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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 타고,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그리고 걸어서

투표하고 왔어요

by 루미상지

주태국대한민국대사관에 가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를 하고 왔다. 5개월 하고도 20여 일을 기다리던 투표였다. 외국에서 투표하려면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먼저 해야 한다.

4월 6일 맘카페에서 재태국한인회의 공지를 봤다.


<제21대 대통령 재외선거 국외부재자, 재외선거인 등록신청 방법>

- 신고기간 : 4. 4(금)~4. 24(목)

- 투표기간 : 5. 20(화)~5.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외국민투표 공고가 나자마자 바로 재외국민투표를 신청했다. 하루 뒤, 이메일의 유효성이 검증되었으니 인증하기를 클릭하라는 이메일이 왔다. 바로 클릭했다. 다음날 국외부재자 접수증이 발송되어 왔다. 태국 재외선거인 등록자 수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한다.


투표장소 및 기간

- 투표장소 : 재외공관 (공관에 설치할 수 없는 경우 재외선관위가 정하는 대체 장소) 및 추가투표소

- 투표기간 : 2025. 5. 20(화) ~ 2025. 5. 25(일) 중 해당 재외선관위가 정하는 기간

- 투표시간 : 투표 기간 중 매일 오전 8시 ~오후 5시



오전 8시 30분 모자를 쓰고, 에코백에 여권, 지갑, 손수건, 휴대폰, 텀블러를 넣고 집을 나섰다. 집 앞에서 트램을 타고 음대 앞으로 갔다. 음대 앞에서 방와역으로 가는 마히돌대학교 버스를 탔다. 방와역에서 MRT 지하철을 타고 태국문화센터(Thailand Culture Center) 역에서 내렸다.

구글 지도를 켜고 걷기 시작했다. 거리가 택시 타기에도 걷기에도 애매했다.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 걷기는 힘들었다. 언젠가 친구 숙이가 말했다.

"언니, 이런 날씨에 밖에 나가 걸어 다니는 동물은 외국인과 개밖에 없어요."

그랩 오토바이를 타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았다. 그러나 위험하니까 그랩 오토바이는 안 탔으면 좋겠다는 남편 말이 생각나 참았다.

실외 온도는 36도 체감온도는 43도로 무척 덥다. 숨이 턱턱 막힌다. 가지고 온 텀블러 물은 이미 다 마셨다.


20분을 걷자 드디어 재태국대한민국대사관의 기와 담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사관 건물은 정말 웅장하고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정문을 지키고 있던 직원이 나와서 제지한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진촬영금지’라고 쓰여있었다.

손가락 모양으로 투표소 안내하는 표시를 따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니 안내하는 직원 옆에 시원한 정수기가 보였다. 의자에 앉아 물 두 컵을 마셨다.


안으로 들어가는데 안내원이 손에 소독제를 짜준다. 안에는 열대여섯 명의 선거 안내원들이 앉아있었다. 첫 번째 분 앞으로 가서 여권을 내밀었다. 여권과 내 얼굴을 확인하고 나서 인쇄되어 나온 투표용지와 봉투를 주며 안내했다.


“저 앞쪽 기표소에 가서, 기표하시고 그 기표 용지를 이 봉투에 넣어주세요. 그리고 봉투 입구의 스티커를 떼어내고 봉투를 꼭 붙여주세요, 마지막으로 함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모두 8명의 후보가 등록했다가 한 분이 사퇴했다. 한국에서는 기표한 투표용지는 2~3번 접어서 투표함에 넣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기표 용지를 봉투 속에 넣어 봉하는 한 단계가 더 있었다. 그대로 하고 나왔다.


밖에 나와 의자에 앉아 쉬었다. 이 더위에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갈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기표소에서 나온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대사관 내에서는 어느 곳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아, 사진 촬영 장소를 따로 만들어 놓았구나.’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 안내하는 분이 찍어주었다.

그때 옆에서 누군가 아는 체를 했다. 성당에서 봉사를 열심히 하시는 분이 부인, 딸과 함께 왔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빨리 투표하고 나올게요.”

그분들이 MRT 지하철역까지 태워다 주셨다. 돌아올 때는 훨씬 편하게 올 수 있었다.

처음 해보는 외국에서의 투표였다.


재외선거제도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2009. 2. 12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재외선거 제도가 도입되었다. 1967년~1971년 주로 해외 파병군인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부재자 투표를 잠시 실시한 시기 (제6~7대 대통령 선거와 제7~8대 국회의원선거)가 있었다. 1972년 해외부재자 투표 제도마저 폐지되면서 해외 체류로 인해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투표가 더욱 제한되었다. 이에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위한 헌법소원 제기가 있었다. 결국 2007년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의 선거권 제한은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재외국민의 투표를 위한 제도 도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참조)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세계 속에서 발전하며 꽃 피우기를 갈망한다. 그러려면 국민들은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투표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에서 말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최악의 결과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투표 잘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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