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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만난 민화 수업

주태국한국문화원 문화강좌

by 루미상지
1기 민화 수업


코윈에서 문화강좌를 한다는 알림이 맘카페에 떴다. KOWIN은 Korean Women’s International Network의 약자로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이다. 국제화 시대를 맞아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민족 여성의 인적 자원을 개발 활용하고 국내 여성 및 세계 각 지역 한민족 여성의 연대를 강화하고자 2001년 여성가족부와 함께 출범되었다.


2024년 12월 18일, 한국문화원에서 포슬린 접시 공예, 쿠키 만들기, 가야금, 캘리그래피 등의 원데이 클래스가 있었다. 태국에서 원데이 클래스 수업은 친구도 만날 수 있어 더 즐거웠다. 쿠키 만들기를 하고 싶었으나 인원이 다 차서 접시 공예에 참여했다. 포슬린 접시공예는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한국문화원의 위치는 방콕의 한인타운 아속역 바로 옆에 있었다. 한국문화원은 내가 처음 방콕에 도착하자마자 정보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 곳이다. 실내는 우리 문화를 아담하고 보기 좋게 꾸며 놓고 소개해 놓았다. 2층에는 조그만 도서관도 있었다. 우리가 강의를 들으러 간 날은 복도에 한국 그림책도 전시되어 있었다.


강의실에 도착하니 20여 명의 수강생들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포셀라츠로 포슬린 공예를 했다. 다양한 디자인의 전사지를 가위로 오려 도자기 위에 배치하고 구성해 붙였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무늬는 크리스마스 트리나 소품 모양의 그림이었다. 처음 만난 옆 친구들과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전사지를 붙였다.

어떤 분들이 어떤 이유로 태국에 와서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걸 물어보는 것은 실례이다. 다행히 옆에 앉아있던 분이 내 말의 억양을 눈치챘나 보다. 웃으며 먼저 말을 붙여왔다.

"혹시 남쪽에서 오셨어요? ㅇㅇ맞죠? 제 고향도 ㅇㅇ입니다. 딱 들으니 알겠네요. 저는 딸 골프 교육을 위해 왔어요. 골프선수가 되고 싶대요. 남편은 한국에 있어요.”

“하하 어떻게 아셨어요? 저 멀리 산 넘고, 물 건너 남쪽에서 왔어요. 반갑습니다. 저는 남편과 방콕에 일 년 살이 왔어요.”

서로 말은 안 해도 궁금한 건 다 똑같은가 보다. 남편의 주재원 발령으로 온 분들이 가장 많았다. 보통 3년에서 5년의 기간이라고 했다. 아들을 국제학교에 보내기 위해 온 분도 있었다. 방콕에 정착하고 사시는 분들은 음식점을 하거나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가 만든 접시는 800도 전후의 가마에서 소성하여(구워) 완성되는 도자기 장식 미술이란다. 도자기 위에 포슬린 전용 안료와 오일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거나 전사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할 수 있고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접시와 컵 뒷면에 사인을 하거나 이름을 써서 앞자리에 두고 왔다. 이 그릇들은 가마에 굽는 단계를 거쳐 2024년 12월 24일 오후 12시 이후 경복궁 식당(코윈 태국 회장님)에서 찾아가라고 했다.


포슬린 접시 공예


2025년 1월에는 <제1기 방콕에서 만나는 조선의 민화 강좌> 수업을 재태국한인회관에서 했다. 매주 월요일 2시간씩 총 4회 수업이었다. 첫 수업 시작을 앞두고 강사님의 알림이 단톡방에 떴다.

‘팔 움직임이 편한 옷을 입을 것, 물감을 사용해야 하니 어두운 색 옷을 입을 것, 돋보기를 쓰는 사람은 돋보기 가져올 것’


처음에는 수쿰빗에 있던 한인회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중간에 한인회 사무실이 에까마이로 이사를 했다. 우리도 그쪽으로 따라 옮겨갔다. 수쿰빗은 가기 편했으나 에까마이는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야 해 더 멀어졌다.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하는 수업 시간에 맞추기 위해 집에서 7시 20분에 출발했다. 다행히 돌봐야 하는 애들도 없었고, 좋아서 하는 거니까 나만 부지런하면 되었다. 덕분에 붐비는 방콕 지하철 출근길도 경험해 보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 못 타고 눈앞에서 지하철을 놓치기도 했다.


한겨울 푸르른 잎사귀와 추위 속에 피어 이른 봄까지 가는 동백꽃을 그렸다. 새빨간 동백꽃을 그리고 싶었으나 강사님이 빨간색은 초보자가 표현하기엔 어렵다고 해 주황색으로 바꿨다. 민화로 동백꽃을 그리는 과정 중 바림이 제일 재미있었다. 물을 아주 적게 묻힌 붓으로 살살 더듬어주면 살짝 번지는 꽃 색깔이 예뻤다. 왼손에 바림 붓을 쥐고, 오른손에는 채색 붓을 들고 빠른 동작으로 번갈아 가며 색을 뺐다. 마지막 마무리는 세필 붓으로 세세한 선을 그렸다. 망칠까 봐 많이 떨렸다.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한인 식당 ‘산내들’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비빔밥, 청국장, 부침개, 우거지 해장국과 동태탕 등 먹고 싶은 음식이 정말 많아 고르기가 힘들었다. 식사하고 나서도 헤어지기 아쉬우면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또 수다를 떨었다. 주로 사는 얘기, 가족 얘기들이었다.


3월에는 2기를 수강했다. 2기에는 꽃 중의 왕, 부귀영화를 뜻하는 모란을 그렸다. 익숙해져서 조금 더 실력이 늘었다. 민화를 배우며 알게 된 숙희, 현이와는 친구가 되었다. 서서히 방콕 생활에 적응해 가며 자신감도 생겼다. 방콕에서 민화 수업은 생각지도 못한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국에 가서도 계속 배워보고 싶다. 세상 어디에나 하고 싶은 일, 좋은 친구들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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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1기 동백꽃과 2기 모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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