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민주주의의 이념 세 가지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자유, 평등, 연대. 그리고 우리는 이 이념들을 개인이 가지는 권리의무관계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유와 평등이 개인의 권리로 작용한다면, 연대는 개인에게 의무 내지 책임으로 작용합니다.
이 세 가지 이념을 서로 간 의 관계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자유의 목적이 나의 행복을 높이는데 있다면, 평등의 목적은 나의 행복이 타인과 비교할 때 쳐지지 않는 데 있습니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비슷할 것을, 그에 맞춰 높여줄 것을 요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에 평등이라는 이념은 타인의 행복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나의 행복 또한 커지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한편 범죄심리학에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자동차 유리창이 작게 깨진 것으로 인해 절도 등의 더 큰 범죄가 유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소한 무질서가 그에 그치지 않고 중대한 무질서를 불러올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하기에 평소에도 상시적으로 사소한 무질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관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질서정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큰 범죄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민주주의의 이념 중 하나인 자유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나와 상관없는 소수의 자유에 대한 자유의 침해는 훗날 내 자유에 대한 침해로 연결된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일의 목사이자 신학자였던 마르틴 니묄러(Martin Niemöller)의 글은 이를 정확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후 나치가 노동조합을 덮쳤울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시 그들이 유대인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줄 이들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는 이를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확고히 하는 방법은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들을 찾아내어 그들의 자유와 평등을 확보하는 것이라 말입니다. 약자들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될 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다고 생각되는 자유와 평등도 더 탄탄해질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비어있는 공간들을 일상에서 찾아내어 이를 채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나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우리는 연대라고 부릅니다.
자유, 평등, 연대라는 세 가지 이념으로 민주주의를 그려 본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자유라는 지붕 아래는 평등이라는 기둥이 있으며, 평등은 연대라는 지반 위에 서 있습니다. 지반이 넓게 확보되어야 기둥을 많이 세울 수 있으며, 그래야만 지붕도 넓고 화려해질 수 있습니다. 만일 지반이 좁아진다면 기둥의 숫자도 적어지고 지붕 역시 초라해질 것입니다.
결국 민주주의를 확장시키는 출발점은 연대의 강화입니다. 민주주의란 연대의 지평선을 넓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