로 들어가 보면 목표(purpose)는 목적(goal) 아래에 있을 때 더 분명한 실행력을 갖게 됩니다. 여러분의 삶을 이끄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막연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루 나가는 과정으로서의 공부라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도 더 잘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 연속적인 시간을 확보하여 사용하는 것, 그 시간들이 목표와 목적을 따라가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리듬, 멜로디, 화성, 셈여림 등의 행위들이 모여 음악을 이룹니다. 음악을 시간의 예술이라 부르는 것은 이 요소들이 일정한 시간 안에서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보내는 시간을 비유로 풀어 내면 “우리의 삶도 음악과 같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숱한 반복이 이어지지만 똑같지는 않습니다. 강약약 중강약약 하고 흐름을 타야 아름다운 소리들이 나옵니다. 리듬을 타고 음을 타면서 아름다운 소리를 빚어내듯, 시간의 흐름을 타 보면 그 속에서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당신의 오늘은 어떤 선율로 흐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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