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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M Aug 27. 2021

영공 부원에게 듣는 서강영화공동체 이야기 2

너무 일상이 되어버려서 이제는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요.


68기 한규필


Q.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영공 68기 한규필입니다. 2년 반 동안 영공에 몸 담고 있었어요.. 


Q.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현재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프로그램팀 한국영화 담당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여러가지 실무적인 일들을 하고, 프로그래머님과 팀장님을 보좌하고 있어요. 


Q. 어떻게 영화제에서 일하게 되셨나요?


대학교 들어와서 영화 관련 직무들을 한 번씩은 경험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직접 해 봐야지 제가 맞다 안 맞다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학교 다니는 4년 내내 거의 제작이나 평론, 두 개만 계속 하다가 졸업할 위기가 돼서 … 작년 말에 마케팅 배급 수업을 급하게 들어봤어요. 올해에는 영화제를 한 번 경험해 볼까 해서 큰 기대없이 지원했는데, 운 좋게도 잘 봐주셔서 (영화제 스태프로) 일 하게 됐습니다. 


Q. 저도 전에 영화제 자원활동 할 때 만났던 스태프 분도 휴학 중에 일하고 계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대학교 1,2학년이라면 자원활동가 경력 쌓는 것도 좋지만, 장기적인 여유가 있다면 이왕 하는 거  인턴처럼 스태프로서 좀 더 경험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Q. 영공에 처음 가입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이것도 대학교 들어왔을 때 플랜에 있었어요. (웃음) 군대 가기 전에는 과 내에서 소모임을 하고, 갔다 와서는 영공에서 뭔가 좀 더 해보겠다. (굉장히 계획적이시네요?) 그쵸, 실제로 고등학교 때 썼던 서강대 자소서에 썼던 대로 거의 다 했어요. 한예종 가는 거 빼고요. 


Q. 지금도 가실 생각 있으세요? 


있긴 한데, 당장은 잘 모르겠어요. 영화 마케팅 수업을 들으면서 크게 느꼈던 것 중 하나가 길이 하나밖에 없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다른 거 하다가 영화 제작을 할 수도 있는거고. 꼭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무튼 영공을 들어갈 계획은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복학 후 바로 가입해 계속 머무르게 됐습니다. 




Q. 영공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저는 어쩌다 보니 – 어쩌다 보니 한 게 많네요. – 영공 들어간 바로 다음 학기에 회장으로 일했어요. 진짜 2년 반 동안 동아리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던 것 같아요. 직접 영화를 찍어 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 영화에 참여해보기도 하고, 스터디도 운영해보고, 감상단 활동도 참여하고, 영화 선정도 해보고, 글도 써보고, 엠티도 가고, 단체 관람도 했어요. 19년도 1학기에는 파티룸을 빌려 무비올나잇도 처음 기획해서 했었고요. 


Q. 정말요? 저는 그 학기에 처음 들어왔어서, 원래 계속해오던 건 줄 알았어요. 


그 때 처음 만들었어요 뭔가 새로운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엠티 겸 시도를 해봤던 거 같아요. 후회 없이 많은 걸 하고 떠났습니다. (웃음) 그래도 다행인 게, 그 때 계셨던 분들이 아직 주축이 되어서 남아 계신 것 같더라고요. 


Q. 많은 활동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요?


저는 그래도 제 영화 한 번 찍어본 거? 사실 지금 찍으라고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긴 해요. 그 때가 딱 처음 들어간 학기였거든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당시에 제가 돈이 없어서 카페를 딱 하루 빌렸고, 그 안에 시나리오 열 몇 페이지, 120컷을 다 찍어야 되는 상황인 거예요. 리허설도 여러 번 하고, 미리 철저하게 계획을 짰어요. 물론 다 못 찍었죠, 120컷은. 그래도 이어서 붙일 정도로는 찍었어요.


그래도 그 영화는 연출부터 제작까지 직접 했고,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제가 마음대로 다 해 봐서 후회는 안 남는 것 같아요. 정말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었고. 다행히도 완성이 돼서. (저도 봤었던 기억이 나요. 그 때는 상영회도 했으니까요.) 맞아요. 




Q. 영화를 왜 좋아하시나요?


 예전 같으면 이런 저런 얘기를 했을 거 같은데 이제는 못 하겠어요. 보면 볼수록 영화를 뭉뚱그려서 정의해 말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영화마다 정말 색이 다르고, 주는 느낌이 다르고, 영화가 전달하고 싶은 바도, 장점도 다 달라서. 영화를 왜 좋아하냐는 질문에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냥 어느 순간부터 계속 좋아했으니까,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일상이 되어버려서 이제는 이유를 찾기가 어려워요. 


Q. 영공 부원들에게 숨보명을 하나 추천해준다면?


 사실 그 질문 듣자마자 생각난 영화가 있어요.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라고,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뱀파이어들이 사는 삶을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영화예요. 예전에 부천영화제에서 봤었는데, 이 영화의 웃음코드가 저랑 너무 잘 맞았어요. 제 인생 단 하나의 코미디 영화를 꼽으라면 이 작품을 고를 거예요. 볼 수 있는 경로가 계속 없다가, 이제 티빙에서 볼 수 있거든요. 한 번씩 꼭 보라고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Q. 영공에서의 시간이 본인에게 남겨준 것이 있다면?


 그냥 뭐 … 제 대학 생활의 절반이 영공이었으니까요. 수업이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으로는 영공이 있었으니까. 많은 분들도 만나고, 공간도 있”었”고 (웃음) 편안함과 안정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사람들과 아주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었음에도 느슨하게나마 사람들이 같이 있다. 같은 걸 공유하고 있다. 그게 뭐랄까, 그냥 편안함을 주는 시점들이 있더라고요. 큰 힘이 되었다는 거창한 이야기까지는 말 못 하겠지만요.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Q. 지금도 저는 동방에서 소구장 떡볶이 먹던 사람들만 계속 만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요즘 동아리 활동은 커녕 가입도 어려운데 너무 고생 많으시고, 하루빨리 상황이 나아져서 남은 사람들끼리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올해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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