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영화 관련 무언가만 있으면 들뜨는 것 같아요
65기 최지성
Q. 안녕하세요, 일단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영공 65기 최지성입니다. 영공에서 4년 내내 활동했어요.
Q. 지금은 혹시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실기 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Q. 학부에서 국문과를 전공하셨는데, 연영과 대학원을 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원래 시나리오에 관심이 있었어요. 사실 그냥 글 쓰는 쪽으로 갈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영화 현장을 너무 겪어보고 싶더라고요. 물론 동아리에서도 할 수 있지만 모두 비전공생이고 의무적인 게 아니니까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래서 제대로 실기를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연출과를 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가 … 저는 시나리오만 쓰고 싶은데 연출도 편집도 다 제가 하고 (웃음)
Q. 현장 얘기 들어보면 정말 힘들어 보이더라고요. 아까 4년 내내 영공 활동을 했다고 하셨는데, 영공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요?
처음에는 그냥 영화가 좋아서요. 그 때까지만 해도 직접 찍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마음에 들어갔어요. 면접 볼 때서야 제작반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어쨌든 영공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였어요.
Q. 정말 말 그대로 영화를 좋아해서 들어오게 되신 거네요?
네, 또 중앙동아리 중에 영화 관련 동아리는 하나밖에 없기도 했고요.
Q. 그러면 영공에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제작단 활동을 쭉 했어요. 스터디 활동도 여러 번 했고요. 6학기인가 7학기 쯤에는 제작단장도 한 번 맡았습니다.
Q. 제작단장은 무슨 일을 하나요?
부원들이 제출한 시나리오를 취합하고, 각 시나리오에 스태프로 지원한 인원을 조정해주고, 제작활동에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는 일을 해요. 직접 현장에 도와주러 나가기도 했고요. 다른 임원진 분들과 부국제 엠티를 준비했던 것도 기억에 남네요.
Q. 다양한 활동들을 하셨던 것 같은데, 특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으시다면요?
사실 저는 영공에서의 매 순간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몇 개 꼽아보자면 일단 첫번째로 영공 들어가자 마자 했던 첫 활동이었는데요, “따라찍기”였어요. (“따라찍기”요?) 네.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몇 시간 동안 나가서 그 장면을 따라 찍어 보는 거예요. 아이폰으로 바로 촬영 했었던 기억이 나요.
Q. 저도 비슷한 활동을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제작 워크샵에서 팀을 정해주고 몇 시간 안에 빨리 짧은 영상을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아직도 생생한 게, 그 날 집에 가는 길이 너무 기분이 좋고 즐거웠어서 내가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리고 또 인상깊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게 정말 기억에 남고, 그 다음으로는 처음 제작단 영화에 참여했던 거요. 감독은 다른 분이 하셨지만, 제가 카메라도 잡고 배우로도 출연했어요. 영화를 직접 찍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네요. 부국제 준비했던 기억도 정말 많이 나요. 광안대교 앞에서 부원들과 놀았던 기억도 나고, 전주국제영화제 엠티도 너무 즐거웠어요. 그리고 졸업 직전에 제 시나리오로 찍었던 영화도 떠오르네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촬영을 다 끝마치진 못했지만요.
Q. 정말 기억에 남는 순간이 많으신 것 같아요.
정말 영공에서 매 순간이 다 기억나요. 그래서 제가 영화를 좋아한다고 착각했나봐요. (착각이요?) 아니, 생각했나봐요. (웃음)
Q. 그러면, 영화를 왜 좋아하세요?
영화를 왜 좋아하냐면 … 그러게요. 사실 저는 아직도 제가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는지, 분석하는 걸 좋아하는지, 찍는 걸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영화 관련 무언가만 있으면 들뜨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볼 일이 있다, 그래도 들뜨고. 솔직히 촬영 너무 힘든데, 촬영이 있는 날이다 하면 행복해요. 원래는 일이나 공부는 하기 싫잖아요. 그런데 대학원 들어왔더니 제가 수업 있는 날만 기다리는 거예요. 그게 신기했어요. 매번 현장에서는 불평을 늘어놓아도, 안하면 아쉽고 또 생각나는?
Q. 영공 부원들에게 숨어보는 명작 한 편을 추천한다면?
누군가 저한테 인생 영화를 물어보면 말을 잘 못해요. 정말 숨어 봐서요. <미스테리어스 스킨>이라는 영화예요. 일단 소재가 쉽게 추천해주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무거운 소재다 보니 힘들어서 저도 자주 보지는 못해요. 하지만 이 영화의 묘미라고 한다면 첫 번째로 조셉 고든 래빗의 청년기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색감이 정말 예뻐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범죄 피해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중에 가장 대상화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피해자들을) 마냥 불쌍하게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피해를 당했다고 해서 삶의 욕망과 의욕이 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걸 보여주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Q. 영공이 본인에게 남겨준 것이 있다면 뭘까요? 느낀 것, 얻은 것 뭐든 자유롭게요.
영화에 대한 애정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사람이 제일 많이 남았어요. 신기한 게, 졸업을 하니까 저를 골치 아프게 했던 대학 관계들이 싹 정리가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남은 사람들이 영공 사람들이었어요. 그 다음이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 나한테도 방향이 있구나, 나도 영화를 할 수 있는 길이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얻은 것 같아요.
Q. 그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화를 만약에 찍어보고 싶으면, 그냥 한 번 찍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카메라 잘 모르고 편집 잘 모르는데, 먼저 배워야 하지 않을까? 그러지 말고 카메라를 못 만지겠다면 일단 핸드폰으로 찍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리 재미없어 보이는 영화라도 일단 본 다음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요. 그냥 다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생각보다 동아리에서 하는 활동이 전문적이예요. 대화의 질도 그렇고, 학교 장비도 괜찮거든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어렵더라도, 뭐라도 나와서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문화적인 취미가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영공에서 괜찮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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