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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Dec 10. 2023

아파트 분양광고가 욕먹은 이유

본체론적 평등_평등의 첫번째 유형

평등한지에 대한 판단이 다르다는 것은 사람마다 생각하는 평등에 차이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평등이 차이 없음을 이야기하는데, 그 인식에서부터 차이 난다는 것은 평등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것만 같습니다. 이 어려움을 약간이나마 해소시켜 주기 위해서 였을까요? 브라이언 터너(Bryan S. Turner)는 사회적 평등을 네 가지로 유형화했습니다. 터너가 유형으로 제시한 평등을 따라가며, 관점들의 차이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일 먼저 나오는 평등은 본체론적 평등입니다. 기본적 평등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귀중하다‘라는 명제입니다. 이것은 신분제가 극복된 현대 사회에서 진리에 가까운 당위적 명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2023년 한 아파트 분양 광고에 일었던 논란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 서초구에 건축 중이었던 아파트 더팰리스73은 분양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홍보문구를 썼습니다.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더팰리스73 홈페이지 캡쳐


와! 정말 용감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선을 너무 넘었습니다. 당연히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천박한 자본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이었습니다. 그 실질은 우리 사회가 진리로 믿고 있는 본체론적 평등을 들이받은 것에 대한 분노였을 겁니다. 이에 시행사는 해당 문구를 삭제하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 논란으로 인해 홍보 포인트 중 하나였던 해외 건축가가 성추문에 휩싸인 사실까지 알려졌습니다(파이낸셜투데이, 2023). 


이처럼 본체론적 평등은 지금 시대에서 허물어질 수 없으며, 허물어져서도 안 되는 당위성을 지닙니다. 만민이 평등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본체론적 평등이 규범적 판단의 잣대로 쓰일 수 있는 경우는 현실에서 거의 없습니다. 위에서 들었던 아파트 홍보문구 사례에서도 만일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가 아니라 ”특별한 당신에게 특별한 세상을 바칩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더라면 어느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내용이 의미하는 바가 동일하더라도 본체론적 평등 이념을 정면으로 위반했느냐, 그렇지 않았느냐의 차이입니다.



※ 참고문헌

선우현. (2012). 평등. 책세상.

파이낸셜투데이(2023.06.18.자). 성추행범이 지은 집 ‘더 팰리스73’ 비싸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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